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타임스] 대자보, 거슬리나요?, 강승민 기자

대자보, 거슬리나요?

민주화와 공론의 장, ‘대자보’

연세대학교 학생 사회는 6월 민주항쟁 등 굵직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며 성장했다.

특히 ‘대자보’ 문화는 연세대 학생 사회의 저변을 넓혀왔다고 평가받는다. 본교인 신촌 캠퍼스 뿐 아니라, 사실상의 분교라고 불리는 연세대 국제 캠퍼스에도 많은 수의 대자보가 게시되어 있다.

 

▲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언더우드기념도서관 Y플라자에 위치한 벽면에 많은 수의 대자보가 개제되어 있다. ⓒ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강승민 기자

‘대자보(大字報)’는 중국 인민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때 내붙은 큰 종이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생들이 군사 정권의 압제를 피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수단으로, 대자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신분을 밝히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이 대자보 문화의 큰 축을 담당한다.

특히 연세대는 페미니즘이나 LGBTQ 논의에 가장 열려있는 학교 중에 하나로 여겨진다. 이에 더해 대자보를 통해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을 고발하는 등, 학생 사회에서 유일무이한 공론의 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다.

“대자보, 이건 아니야”
대자보 문화에도 변화 필요

그러나 대자보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속속들이 확인되고 있다. 연세대에 재학 중인 한 익명의 인터뷰이는 “공개적인 의사 개진이 분명 필요하긴 하지만, 투표를 통해서도 충분히 정치적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대자보가 게시되는 장소가 공공장소임을 지적하며, 성숙한 민주시민이라면 미관을 고려해 일정 기간 후 자진 철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함을 역설했다.

실제로 대자보가 교내 환경과 미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는 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이야기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에 재학 중인 이진(18·가명)군은 모두가 자신만을 생각해 대자보를 남발하면 교내 환경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게시 과정에서 민주적인 원칙과 절차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대자보(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언더우드기념도서관). ⓒ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강승민 기자

대자보의 목적과 방향이 달라져야 함을 이야기한 학생들도 많았다. 김수현(19·가명)군의 경우, “자신의 깊은 철학을 가지고 글을 썼으면 싶은데, 자기 처지를 고발하는 류의 대자보만이 눈에 띄어서 불만”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인터뷰이인 김인성(19·가명)군은 “자신의 감정을 배설하는 식보다는, 대자보가 학생들 사이의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며 대자보 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대자보의 ‘오늘’과 ‘내일’
학생 사회가 대자보에 대해 터놓고 얘기해야

대자보에 대한 상반된 시각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은 차치하고서라도, 한국 사회 민주주의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해 온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바이다. 연세대 사학과에 재학 중인 신영우(20·가명)군은 “대자보는 자신의 생각을 만인에게 드러내 보이는 행위라는 점에서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며, 이를 통해 지나가는 행인 하나하나가 자성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대자보로 상징되는 용기와 양심이 한 시대를 지탱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대자보에 대한 개별적인 불만과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도, 그것의 긍정적인 면을 인정했다는 점이 ‘소통’이 가능함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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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sticei.or.kr/732?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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