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타임스] 취업 보장 계약학과? 취업'만' 보장되는 곳이었다, 한원석 기자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취업 보장 계약학과? 취업‘만’ 보장되는 곳이었다”

 
 
요즘 같이 청년들이 취직하기 어려운 시기에 취업이 보장되는 학과가 있다면 많은 학생들이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이지 않을까. 실제로 국내 이공계 대학원에서는 이러한 학과들이 ‘계약학과’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과 대학이 협약을 체결하여,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게 대학이 학생을 교육시킨 후 해당 기업에서 일하게 하는 방식이다. 계약학과는 크게 ‘재교육형’과 ‘채용조건형’으로 나뉜다. 재교육형 계약학과는 이미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이 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음으로써 기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후 다시 기업으로 돌아오도록 하는 방식이다.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아직 취직하지 않은 학생이 취업을 보장받고 대학원에 입학하여 기업이 필요로 하는 내용의 교육을 받은 뒤에 졸업과 동시에 기업에서 일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취지나 운영되는 방식만 들으면 취업난 해결에도 기여하고 인재의 전문성도 기르도록 하는 제도이니 굉장히 좋게 들릴 수 있다. 산학 협력이나 중소기업 지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중소기업 살리려고 대학하고 연계하는 사업인가보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국내 이공계 대학원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기업들 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기업의 계열사들도 적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입학만 하면 인생이 풀릴 것 같이 보이는 계약학과에 실제로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그저 그렇게 만족하며 지내고 있을까. 억울한 경우를 겪지는 않는지, 부조리함은 없는지 이공계 계약학과 대학원생들에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재교육형 A씨 : “회사 규정이랑 대학 규정이 안 맞으면 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
 
첫 번째로, 회사 규정(ex. 복지, 근태 등)과 대학원 규정이 충돌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입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의 연차 규정과 대학원(학생은 연차가 없음)의 연차 규정이 부합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 지도교수의 재량으로 처리를 한다면, 어떤 계약학과 학생이 연차를 정당하게 쓸 지 의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것들이 교수의 재량 또는 회사의 재량으로 처리됩니다. 이는, 회사와 대학원이 win-win 하자는, 정작 내실은 없는, 허울 좋은 틀에 불과할 뿐입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둘째로, 계약학과 학생은 자신의 소속에 대해서 명확하지 못합니다. 실질적으로 같이 생활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대학원 소속이냐, 회사 소속이냐‘ 이런 한심한 편가르기를 합니다. 대학원 소속이라고 하면 “회사랑은 등을 져라”라는 분위기이고, 회사 소속이라고 하면 “그렇다면 대학원에서 진행되는 일에서 빠져라”라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이 고충에 대해 말을 하여도 회사도 대학원도 학생들에게 ’네가 재량껏 잘 해라, 힘들겠다‘ 이런 무책임한 말 뿐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계약학과 학생들이 어떤 주장을 펼 수 있을 것이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채용조건형 B씨 : “기업이 원하는 학생 키운다면서 정작 학생인 나한테는 왜 기업이 원하는 게 뭔지 안 알려주나”
 
계약학과는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그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원의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하지는 않으나 계약학과에 관한 업무 태만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해당 법률 제2장 13조 2의 2항(1. 산업교육 교재 및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 2. 산업교원에 대한 교육 및 연수 3. 산업교육기관 간의 협력망 구축 및 운영 4. 그 밖에 산업교육 활성화에 필요한 사항)에 해당하는 부분은 3번을 빼고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원 계약학과는 학교-교수-학생 사이에서 학생은 그냥 적당히 일을 시키다가 내보내면 되는 정도로 생각되고, 또 그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학습주체로서의 학생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계약학과 학생에게 계약 기업에서 원하는 업무와 연구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기업이 원하는 교육 내용이나, 지도교수가 지도전반에 관하여 기업 측에 프리젠테이션한 내용을 학생 역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학생도 졸업 후 가서 할 일에 대해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익혀둘 수 있습니다. 계약학과는 기업에서 원하는 학문적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대학원과 기업이 협력하여 선발 학생들에게 한하여 해당되는 학과 과정을 개설 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교육내용에 대해 아무것도 전달 받지 못하고 대학원과 기업은 알고 있는데 정작 배우는 학생만 마치 눈 가린 장님 같은 상태로 목적의식 없이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주 추상적인 안내라도 좋습니다. 어느 정도 사전에 교육내용에 대한 개별적 공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의 원인은 주먹구구식 선발과정”
 
