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연 (진보정의연구소 소장)
<< 대통령의 시간 >>을 펼쳐보면, 10장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는 <31. 친서민 중도실용을 다시 세우다>라는 글로 시작한다. <32.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에는 “경제위기 때 가장 힘든 것은 서민이다”라는 부분도 들어가 있다.
2010년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통해 이명박은 이른바 ‘공정사회’와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강조했다. 국정의 핵심 운영기조이자 화두가 된 공정한 사회, 그 내용인즉슨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공정한 사회’라는 가치에 주목해야 합니다.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개성, 근면과 창의를 장려합니다. 공정한 사회에서는 패자에게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집니다. 넘어진 사람은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일어선 사람은 다시 올라설 수 있습니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습니다. 이런 사회라면 승자가 독식하지 않습니다.…공정한 사회야말로 대한민국 선진화의 윤리적 실천적 인프라입니다.…정부는 앞으로도 친서민중도실용 정책과 생활공감 정책을 더욱 강화하여 공정한 사회가 깊이 뿌리 내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는 것이다.
이처럼 공정사회는 이명박 정부가 이미 언급한 ‘친서민 중도실용주의’ 정책의 핵심 가치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윤리의 힘’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즉 개인의 자유와 자율, 창의와 근면을 활성화해 도전하고 성취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제 정신이라면, 대한민국이 공정사회로 가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라는 점에서 그것은 참으로 가당치 않은 말의 향연에 지나지 않는다. 즉 이명박의 공정사회는 전두환의 정의사회 구현은 같은 반열의 말장난이었다. 가장 불공정한 부자감세 정책을 만들고, 재벌 중심으로 경제를 운용하고 있는 사람이 공정사회라는 말을 꺼낸다는 것은 결국 공정하지 않다는 자기 고백일 따름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사익추구형 정치인의 전형이자, 자신이 표방한 ‘공정사회의 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일까 총 12장 786쪽 분량의 << 대통령의 시간 >>에 공정사회라는 표현은 단 세 번만 등장한다.
2010년 9월 2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7명 이상(73.6%)은 현재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한 사회’를 유지하고 감시해야 하는 검찰과 언론(23.6%)은 ‘우리 사회 공정성’(24.1%)보다 못한 평가를 받았는데, 특히 검찰에 대해 ‘공정한 편’이라는 응답은 20.6%로, 법원(31.5%), 경찰(30.4%), 국세청(28.6%)을 포함한 사법?사정기관 가운데 가장 낮았다. 또, 지난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강조한 이명박 정부는 ‘가장 공정한 때’에서 노무현, 박정희, 김대중 정부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하의 대한민국 사회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었다고 대다수 국민들은 본 것이다.
G20 정상회의 ‘반부패 행동계획’ 채택과 말뿐인 공정사회
2010년 11월 12일 G20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채택된 G20 서울정상선언문에는 “부패가 경제성장 및 발전의 심각한 장애물임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G20 반부패 행동계획을 승인한다”면서 “우리는 부패를 방지하고 척결해야 할 특별한 의무를 자각하며, 효과적인 국제 반부패 체제 수립을 위한 공동의 접근을 지지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부패신고자 보호규정 제정 및 이행, 부패방지?척결을 위한 부패방지기구의 효과적 기능 강화 및 독립성 보장, 민간부문의 국제반부패 노력 참여 독려 및 반부패 민-관 파트너십 증진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며, 공공부문 및 국제기구의 청렴성, 투명성, 책임성을 증진시킬 것임을 약속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선언에 반부패 조항을 집어넣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한국 정부는 세계 반부패 운동을 주도할 책무를 지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2005년에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반부패 공동협력 정상선언을 주도, 반부패 문제를 글로벌 이슈로 만든 나라의 하나다. 세계의 거울에 비추어 그런 운동을 주도할 자격을 인정받아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한국에게, 이명박 정부에게 그런 자격이 정말 있을까.
