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원교육
  • 당비납부
  • 당비영수증
    출력
  • 당비납부내역
    확인
  • 19강. 정당정치의 역사 3 : ⑤ 보통선거권과 대중정당 ⑥ 파당적 참여와 사회 통합 ⑦ 참여에서 조직화로

 

 

 

 

 

 

2월 10일 오후 4시, 박상훈 학교장이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정의당 중앙당 회의실에서 만납시다.

읽으시다가 궁금하신 점,
박상훈 학교장님께 직접 질문하세요! 

 

 

2부. 정당 정치의 원리와 역사


19강. 정당정치의 역사 3 : ⑤ 보통선거권과 대중정당 ⑥ 파당적 참여와 사회 통합 ⑦ 참여에서 조직화로


1) 19번째 시간이다. 지난 시간에 결사의 권리를 갖게 된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를 이야기했다. 다시 강조하는 것이지만, 현대 민주주의를 제외하고 자율적 결사체를 장려했던 체제는 없었다. 결사체들은 쉽게 불온시되고 “집단 이기주의”로 비난받았다. “결사체 중의 결사체”라고 할 수 있는 정당 역시 사회를 부패·분열시키는 "파벌집단(faction)"으로 매도됐다. 이 점에서는 고대 민주주의나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 공화주의도 다르지 않았다. 집단의 이름으로 특정 정치 조직에 투표하고 그들이 정당 정부가 되는 일은 오로지 현대 민주주의에서만 가능했다. 따라서 현대 민주주의를 절대 우습게 알면 안 된다.

 

현대 민주주의가 만들어낸 결사체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정당이었다. 군주와 귀족이 아니라 이제는 정당이 국가의 통치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혁명적 전환이 아닐 수 없었다. 현대 민주주의의 최초 모델을 일궈 낸 영국에서 민주주의가 “정당정부(party government)" 즉, “정당이 정부가 되는 것”으로 정의됐던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우리 역시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 노무현 정부, 김대중 정부와 같은 사인화된 호칭이 아니라 새누리당 정부, 민주당 정부로 불릴 수 있어야 책임 정치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인기 있는 정치인일수록 소속 정당과의 일체감보다는 무당파적 개인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애쓰는 것, 나아가 정치적 계파들이 공통의 가치나 비전보다는 친박-반박, 친이-반이, 친노-반노, 친디제이-반디제이 등 사인화된 대통령 권력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은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서두가 좀 길었는데, 이제 정당정치의 역사를 다루는 세 번째 시간의 주제에 들어갈 텐데, 오늘은 보통선거권과 대중정당의 출현에서 시작한다.

 

2) “보통선거권과 대중정당의 충격” : 현대 민주주의가 등장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 계기가 대중정치(mass politics)로의 전환에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사실 못 배우고 못 가진 대중 내지 “평범한 보통사람들(ordinary people)"이 정치의 중심에 들어온 것은 현대 민주주의가 유일하다. 고대 민주주의 역시 자유시민은 엄밀한 의미에서 중산층 남성 가부장에 한하는 존재였다.

 

오늘날과 같은 대중정치로의 전환 과정에서 핵심은 보통선거권 투쟁이었다. 19세기의 전체 백년은 사실 선거권 확대 투쟁으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표권이 확대되는 “수요측면”의 변화에 맞춰 “공급측면”에서도 기존 정당들이 대중 유권자에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 전환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 준 것은 이른바 ”대중정당(mass party)"의 등장이었다.


무엇보다도 대중정당의 충격은 정치에서 배제되었던 하층 대중들을 본격적으로 동원한 것을 말한다. 이들 정당의 득표가 급신장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에 따라 귀족과 부르주아 중심의 명사정당들도 정당조직의 변화를 강제 받게 되었다. 노동운동과 좌파세력이 중심이 된 대중정당과 이들에 의한 “사회 하층의 정치적 조직화”가 대중정치, 대중민주주의로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정당 연구자들은 민주적 정당 정치로의 전환을 “왼쪽으로부터의 전염(contagion from the left)"이라고 부른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민주주의라는 말은 그 실체를 갖게 되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현대 민주주의를 만든 것은 정당과 이들이 동원한 가난한 보통사람들이었다는 ”샤츠슈나이더의 명제“가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우리는 해방과 함께 들어온 미군정 체제에서 정당을 만들 권리와 보통선거권을 선물 받듯이 거저 얻었다.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이 중심이 된 “피의 희생”을 통해 투표와 정당을 획득했던 서구와는 달리, 우리의 경우 투표와 정당을 생각하며 슬픈 과거를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보통선거권과 정당은 제도적으로는 그냥 주어져 있을 뿐, 대중의 조직화를 통해 정당의 사회적 기반 내지 이념적 기초를 세우는 과정은 생략되었다. 선거를 거듭할수록 오늘날의 정당이란 것이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고 누가 공천권을 행사할 것인가를 둘러싼 의원 개인들의 소모임“으로 귀착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역사적 조건과 무관하지 않다고 하겠다.

