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유쾌한 동네 청년, 김성년 의원을 만나다
이전에 없던 무더위로 시름하던 대구의 어느 날, 수성구 의회에서 김성년 수성 구의원(대구시 당 부위원장)을 만나기로 했다. 수성구청을 향해 걸어가다 보니 수성구립 범어도서관이 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푸른 유리창은 시원함 느낌을 주었고 젊고 경쾌한 느낌의 경관을 선사해주었다. 많은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도서관을 향하고 있었다. 수성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기에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수성구청으로 들어섰다.
달구벌 대로변에 위치한 대구 수성구의회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고 싶어요
오공차(이하 오): 먼저 최근에 중점을 두고 하는 지역구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의원 : 그 질문이 가장 어려운 것 같은데요.(웃음) 국회에 비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일이 규모는 작죠. 하지만 주민들 생활 모든 부분에 깔린 문제들을 다 검토해야 되고, 정의당 의원분들은 의회에 간혹 한 두 분 정도 있을 때가 대부분이라, 나눠서 영역을 분담한다거나 관심사만 집중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몇 년 이상 쭉 파고들면 좋은데, 그렇지 못하는 측면이 사실 있죠.
초선 때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어요. 재선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게 국민과의 소통이에요. 요즘 정부에서도 3.0 그런 얘기를 하잖아요. 정부차원에서는 국민과의 소통, 정보의 공개,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것에 대해 선언적으로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실제로 많이 안 되고 있어서 문제죠.
지방자치단체는 더 심하거든요. 실제로 큰 규모의 사업이나 주민들의 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업 정도 되면 주민들한테 의견도 묻고, 이 사업을 하면 어떨지,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게 제일 좋잖아요. 물론 선출된 단체장이 결정하는 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겠지만. 규모가 큰 사업이나 일에 대해서는 주민들한테 직접 물어보고 해야 하는데, 시스템이 안 되어 있어요.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행정을 어떻게 하면 좀 더 확장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이 쉽지는 않아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행정,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건설, 행정, 복지, 보건 등을 다 해야 되지만 저도 사람이다 보니깐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다 보니깐, 중점적으로 관심이 가는 계층은 있죠. 나이 드신 (의원)분들 같은 경우에는 어르신들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관심이 많고 저는 아무래도 학생들, 어린이 등의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교육 같은 경우에, 다들 아시겠지만, 교육 1번지 이렇게 얘기 하지만 실제로는 사교육의 1번지잖아요.(웃음) 공교육의 1번지와는 거리가 멀죠. 교육 1번지가 되는데 있어서 지방자치단체가 한 역할은 약하죠.
사실 교육은 교육청 담당이다 보니깐 시에서 관할하지, 구에서 사실 관할을 못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조금은 더 관심을 가지려고 하고, 구에서 할 수 있는 도서관이라든가, 애들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집이라든가 그런 쪽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있죠.
권석환(이하 권): 의원님께서 지역 의회의 묻지마 선출을 반대하시고 개선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의원 : 교황식 선출방식이라 함은 후보자가 없는 걸 말해요. 전국적으로도 아직도 3분의2 정도는 교황식 선출방식을 따르고 있어요. 사실 장단점은 다 있어요. 예전에는 수성구에 의원이 20명이면 바로 의장선거를 합니다. 백지투표지를 주고, 거기에 자기가 의장을 했으면 좋겠다는 사람 이름을 적는 거거든요. 그래서 과반수가 넘기는 사람을 당선시키는 거죠. 이게 뭐냐면 원래 취지는 의원 수 20명 모두 다 의장될 자격이 있고 부의장을 할 자격이 있다는 말이에요. 단점이 있다면, 제가 초선 처음 왔을 때 저는 새누리당도 아니었고 그땐 후보 등록도 아니었으니까 누가 의장 후보를 하는지 대충 분위기만 있는 거지 누가 하려는 건지 모르겠는 거예요. 누가 싸우는지도 모르겠고... 상임위원장 선출로 가면 더 심해져요. 제 자신이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변화가 필요하겠다. 간혹 어떤 의회에서는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까지 직접 후보 등록을 하는 데가 있었고 그런 추세로 조금씩 바뀌려고 하는 분위기여서 이런 주장을 했던 거죠.
건전한 사고를 지닌 시민들과 일을 내고 싶어요
김찬혁(이하 김): 재선의원이시니까 그 동안 의정 활동을 돌아보셨을 때, ‘아 이건 정말 잘 한 것 같다’거나 ‘이건 좀 아쉽다’하신 점들이 있으실 거 같은데 어떠신가요?