‘그들만의 리그’와 ‘대한민국은 이미 비리공화국’
이명박 정부 들어서 이루어진 청와대 참모를 포함한 장관급 인사청문회는 단 한 번도 수월하게 넘어가지 못하고, 소위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얼마나 썩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비리백화점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1기 내각의 꼬리표인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강부자(강남-부동산-부자) 내각’은 그 한 단면을 잘 드러낸다고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 장관 인선에서부터 ‘그들만의 리그’의 전조를 선보였다. ‘교수 부부가 재산 30억원이면 양반 아니냐’(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진정으로 사랑했기 때문이다’(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오피스텔은 암이 아니라서 남편이 선물로 사준 것이다’(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 등 꼽는다면 열 개의 손가락으로도 모자랄 정도였다. 이후 한동안 사람들은 “집사람에게 신체검사 받으란 소리를 못한다. 혹시 암이 걸린 게 아니면 오피스텔 사줘야 하니까”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던지곤 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의 인사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으며 ‘강부자 인사’ ‘고소영 인사’ ‘회전문 인사’ 등의 혹평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8·8개각은 이명박 대통령이 일반 국민과는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에서 놀고 있음을 가장 결정적으로 보여준 초대형 참사였다. 당시 청와대 발표는 이러했다. “8?8 내각 개편은 6·2 지방선거와 7·28 재보궐선거 등을 통해 드러난 당·정·청 전반에 대한 쇄신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소통과 통합을 바탕으로 친서민 중도실용 중심의 국정운영 기조를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것입니다.…새로 구성될 3기 내각은 농민출신의 입지전적인 인물인 40대 전 도지사를 총리후보로 선임한 데서 나타나듯이 한마디로 ‘소통과 통합의 젊은 내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또한 깨끗하고 청렴한 공직상을 정립하기 위해 도덕성이 높은 인사를 발탁하였습니다. 신임 총리후보자와 국무위원 후보자(8명)의 평균연령은 54세, 평균재산은 11.3억입니다. 현 국무위원과 비교하여 평균연령은 60대에서 50대로(60.4세에서 58세) 젊어지고, 재산은 평균 12억 감소(평균 26.6억 원에서 14억7천만 원)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 발표 내용과는 달리, 친서민정책을 외친 이명박 정부의 3기 내각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자진사퇴하며 ‘사상 최다 낙마자’라는 기록을 세우는 오명을 얻었다. 공정사회라는 화두는 2010년 8·8 개각에서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됐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비롯한 장관 내정자들이 도덕성 시비로 인해 줄줄이 낙마하면서 급부상했다. 8·8 개각으로 청문회에 선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포트폴리오는 대단히 화려했는데 민주당이 제기한 그의 의혹은 8건이나 됐다. 박지원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금횡령, 직권남용, 업무상 배임, 위증에 공직자윤리법, 공직선거법, 은행법,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했다”며 “저지른 잘못이 마치 홍수 때 떠내려오는 쓰레기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압권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였다. 8월 말 청문회 당시 민주당이 내놓은 신재민에 대한 평가는 이러했다. “4대 필수과목 중 3가지 과목을 충실히 이수한 분이다. 학군 관련 위장전입 5회, 분양권 전매를 통한 부동산투기 의혹, 부인의 위장취업 의혹, 이전등기 지연을 통한 중과세 회피 의혹, 자녀들에 대한 증여세 탈루 등 신재민 후보자가 연루된 의혹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당시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런 이명박 정부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댔다. 그는 G20 의장국으로 ‘공정사회’를 외쳐대는 MB정부가 실은 ‘부패공화국’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박선영 대변인은 국민의 40.1%가 부패척결을 위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MB정부는 사면권만 남발하고 있으니 부패가 척결될 리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군납품비리, 교육비리, 특채비리 등 ‘대한민국은 이미 비리공화국’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인사청문회와 ‘4대 필수과목’
2010년 한국정치를 되돌아보면 우리는 ‘4대 필수과목’이란 유행어를 만나게 된다. 시쳇말로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이나 기타 큰 자리를 하려면 ①위장 전입 ②군 면제자 ③위장 투기 ④탈루 등 이 네 가지 정도는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통과가 된다는 말이 돌 정도로, 국무위원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면 어김없이 불거진 후보자들의 비리 항목을 패키지로 아우른 말이었다. 이들에게는 단지 ‘몇 과목을 이수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사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위장전입은 죄의 축에도 끼지 못했다. 위장 전입이나 논문 표절 같은 것은 아예 죄를 물으려 하지도 않았다. 