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끝났어도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 청년 창업가 허승을 만나다 -
17년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이 11%를 돌파했다. 최악의 구직난 속에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라는 미명 하에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유했었다. 그러나 탄핵으로 인해 창조경제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창업 5년 안에 70%가 넘는 자영업자가 문을 닫는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불확실한 창업보다는 여전히 취업문을 두드리고 있으며, 나아가 더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 등의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영업자 생존률(%)
자료: 중소기업연구원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 오히려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창조경제는 끝이 났어도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20대 청년 창업가가 있다. 기자는 신촌의 한 카페에서 허승 씨를 만났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을 앞둔 허승이라고 합니다.
- 어떤 창업을 준비하고 계시고, 왜 그 분야를 선택하셨나요?
여행 짐 보관 서비스 런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여행객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객도 매년 증가하면서, 관광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에 반해 국내에는 아직 관광객들을 위한 서비스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서비스들 중에서도 여행객들에게 항상 불편함을 주는 짐 보관에 대한 서비스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제 꿈을 이루고 싶어서 선택하게 되었는데요,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치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런 목표를 이루려면 창업을 하는 게 빠른 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업을 해도 그런 목표를 이룰 순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하지 않는 저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었거든요. 그러려면 아무래도 제 자신이 주체가 되어서 진행하는 창업이 가장 빠른 길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한 사람에게라도 귀감이 될 수 있는, 그런 수준의 인간이 되어서, 그 사람이 ‘아, 나도 창업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어요. 나아가 취업과 창업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방금 말한 ‘선한 영향’에 대한 좀 구체적인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 앞으로의 대략적인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사업에 대해서 말하자면 지금은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잠재 고객을 어느 정도 확보하면서 아이템을 검증하는 기간이에요. 이후에 검증이 되었다 싶으면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보고, 실제로 시장에 내놓는 작업을 할 계획입니다. 검증 기간은 7월까지로 잡아 놓았고요, 검증이 끝나고 올해가 가기 전에 웹사이트를 통해 정규 서비스를 시장에 런칭할 생각입니다. 웹을 통해 사용자를 확보한 뒤에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줄곧 두려움에 떨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취업은 그래도 어느 정도 정해진 방식이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창업은 그런 게 없거든요. 하나하나의 사례가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 다르기 때문에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도 완전히 떨쳐버린 것은 아니고요.
-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혹 수혜를 누렸거나 영향을 받은 게 있나요? 이것이 지속되어야 할까요?
창조경제는 의도는 좋았지만, 내실은 크게 없는 패러다임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저는 학업과 창업 준비를 병행했기 때문에 딱히 수혜를 누린 건 없어요. 사실 이제 와서 보면, 창조경제 자체도 사리사욕을 위해 펼쳐진 정책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 그다지 좋게 생각되진 않네요. 아마 이러한 이미지 때문에 일각에선 기껏 확충된 스타트업 인프라가 다시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창조경제를 만든 의도를 무조건 나쁘게 보기 보다는, 좋은 의도도 분명 있었으리라 보고 싶고요,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완전히 폐기하진 말고, 앞으로도 잘 수정·보완돼서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대다수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나 구직에 매달리면서 취업난을 겪고 있는 현 세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를 타계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너무 획일적으로 가는 것 같아 같은 청년으로서 정말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주변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다, 격변기다”라고 외치며 속도를 내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미래인 청년들은 한 가지 길만 가려고 하는 게 많이 안타깝네요. 아마 그 길이 가장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 생각해서겠죠.
우리나라도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장려책을 내놓고 있지만, 저는 청년들이 다양한 길을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진정한 해답이라고 생각해요. 나는 이런 길로 가야지, 저런 길로 가야지 하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고, 그에 걸맞게 많은 정책들이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는 거죠. 특히 많은 청년들이 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무엇보다도 비정상적인 근무환경, 비정상적인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등을 해소되는 정책들이 선행되어야, 청년들이 노량진으로 달려가는 걸 멈추고 자신만의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으리라 봐요.
- 정부나 정치권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실패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나라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실패에 대해 관용적이지는 않잖아요? 규제 같은 것은 완화가 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사람들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정치인같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준다면, 다른 사람들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사진 출처: http://blog.naver.com/kwonsw3388/220808353558
- 창업을 고민하거나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지금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조금 더 치열하게, 그렇지만 짧게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왜 창업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해보고, 그 다음에 지금이 내가 창업을 해야 할 시기인지를 고민하셨으면 좋겠어요. 일단 마음을 먹었다면 그땐 잡다한 고민은 치워버리고, 부딪혀보는 거죠. 만약 지금이 창업을 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되더라도,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때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자신을 더 갈고 닦아 나간다면, 언젠가 반드시 그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용훈기자 lion920716@nate.com
출처: http://www.justicei.or.kr/728?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