의원: 잘한 일이라면 첫 번째는 밖에서 볼 때는 굉장히 사소한 것일 수 도 있는데, 현실적으로 보면 응당 그렇게 해야 되는 일들, 그런 것들 의회 내부에 잘못된 관행들을 바꾼 일을 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는 여권 성향이 다분한 수성구의회에서 첫 번째 진보정당의원으로서 진보정당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내에게 진보정당과 진보정당 정치인에 대해 인식을 바꿨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거 같아요. ‘아.. 점마들이라고 다 머리에 뿔 달린 거 아니네,, 이런 인식’(웃음) 공직사회나 관변단체 같은 곳에요. 소통의 물꼬를 튼 거죠.
마지막 한 가지 들자면 저의 제일 큰 공약기도 했던 도서관을 만들기를 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100% 제 힘으로 한 건 아니지만요.
아쉬운 점은... 진보정당에서 일하는, 진보정당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점인데요. 나만 수성구에서 5선, 6선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 혼자 재선하고 5,6선 한다고 지역사회가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당 당 주변의 시민단체나 건전한 사고를 가진 시민들과 지역에서 일을 만들어 내는 일들이 필요해요. 혼자서 의회 들어와 있다 보니깐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뭔가 지역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들에 참여를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의원으로서의 해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거 같은데, 그런 걸 못하고 있는 게 아쉬운 부분이에요. 그 부분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고민이기도 하죠.
권 : 도서관 얘기가 나와서 관련 질문 드리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도서관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하신 계기가 있나요?
의원 : 제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보니 저와 같거나 조금 나이가 많은 젊은 아빠 엄마들, 그런 분들의 의견에 좀 더 관심이 가요. 수요가 워낙 컸었거든요. 그래서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내걸었고, 사실 그 당시 도서관을 이야기하는 후보들이 많았어요. 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많았다는 이야기죠.
힘들지만 직접민주주의를 포기해선 안되죠
오 : 주민참여예산제가 대구에서는 북구와 수성구가 주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의원 : 주민참여제는 예전부터 있었어요. 의무적으로 정부에서 시행하라고 해서 2007년부터 모든 기초자치단체가 시작했어요. 그런데 하라고 하니깐 하지만 아무도 관심도 없고 의지도 없고. 사실 7대 들어와서 시작했죠. 6대 때는 신경도 거의 못쓰고. 7대 들어와서 현황을 봤더니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워낙 없는 거예요.
그 때 주민들의 참여 수단이 딱 세 가지 밖에 없었어요. 하나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민원 넣는 거, 그 다음에 동사무소에 비치되어 있는 건데 주민참여예산제와 관련된 의견을 내는 함이 있어요, 그 다음에 한 3~400명 정도를 기준으로 해서 설문조사를 한 번 돌려요. 이게 다 예요.
수성구는 작년에 첫해에 제가 7대 때 문제 제기하고, 방안은 제시하고 작년에 조례하고 실제로 바꿨죠. 그래서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동별은 30여 명 정도 주민참여예산 위원도 만들었어요. 공무원들하고 그 대표하고 주민들이 관계자들과 주민회의도 하도록. 작년 하반기부터 시행을 했어요. 사실 주민참여제 예산이 얼마 안 돼요.
권 : 한편으론 이런 시각도 있잖아요. 참여가 과연 능사인가, 우선 주민들이 다들 일단 생업에 바쁘잖아요.
의원 : 정치를 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저도 그런 고민이 있거든요. 모든 주민들이 다 자기의사를 내면 참 좋을 텐데. 그러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사업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을 텐데.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민참여제에 가장 대하는 명분이 뭐냐면 단체장도 그렇고 의원들은 주민들의 대표로 당선된 대표자로서 이미 주민들을 만나고 다니고 있는데 또 다른 주민참여제라는 제도 때문에 예산 문제라든지 의원의 권한이 침해된다는 거죠.
과연 직접민주주의가 능사인가.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현실적으로 직장인들은 생업 때문에 관심을 가지기 어렵잖아요. 그러니 동네 유지나 목소리 큰사람들이 계속 의견을 내는 거죠. 그런 사람들만 의견을 내는 그런 위험성이 존재하죠. 그렇지만 저는 희망이 있다고 봐요. 지금 참여가 이 정도라고 하더라도 주민들이 주민참여예산제나 이런 참여 방법들이 있구나 하고 차차 알아간다면, 좀 더 주민참여가 확장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 당장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조금 힘들 수 있죠. 그런 과도기 상태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요. 포기해선 안 되죠.
의정 활동 중인 김성년 대구 수성구 의원
시민들 인식이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 : 의회에서 노점상 단속 문제에 대해 발언하셨네요.