더욱 가관인 것은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자녀교육용은 양해하되 재산증식은 안 된다는 내부기준이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위장전입 문제는 3년 이하의 징역에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는 매우 일종의 중범죄형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언제부턴가 ‘유전(有錢) 면제, 무전(無錢) 복무’, ‘고위층 면제, 서민층 현역’이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병역면제는 고위층의 필요충분조건처럼 자리잡기 시작했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내각의 군 면제 비율이 24.1%(일반인의 현역 복무 비율은 89.8%, 면제는 2.4%에 불과), 일반인의 10배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병역 양극화’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병역면제가 고위층 안에서 본인뿐만 아니라 자식 세대에도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병무청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의 경우 장관 자녀들에 대한 병역면제율은 국민 평균면제율보다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형님예산?마누라예산’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종
연말 예산안 전쟁 가운데 정부여당의 권력실세들만큼은 최대 수혜를 본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수혜자는 한나라당의 이상득 의원이었다. 매년 가장 많은 지역구 예산을 확보해 ‘형님예산’으로 야당의 비난을 받았던 이상득은 2010년에도 지역구(경북 포항남·울릉)의 예산을 가장 많이 확보해 논란을 빚었다. 2011년 ‘형님예산’을 살펴보면 포항-삼척 철도건설(700억 원), 울릉도 일주도로(50억 원), 과메기 산업화 가공단지(10억 원), 포항공대 4세대 방사광 가속기 구축 사업(200억 원) 등 16개 사업들 대부분이 증액돼 통과됐으며 총 사업비 규모가 1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예결위원인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계수조정소위에 참가하면서 2011년도 정부 예산에는 2가지 성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나는 4대강 예산, 다른 하나는 ‘형님 예산’이었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은 4대강과 포항 예산은 신성불가침처럼 여기고 (우리가) 삭감을 주장하면 흥분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한편 날치기 예산안 내용 가운데서 형님예산과 쌍벽을 이룬 논란거리는 바로 ‘마누라(영부인)예산’이었다. 당시 각종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차지한 마누라예산은 바로 영부인 김윤옥 여사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조배숙(민주당 최고위원)은 새해 예산안 날치기 과정에서 ‘뉴욕 한국식당’ 예산 50억 원을 함께 처리한 것과 관련해, “형님예산만 아니라 마누라예산도 챙긴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뉴욕 한국식당 예산은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과 일부 한나라당 의원의 강력한 반대로 사실상 백지화됐던 예산이다. 당시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모 대기업에서 뉴욕에 고급 한식당을 냈다가 지금은 철수했는데 정부에서 하면 기업들의 경영을 능가할 수 있겠냐”고 반박했고,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도 “일반식당은 모르겠지만 고급식당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냐”며 예산안 책정에 반대했다. 이주영 예결위원장도 이 예산에 대해 ‘보류’를 결정했지만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면서 원안대로 50억 원을 책정했다. 한식재단은 김윤옥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한식세계화추진단’에서 맡아하던 사업을 그대로 이어 받아 진행하고 있는 조직으로 광우병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운천 전 농림부장관이 이 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있었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예산안 날치기 통과를 강행하면서 ‘형님예산’과 ‘영부인(마누라)예산’은 꼼꼼히 챙긴 대신에 영유아 예방접종 예산을 삭감하고, 218억원의 예산이 없다며 방학 중에 굶는 아이들의 지원금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이런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니 공정사회니 하는 것을 표방하는 것은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군 미필 또는 기피자이고 위장전입?부동산투기?세금탈루?논문표절자라는 사실과 ‘형님예산?영부인예산’으로 상징되는 권력자들의 전횡 앞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실종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조승수 의원의 ‘형님예산 방지법’
2011년 1월 19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예산안 날치기와 특정 지역에 예산을 몰아주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속칭 형님예산 방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조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에 따르면 예결위 소위를 거친 예산안이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의결하기까지 최소 48시간이 경과하도록 지정해 예산안 날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했다. 이 시간동안 의원들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원안이 국회 심사과정에서 어떻게 수정되었는지 검토할 시간을 벌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48시간 내 봉쇄하게 된다. 또한 개정안은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예산원안의 수정하는 경우에는 그 수정을 제안한 의원과 변경사유를 명시토록 해 국민 혈세가 특정 정치인의 이해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도록 했다. 또한 개정안에는 시민사회와 관계전문가들로 하여금 ‘예산국민모니터단’을 구성하고, 이들이 예산심사 전 과정에 대해 직접적인 참여와 감시가 가능하도록 해, 예산심의의 투명성을 높이기도 했다.