 


3) “현대 민주주의, 파당적 참여 그리고 사회 통합” : 보통선거권 확대 투쟁을 거치며 하층의 정치참여가 가능해지고, 새로운 대중정당이 지지를 빠르게 늘려가면서 명사정당들도 사회 하층에 관심 갖게 되고, 그때에야 비로소 정치가 상층계급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적인 것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민주주의를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정당과 하층의 대중이라는 말도 했다. 선거나 대의제 그 자체는 민주주의 제도가 아니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선거는 엘리트에 친화적인 제도 효과를 가지며 대의제는 중세의 제도였다. 그런데도 선거와 대의제가 민주주의 제도로 기능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대중정당의 존재와 역할 때문이었다.


대중정당과 시민의 당파적 분화가 늘면서 보수파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통합력은 강화되었다. 귀족과 보수정당도 대중민주주의에 적응하기 시작한 것 역시 중요한 변화였다. 그러면서 정당은 서서히 시민권을 확립해 갔다. 그러면서 정당 없이 민주정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사라져갔다. 정당(party)은 더 이상 분열집단(faction)의 의미보다, 참여(participation)와 협력(partnership)과 어원을 같이 하는 통합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발전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일이었다.

 

한국정치는 이런 과정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모든 정당이 국민통합을 말하지만, 정치도 사회도 양극화되고 분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이 사회를 나눠 조직하고 대표하고 통합하는 과정이 좋아야 전체로서 체제가 통합된다는 원리가 한국의 정당 정치에서는 아직 제대로 실천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여러번 강조했지만, 부분의 튼튼함 없이 전체만 말하는 정치는 부분도 전체도 모두 공허하게 만든다.


민주화이후 한국정치에서 아직은 제대로 된 “정당의 충격(impact of parties)"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권위주의로부터의 ”탈출(extrication)" 이후 한국 민주주의 발전 과제는 정당에 의한 “민주적 충격”을 조직하는 것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정당의 충격이 기존 정치를 바꾸고, 사회를 더 단단하게 통합하는 전환의 계기가 없이 지금과 같은 양극화 정치가 좋아질 수 있을까를 회의하게 된다.

 

4) “참여에서 조직화로” :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보통선거권과 대중참여를 말한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절반의 설명밖에 되지 않는다. 보통선거권을 주창했던 차티스트 운동은 결국 실패로 끝났는데, 이를 계속 이어간 것은 정당이었다. 세계 정치사에서 선거 연령을 낮추고 여성에게도 보통투표권이 주어진 변화를 통해 정치가 바뀐 경우는 없었는데,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참여의 확대만으로 정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참여의 확대가 기존 정치 구조에 부가적인 요소로만 작용할 경우, 역설적이게도 기존 구조를 더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참여 확대가 아니라 참여를 조직해 기존 구조의 불균형에 변화의 충격을 부과하는 것에 있고 이것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 참여만으로 민주주의는 좋아지지 않는다. 참여는 기존의 사회적 불균형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엄밀한 의미에서 “불평등하게 조직”되어야 한다.


통치의 조직적 조건이 좋아지지 않은 채 참여만 늘면 시민성은 사나워진다. 지금 우리 정치가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좋은 정당 없이, 정당의 대중적 조직화 없이, 이른바 국민일반의 참여만으로 좋아질 민주주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망상이 아닌가 싶다. 그런 망상은 자신이 가진 권력 자원, 학력 자원, 미디어 자원이 큰 엘리트들의 자기 오만일 때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