의원 : 노점상은 모든 지역에서 일어나는 싸움이잖아요. 수성구 내에서는 문제가 되는 지역이 한 서너 군데가 있는데 어떤 지역은 진짜 거리 통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데가 있고, 어떤 데는 그렇지 않는데도 있어요. 이걸 단지 법을 위반한 행위, 교통 흐름이나 보행권에 위해를 주고 도시경관을 해치는 행위로 볼 것이냐. 아니면 빈곤한 사람들의 생계문제로 볼 것이냐 라는 부분에서 고민하죠. 정치인들은 선거 때 되면 (노점상들 가서) 다 인사하거든요. 사실은 거기가 다 불법이에요.
그런데 공무원들은 안 그렇거든요. 물론 노점상 분들도 적절하게 행동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계속 다툼이 있다 보니깐 첫해에 요구했던 게 제가 개선하자는 거였어요. 계속 싸우기만 해서 되겠느냐, 부천이나 다른 곳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임시로 허용하는 정책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고 했는데 그때는 다들 듣지를 않더라고요.
몇 개월 대대적인 단속이 이루어졌어요. 그래서 노점상 주인들이 구청장실에 쫓아왔어요. 그 때 밤까지 저는 같이 있었어요. 그때 구청장은 안 들어오고 부구청장이 들어와서 합의를 했어요. 잠시 단속을 보류하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어요. 담당 공무원하고 늦게까지 이야기 하면서 잘 헤어졌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날 아침에 가보니 다시 단속 하고 있는 거예요.
그때 제가 요구했던 게, 크게 두 가지예요. 투 트랙으로 가야한다, 부천처럼. 단속은 하지만 잠정 허용하는, 상생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였어요.
두 번째는 노점상 담당을 바꾸자는 거였거든요. 노점상 단속에 대해서는 도로법 기준으로는 담당이 건설과 인데, 건설과는 과장, 팀장이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 아니고, 기술직, 건설직 혹은 토목직 공무원분들이예요. 그런 분들은 수성구청 공무원이 아니에요. 대구에서 주기적으로 인사를 내시는 분들이거든요. 해당 지역 민원을 잘 모르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제가 이게 아무리 도로법상에서 건설과 담당으로 규정하고 있어도 건설과에서 할 게 아니라 행정과나 도시경관과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때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구청장이 그러더니, 제 작년에 도시경관과로 바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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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점으로 볼 것이냐의 차이에요. 부유하진 않지만 괜찮은 형편의 노점상도 10%정도 돼요. 하지만 그 노점상 때문에 나머지 90%의 생계를 어렵게 해나가는 노점상, 이 사람들을 같이 도매급으로 넘기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법적으로 시 경관에 저촉되는 행위로 보는 관점도 필요하겠지만 생계의 관점, 빈곤의 문제 관점으로도 봐야 해요.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봐야죠. 처음에는 콧방귀도 안 뀌었는데,, 2,3년 지나서 이제는 바뀌고 있고 이제 공무원들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해요.
김 : 최근 지자체 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의원 : 선거 때마다 인식이 다른 사람들이 항상 하는 싸우는 이야기인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진보정당, 정의당 소속이니깐,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지만 최근에 생활임금 관련해서 대구시 워크샵에서 이야기가 나왔었거든요. 구정질문하면서도 구청장에게 물어봤어요. 청소노동자부터 시작해서 청사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들 그리고 보건소에서 일하시는 사역 인부들 인건비 계산을 다 해가지고 갔어요. 우리 구청 청소하시는 분들 하루 5시간 일하시니깐 계산을 해서 70만원을 받는다, 그러면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구청장님 보시기에는 이분들도 누군가의 어느 집에 가장일 수 있고, 누군가를 요양해야 할 수도 있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임금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냐고. 그런 면에서 생활임금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요. 당장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장기적으로 뭔가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거든요. 시에서 생활임금 관련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일단 그것만 해도 큰 장족의 발전이 아닌가 생각해요.
보듬어주고 싶어서 정치를 시작했어요
오 : 궁금한 게 첫 출마 전에 정치인 하게 된 과정과 제일 첫 선거의 낙선 이후 교훈이라든지 당선을 위해 활동하셨던 부분들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의원 : 저도 처음부터 꿈꾼 건 아니었어요.(웃음)사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정치를 하다 보니까 많은 사람들한테 듣는 질문이 그거에요. ‘와 우짜다 정치를 하게 됐노, 왜 하필이면 정의당이고.’(웃음) 저는 그렇게 대답을 해요. 질문하고 답이 뒤바뀌었다고요. 정치를 하려고 진보정당을 선택한 게 아니고 처음부터 진보정당을 해야 겠다 라고 생각을 하다 보니 정치를 하게 된 거죠.
