30. 이것이 국가냐?
: 4.16 세월호 참사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는 6.25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 국민에게 ‘최악의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이었다. 원양도 아닌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서 295명이 실시간으로 수장되어가는 걸 지켜봐야 했던 가슴 아픈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배가 뒤집히며 물이 차오르면서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숨이 막혀 숨져간 이들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생생히 느끼며 일손을 놓아버렸다.
뉴스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연안에서 서서히 쓰러지는 세월호 영상을 보며 가슴을 졸였지만 전원 구조되었다는 오전 뉴스를 들으며 안도했다. 구조 헬기가 뜨고 구명정들이 배에 접근해 구조가 진행되는 장면을 지켜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후부터는 모든 게 달라졌다.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생업에 돌아갔던 국민들은 두 명이 죽었고, 293명이 선실에 갇힌 채 배가 뒤집혔다는 걸 알았다. 관영방송이나 다름없는 방송만 믿고 방심했던 자신들이 원망스러웠고 울화가 치밀었다.
선장과 승무원들이 세월호 승객들을 선실에 ‘가만히 있으라’고 거듭 방송을 하는 바람에 선실에 남아 대기하던 사람들이 고스란히 그대로 수장되어 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자기들만 먼저 탈출했다는 것, 구조에 나선 해경은 두 시간 동안 천천히 기울어지는 배의 선실에 들어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 구조에 함께 나선 민간 어선들의 접근조차 가로막았다는 사실들이 밝혀지며 사람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분노 이전에 생떼 같은 목숨을 구하는 게 먼저였다. 사람들은 속울음을 삼키며 기도했다. 부디 모두 구출되기를.
대통령은 세월호 침몰 이후 7시간 동안 행적이 묘연했다. 7시간 지난 후 나타난 대통령이 고작 한 말이라고는 “구명복을 입고 있다는 데 그렇게 찾기가 어려우냐?”는 뜬금없는 한마디였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콘트롤타워가 완전히 마비되어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어처구니없는 발언이었다. 이 무능한 정부는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추가로 구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는 노후한 배의 선령을 30년으로 연장해 주고, 무리한 수직증축을 눈감아준 ‘규제완화’의 산물이었다. 이윤의 과적을 위해 평형수를 빼버림으로써 생명과 안전을 수장해버린 탐욕의 산물이었다. 이런 자본과 결탁한 관피아들의 부패와 재난 대응 시스템 부재를 보여준 국가의 총체적 무능의 산물이었다.
‘골목까지 행복한 복지국가’라는 공약들을 잇따라 발표하며 지방선거를 준비하던 정의당은 세월호 참사 앞에서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긴급 메시지를 통해 “모든 승객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상황을 지휘통제하고, 모든 수단과 자원을 동원하여 구조작업을 펼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구조 작업에 대해 정의당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협력을 다할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