조승수 의원은 “2011년도 예산안 날치기는 정권 실세들에게는 희망과 기쁨이었는지 몰라도, 다수 서민들에게는 절망과 분노만 안겨주었다”며, “날치기 재발 방지와 예산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이번 개정안이 시급히 처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패인식지수(CPI) : 절대부패에서 갓 벗어난 대한민국
반부패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세계적 권위의 비정부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매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라는 것을 발표한다. 부패인식지수는 조사대상 국가의 관련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각 국의 공직사회와 정치권 등 공공부문이 얼마나 부패했다고 인식하는지를 조사해 평가한 지표다. 점수가 낮을수록 부패가 심하다는 의미이며, 50점대는 ‘절대부패에서 벗어난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 1995년 시작된 조사(10점 만점)에서 4점대에 머무르다 상승세를 타 2005년 5.0점, 2008년 5.6점으로 올라섰다. 이후 2009년 5.5점, 2010∼11년 각각 5.4점으로 주춤했다. 100점 만점으로 바뀐 2012년에는 56점, 2013년과 2014년은 55점을 받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은 평균 6.97점으로, ‘전반적인 투명상태’를 나타내는 7점대 점수를 목전에 두고 있는 반면, 5점대 점수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는 ‘절대부패에서 갓 벗어난 상태’인 것이다. 한편 부패순위를 살펴보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40-39-39-43-45-46위’로 정체하거나 하락했다. 2009년 39위였던 것이 이명박 정부가 ‘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4자방)’ 투자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2011년 43위로 밀려난 뒤, 5년이 넘도록 40위권 밖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MB식 친서민 중도실용의 실체 = ‘불행한 대한민국 + 서민 죽이기’
<< 대통령의 시간 >> 10장을 보면, 이명박은 자신이 얼마나 친서민적인 대통령인지를 보여주려고 엄청 애를 썼다는 것을 역력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보여주기일 뿐이다. 많은 통계 수치는 이명박 정부가 반서민 정부라는 것을 잘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알고 있다시피 대한민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성장과 발전을 위해 고생해온 결과 수출대국도 됐고, 2만불 시대도 열었으며, OECD 가입국도 되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소득 불평등, 사회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세계 최고의 불평등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도 하다. 고용 없는 성장, 비정규직 노동의 급증, 취약한 사회복지안전망, 사회적 계층 이동의 고정, OECD 34개 국가 중 연평균 노동시간 1위( 2,193시간) 등 한국사회는 1인당 국민소득 2만3천6백달러(2012년 기준)에 걸맞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 평화체제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살률 1위, 청소년 자살률 1위, OECD 회원국 중 아동·청소년의 ‘주관적 행복도 조사’ 꼴찌, 노인자살률과 빈곤율 1위 등의 지표도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2012년 12월 미국 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국민의 행복지수 순위는 그리스, 몽골, 카자흐스탄, 체코 등과 같은 순위인 97위를 기록했다. 한국인들의 국민행복지수가 낮은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인들은 왜 행복해하지 않는 걸까? 대다수 국민들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경제성장이나 선진국 진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 국민이 이토록 행복지수가 낮은 데는 첫째로 고용불안, 소득수준의 양극화 등의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큰 이유이다. 둘째로는 주부들의 정신건강 악화, 가정의 해체, 부부 다툼, 이웃과의 소통 부족 등 인간관계 요인이 차지한다.
기득권층은 사회공동체의 장기적 이익과 사회 안전성보다는 끊임없이 단기적 자기이익과 ‘그들만의 천국’을 수호하기 위해 여전히 여념이 없다. 그럴수록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이 조장되고, 무임승차와 지대추구에 국민 모두 몰입하는 상황으로 사회는 빠져 들어간다. 이처럼 불행한 대한민국에서 서민들의 물질적, 정신적 삶이 점점 더 피폐해져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