대학 입학해서 만난 선배들이 학생 운동하던 선배들이었고 또 어떤 선배를 만나느냐에 따라 자기의 정체성이 달라지는 거 아니겠어요. 100%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잖아요. 제가 96학번인데 대구에서 96학번이면 학생운동에 마지막 끝물이거든요. 저는 사실 제가 학생운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말하자면, 학생자치활동, 학생회, 학교의 주인이 누구인가, 학생이 학교에 주인으로 활동해야 되는 것 아니냐, 그런 질문을 했죠. 학생회에 신경을 많이 썼던 거 같고, 군대 가기 전까지 학생회 활동을 했었어요.
군대 갔다 오고 나서 학교나 저에게도 변화가 많이 있었어요. 그때 학교 분위기가 이미 많이 변해있었기 때문에 학생회 활동을 안 할 생각이었어요. 복학하고 나서는 나는 공부만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사건이 하나 있었어요. 뭐냐면, 4년 후배, 당시 2학년이었던 후배가 혼자서 학교에서 학생운동을 했어요. 99년부터 전 대학에 들이닥쳤던 게, 학과를 학부제로 바꾸는 거였거든요. 학교의 효율성만 따지는. 학부제를 반대하는 학생들이 참 열심히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 동기들 혹은 선배들이 걔들 힘을 실어주지는 못 할망정 뭐 하러 그런 짓을 하냐 라고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더라고요. 그 때 왜 후배들을 보듬어주지는 못할망정, 다른 짓거리들을 하는 게 너무 화가 나서 후배들 도와주어야겠다는 마음이 갑자기 들었어요.
그런데 그 때 전국적으로 조금씩 일어나고 있었던 게 각 학교마다 민주노동당 학생회를 만들고 있었어요, 그 때, 군대 가기 전에 알았던 형들 중에 몇몇이 그걸 하려고 하고 있더라고요. 아 그래서 이걸 해볼까? 그때 몇몇 선배들과 가입을 했고 그래서 보듬으려고 했던 학과 후배들을 챙길 수 있었고 그게 민주노동당, 진보정당과 연결된 계기가 됐죠. 그때 학생위원회하고 대구시 당 학생위원회도 같이하고, 이러면서 조금씩 더 민주노동당, 진보정당 활동에 더 나서게 됐죠.
낙선 이후의 경험이나 깨달음은 주민들에게 더 다가가야 한다는 거. 정당에서 가지고 있는 매력을 주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적은 거 같더라고요. 정당에서 뭐 한다고 하면 잘 감이 안 오고 거리감 느껴지고. 그래서 주민들을 좀 더 만날 수 있는 매개체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해서 1년 정도 준비해서 만든 게 ‘수성주민광장’ 이라는 지역공동체에요. 서울을 예로 들면 관악주민연대, 마포연대 그런 곳이랑 비슷한 거죠. 당원들끼리 모여 시민단체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당원들끼리 2~30명 돈을 모아서 시작했는데 이제 10년이 됐죠.
지역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정당보다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쉬워요. 여유 있는 내용, 보편적이고 좀 쉬운 프로그램들로 다가갈 수 있잖아요. 정당은 기타배우고 이런 거 못하잖아요. 그런데 이건 취미생활로 접근할 수 있는 측면도 있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지역에 계셨던 진보적인 환경운동을 하신 정홍규 신부님께도 영향을 많이 받았고 도움도 많이 주셨어요. 이게 다에요.(웃음)
우리는 이런 당입니다, 이런 걸 같이 합시다
김 : 정의당에 바라는 점이나, 고쳤으면 하고 하는 점은 있으신가요?
의원 : 제가 의원되고 나서 2010년 이후로 당 주요 공직을 맡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당에서 했던 일이라고는... 통합하자는 이야기 때문에 통합 신경 쓰다가 무산 됐다가 1년 끌었던 이야기가 무산되고, 그리고 선거 참패 이후 반성도 하고 해야 되는데, 이거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가, 이런 식으로 무마하려고 하고... 몇 년 내대로 당을 계속 뗐다 붙였다 한 기억 밖에 없어요. 그런 혼란이 이제 덜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이런 당입니다, 이런 걸 같이 합시다, 이제 이런 걸 말하고 싶어요. 물론 진보정당을 하는 사람들의 숙명인지는 모르겠지만.(웃음) 그런 게 제일 좀 아쉬워요.
인터뷰가 끝나고 수성구의회를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중천에 떠있던 해도 어느새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도서관 유리창에 해가 지는 모습이 선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따스한 오렌지빛 광경을 보고 있자니 시민과 소통하고 싶어 하고 더 일하고 싶어 하는 어느 수더분한 미소가 떠올랐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645?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