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타임스] 보건복지부? '노동착취'부!, 정민수 기자

보건복지부? '노동착취'부!

-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며 노동 착취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

 

 

ⓒ 미래정치센터

 

 

 

 

통계청이 올해 1월에 발표한 『2016년 고용 동향』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노동자(취업자) 수는 약 2,600만 명이다. 이 중 고용주 또는 자영업자 등을 제외한 임금근로자의 수는 전체 노동자 비율의 약 74%에 이르는 약 1,900만 명이다. 즉, 일하는 사람들 4명 중 3명은 노동에 따른 임금을 받고 일하는, ‘임금근로자’인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근로조건의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법인 ?근로기준법?의 준수는 근로자들에게 목숨과도 같은 문제이다. 이 때문에 최근 이랜드 그룹의 근로기준법 위반 및 노동착취 사건은 수많은 다른 임금근로자들의 분노를 일으켜 대규모 불매운동으로 번졌으며, 이에 따라 이랜드는 그룹 차원의 공식 사과를 하고, 논란을 일으킨 이랜드 파크의 대표를 해임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위반이 사기업뿐만이 아닌, 중앙행정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의해서 ‘활동보조인’을 대상으로 자행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활동보조인이란?

활동보조인이란 보건복지부 주관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 중 하나인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의 활동 지원인력이다.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는 만 6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장애인복지법」상 등록 1급~3급 장애인인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이며, 이 서비스의 활동 지원인력인 활동보조인은 장애인의 신체ㆍ가사ㆍ사회활동을 지원한다.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이 발표한 「2016년 활동보조현황 자료 분석」에 따르면, 전국의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이용자는 약 6.3만 명이나, 활동보조인 수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약 5.5만 명이다. 활동보조인 1명당 중증 장애인 1명 이상을 맡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 더하여, 활동보조인들은 국가 주관 사회복지 서비스의 제공인력인 동시에 명백히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임금근로자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보건복지부에 의해 법정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

 

어떻게 근로기준법 위반이 이루어지나

「최저임금법」에 따른 2017년 최저시급은 6,470원이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18조 3항에서는 1주 동안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제55조에 따라 주 1회의 유급휴일, 즉,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관행적인 일반 임금근로자를 기준으로 하여,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중간 휴식시간 1시간 포함) 일 8시간, 평일 주 5일을 결근 없이 한 달 동안 최저시급을 받고 일하는 경우, 최저시급에 주휴수당이 포함된 약정 시급은 7,764원이다.

 

이에 반해, 활동보조인들이 실제로 받는 시간당 수가는 위 약정 시급을 한참 밑도는 약 6,930원이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 활동보조인의 시간당 서비스 수가를 9,240원으로 책정하였는데, 이 비용은 온전히 활동보조인에게 지급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최소 75% 이상을 활동보조인에게 지급하라는 지침만을 내렸을 뿐, 9,240원 중 약 25%는 활동보조인과 서비스 수급자인 중증 장애인을 연결하고, 서비스를 위한 각종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활동 지원기관’이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남은 75% 정도의 금액만을 활동보조인들이 임금으로 받는 것이다. 활동보조인의 임금은 사실상 포괄임금제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활동보조인이 활동 지원기관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기본급을 최저시급으로 정한다. 그리고 주휴수당을 포함한 각종 법정 수당은 활동보조인에게 할당된 시간당 서비스 수가인 약 6,930원과 최저시급인 6,470원 사이의 차액인 약 460원으로 보전해버리는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얼마나 부족한 임금을 받고 있나

활동보조인들이 위에 언급한 관행적인 일반 임금근로자보다 얼마나 못 미치는 월 임금을 받고 있는지 직접 비교하기 위하여, 활동보조인 역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중간 휴식시간 1시간 포함) 일 8시간, 평일 주 5일을 결근 없이 한 달 동안 일하는 경우로 계산해 보았다. 이 경우 일반 임금근로자의 월 임금은 135만 2,230원, 활동보조인의 실제 수령 월 임금은 120만 5,820원이다.

 

[(최저시급)×(유급휴일을 포함한 총 월 근로시간)=6,470×209=1,352,230]
[(활동보조인 실제 수령 시급)×(근로시간 : 포괄임금제에 따라 유급휴일 시간을 제외한 순수근로시간, 365÷7÷12×5×8≒174시간)=6930×174=1,205,820]

 

따라서 활동 보조인들은 근로기준법이 준수된 상태에서 최저시급을 받는 임금근로자에 비해서도 약 14만 6,410원이 부족한 임금을 받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며, 주휴수당 미지급에 따른 임금 체불에 해당하는 동시에, 활동보조인의 노동권을 짓밟는 행위이다.

 

겉과 속이 딴 판인 보건복지부의 대응과 태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안내」에서 보건복지부는 “활동 지원인력과 활동 지원기관의 장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조건 등 근로자 보호 관련 법령상 내용을 준수하여야 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같은 문서에서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인력관리 안내」 ‘사회서비스정책과-3835(2012.12.31.)’호를 준용하여 활동보조인 처우 개선에 적극 노력하여야 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활동보조인들이 근로기준법 준수 및 이를 위한 수가 인상을 요구하자,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에 의해 예산편성이 이렇게 되었다며, 책임을 기획재정부로 떠넘기려고만 하는 대응을 보인다. 이처럼 보건복지부 스스로 공문서상에는 활동보조인에 대한 근로기준법 준수와 활동보조인의 처우 개선을 말하면서, 정작 근로기준법 위반을 자행하고 있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태도와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활동보조인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아야 할 한 명의 ‘인간’, ‘근로자’가 아닌, 그저 사업 수행을 위한 ‘도구’로 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 아직 멀었는가...

기사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국민의 대다수는 모두 ‘노동자’이다. 그런데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심은 매우 낮다. 아직도 ‘노동’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빨갱이’, ‘마르크시즘’이라는 단어와 쉽게 연관되며, 부정적 인식과 거부감의 지독한 프레임에 갇혀있다. 그러나 그 단어들의 대척점에 서 있으며, 한국이 경제체제로 택하고 있는 자본주의 역시 노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노동 없는 자본은 존재하지 않고, 자본은 노동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밝히며, ‘노동권’을 명시하고, 인간의 생존권적 기본권으로 노동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드러난 이랜드 사태 외에도 노동자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와 같은 근로기준법이 준수되지 않는 노동현장이 아직 수도 없이 많다. 최저시급을 지급하지 않는 곳은 기본이며, 주휴, 연장, 야간, 휴일 수당의 완전한 지급은 아직도 꿈만 같은 이야기이다. 이 모든 것이 헌법에 근거하여,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에 명확히 적혀있고, 2017년의 한국은 법치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위반은 당연한 듯이, 그리고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이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런데 그 관리ㆍ감독 주체인 정부부터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데, 사적 영역에 속한 기업과 아르바이트 고용주들에게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복지’는 국민 개개인이 기본적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으로 설립된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정작 인간의 생존권적 기본권인 노동권을 짓밟으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노동착취를 자행하는 것은 설립 목적의 자기 부정이자, 존재가치에 대한 명백한 자기부정이다.

 

2017년, 우리는 현재 정부부처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활동보조인제도가 시행된 지 정확히 10년이 된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활동보조인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을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방관해왔다. 보건복지부가 이제는 이러한 방약무인한 태도에서 벗어나, 활동보조인들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리를 끊어냄으로써,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정민수 기자 haki9878@naver.com

sns신고


출처: http://www.justicei.or.kr/684?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