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미래정치센터 공동게재] 성 소수자 낯설지 않은, 익숙한 존재, 이서연 기자

"성 소수자 낯설지 않은, 익숙한 존재"

이서연 미래정치센터 청년 기자

 

 [미래정치센터] 성 소수자 인권 활동가를 만나다

 

 

 

지난 8월 서울시 종로 인근에서 20대 남성이 '게이'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동성애자 A씨는 낙원동 포장마차 거리에서 "호모XX"라는 욕설과 함께 3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했다. '동성애 혐오 범죄'다.

성 소수자(LGBTIA,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인터섹스(제3의 성)·무성애자)는 아직까지 혐오범죄의 대상이다. 이들은 자신의 성(性) 정체성만으로 늘 위협에 시달린다. 성 소수자의 인권 신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활동명 동그리 씨(성공회대학교 재학생)를 만났다.
 

▲ 성 소수자 인권 활동가 동그리 씨. ⓒ미래정치센터(이서연)


- 성 소수자로, 직접 겪은 차별 사례가 있나?

어릴 때 (내가) 성 소수자임을 인지했다. 교회를 다녔는데, 교회만 가면 마음이 늘 편안했다. 하루는 교회 친구에게 내가 게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친구가 자신의 부모에게 전했고, 친구의 부모는 교회 어른들에게 이야기했다. 교회 사람들은 욕을 하며 쫓아냈다. 어머니 아버지도 같이 다녔는데, 마찬가지로 쫓겨났다. 이전까지 교회는 나름 진보적인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쫓겨나고 나니, 허탈하고 씁쓸했다.

부모도 내가 게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폭력을 가했다. 학창시절, 학생회장을 하고 있었는데, 게이라는 이유로 박탈당했다. 그렇게 아웃팅(Outing, '커밍아웃(Coming Out)과 반대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 정체성이 알려지는 것) 당했다. 이런 차별을 겪을 때마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

- 성 소수자고 밝혔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성 소수자가 아닌 친구들은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며 개의치 않았다. 반면, '알겠어. 이해해' '인정해. 그런데 뭔가 모르게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나는 친구들 옆에 살아 있고 곁에 존재하는데, 일부는 내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사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지금은 성공회대를 다니고 있어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많은 편이다. 다른 공동체보다 동성애 혐오가 적은 곳이다. 가끔 '학교를 벗어나면 어디서 정을 붙이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웃음)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몰랐던 친구가 '나도 사실은…'이라며, 먼저 말을 꺼내는 모습을 종종 볼 때마다 생각한다. 누군가는 성 소수자가 자연스레 커밍아웃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힘든 일이 있으면 도와주겠다는 친구도 있다. '퀴어(Queer, 성 소수자 집단을 포괄하는 단어)' 쪽 친구들은 고마워하더라. 그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

- 성 소수자로서 정체성을 확립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는가

나는 정말 자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성 소수자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인 것 같다. 나와는 다르게 자신이 성 소수자라는 걸 숨기거나,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 인권운동'을 했다. 그 과정에서 커뮤니티(공동체)가 있어 스스로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어렵지 않았다.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하다. 성인 성 소수자를 위한 모임은 많이 있지만, 청소년의 경우 음지화되어 있다. 대부분 온라인 카페 위주로 모임이 진행된다. 소년들을 위한 모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성 소수자의 인권 신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청소년 성 소수자 위기지원센터 중 한 곳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다. 청소년의 고민상담 및 가시화(커밍아웃)을 위한 활동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개방되면 될수록 혐오 범죄와 폭력 등이 자행되기 때문이다. '이성애'가 규범적인 사회에서 성 소수자들은 때때로 폭력을 경험한다.

지금 활동 중인 학내 소모임 '레인(RAIN)'도 그런 역할을 한다. 성 소수자를 쉽게 수용하는 분위기라고 해도 집단 구성원이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모르기 때문에 커밍아웃하는데 한계가 있다. 성 소수자를 위한 캠페인 등의 활동을 하면서 이들이 서서히 가시화된다. 그럴 때마다 힘을 얻는다. 성공회대 구성원은 약 2000명 정도다. 이들 중 레인 소모임원은 35명 정도 된다. 비율로 따지면, 꽤 많다. 위안이 된다. '레인'이 나와 같은 존재,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있다. 

 


대학교 성 소수자 모임연대 '큐브(QUV)'에서도 활동 중인데, 전국 49개 대학의 50개 모임이 함께 하고 있다. 전국에 4년제 대학이 약 200개 정도 있는데, 그 중 4분의 1이 참여하고 있다. 고무적이다. 요즘은 지역 모임도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큐브 회원은 약 2000명이다. 그만큼 성 소수자는 낯설지 않은, 익숙한 존재라는 뜻이다.

 

▲ 2016년 올해의 슬로건은 'Queer I Am(퀴어 아이 엠)'. '여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의 영어 'Here I Am'을 변형해 '우리는 계속 여기에, 우리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한다'라는 뜻을 담았다. ⓒ프레시안(최형락)


- '퀴어 퍼레이드'가 성 소수자 인권 신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당연하다. '퀴어 퍼레이드'는 다양한 단체와 사람들이 시청광장이라는 큰 공간에서 함께하는 축제다. 먹고 마시고 놀고, 공연을 보면서 즐긴다. 얼마나 큰 효과를 내는지 모른다. 물론 성 소수자가 열린 공간에 나서는 것을 부정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퀴어 퍼레이드'를 경험하면서 성 소수자 본인 또한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를 인식한다.

- 성 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성 소수자를 싫어하는 사람 중 다수가 기독교인이다. '성경'이 절대 진리라고 믿으며 살고 싶다면, '자위하지 않기' '돼지고기 먹지 않기' '도둑질하지 않기' '이웃 미워하지 않기' 등 성경에서 금지하는 것을 모두 따른 뒤 동성애에 대해서 이야기하길 바란다. 다른 사람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부터 먼저 돌아봐야 한다.

성 소수자 자녀를 부정하는 부모에게도 말하고 싶다. 성 소수자 자녀를 부정하기보다는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것이 자녀와의 관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온다. 자녀의 삶이 걱정된다면, 폭력적으로 대하지 말아 달라. 폭력은 상황을 어렵게만 만들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1년에 한 번 열리는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해 자녀를 응원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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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sticei.or.kr/642?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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