선발 과정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계약학과 학생들은 교수님과의 사전 컨텍(Contact)이나 연구실의 분위기 등을 알아볼 시간이 없이 학교와 기업에 의해 입학합니다. 또 교육과정 중에 지도교수를 바꾸고 싶다거나 연구실을 바꾸고 싶다는 건의조차 할 수 없게 만들어 놨습니다. 제가 한 학기동안 허드렛일 말고는 교육이라고 받은 내용이 없고, 첫 학기부터 논문지도 수강을 요구하며, 허술한 학사 및 수업내용에 대해 건의 하였으나 지도교수의 태도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지도교수 교체를 요구하였으나 관련 담당자는 본인의 실적에 문제가 생기는 것에만 급급해 하고 어떻게든 문제를 덮으려고만 하였습니다. 저는 이것이 선발 과정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에서 어떤 과정을 좀 더 깊이 있게 배운 사람을 선발하고 싶다면 일단은 지도교수와 연구실은 지정하지 말고 기업과 대학원 입학처 측만 교육내용에 대해 합의하고 참석하여 면접을 보고 학생을 선발해야 합니다. 대학원 입학처는 기업에서 원하는 커리큘럼에 대해 매칭 될 수 있는 연구실이나 교수님을 사전에 2~3개 팀 이상 선발 한 뒤 학생에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도 해당 연구실에서 원활하게 생활할 수 있고 자기에게 좀 더 적합한 곳을 찾아 더 열심히 공부 할 수 있습니다. 이후 협의 하에 박사과정을 가거나 또는 혹여라도 연구실을 옮겨야할 피치 못 할 상황이 생겼을 경우 입학 시 고려했었던 다른 연구실과 교수님께 연락해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선발한 학생을 지도교수도 못 바꾸고 연구실도 못 바꾸게 해놓고 교육을 시킬 것이면 사전에 해당 연구실과 교수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저를 지도하신다던 분은 제가 들어왔을 때 이미 대학에서 파면당한 상태였습니다. 차선으로 저를 맡은 지도교수는 계약학과에 대한 이해 부족, 지도의지 부족, 전공불일치 등 한 두 가지가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학교로부터 무조건 참으라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기업에서 교육을 맡겼다는 업무도 교수가 직접 지도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학교는 계약학과 학생들에게 이행사항에 대한 것만 강조합니다. 학생 처우에 관한 부분이나 연구실 실태에 대한 사전조사, 교원의 선발 및 교육, 학사의 적절한 공지 이런 것들은 학교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들이 아니겠습니까. 계약학과는 그냥 허울만 좋은 껍데기입니다. 여기저기 말하기는 좋으니 학교에서도 유지는 하고 싶은데 실질적으로 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대학-기업 매칭을 학생이라는 끈으로 해놓는 정도에 불과 합니다. 유명무실한 교육과정에 대해서 모든 피해는 학생이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과학기술계에서 ‘학연생’의 처우에 대한 이슈가 화제였다. 학연생은 공공연구기관과 일반 대학(사립 포함) 간 협약을 통해 양쪽에 적을 두고 연구와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원생을 뜻한다. 많은 학연생들이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사이에서 ‘이 장단에도 맞추기 어렵고, 저 장단에 맞추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일부 계약학과 학생들도 학연생들과 비슷한 입장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 계약학과 학생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계약학과 학생에 대해 학교와 기업 모두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기사의 첫 부분에서 언급한 계약학과의 당초 취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국내의 모든 계약학과가 이렇게 부조리하게 운영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래서 공론화를 하지 않고 대학, 기업, 교수, 대학원생 간의 허심탄회한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생은 과학기술계에서 절대 약자의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에 대학원생 스스로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비치기 어렵다. 이런 소수의 케이스들 하나하나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개선해나가는 데 기여하는 것이 학생 개인과 계약학과로써 구현하고자 하는 사회 모두를 위한 일이다.
 
한원석 기자 (g16501@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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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sticei.or.kr/701?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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