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치의 달인, 일당백 엄정애 의원을 만나다.
[미래정치센터 청년기자단] 경산시 최초 야당 의원, 일당백 엄정애 의원과의 인터뷰
새누리당 13, 정의당 1, 무소속 1
2016년 경산시 의회구성이다. 유일한 경산시 야당의원인 엄정애 의원은 2010년 진보신당 경산청도당원협의회 위원장으로서 당선에 성공하였고, 2014년에는 정의당 소속으로 경산시 의원 재선에 성공하였다.
의석은 1석이지만 일당백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엄정애 의원은 대학교 재학시절 부산영도야학교사로 활동하며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1993년 진보정당추진위원회 활동으로 정치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기 시작했다.
대구노동자문화센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노동자와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었고, 2004년에는 민주노동당 경산청도지구당 사무국장을 맡게 된다. 2005년부터는 무상의료, 무상교육실현을위한 경산운동본부 집행위원장 활동을 이어나갔으며 금융채무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위해 민주노동당 경산시위원회 무료 신용회복상담소장을 맡기도 했다.
항상 주민 곁에, 주민과 함께했던 엄정애 의원
2006년에는 경산시의원선거에 출마, 아쉽게 낙선을 하였지만 경산시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구여성의전화 성교육 강사로도 활동을 하고, 이주여성 문제와 장애인 자립 생활센터 운영위원을 맡는 등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였다. 2008년 경산시학교급식조례개정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맡으며 보편적 복지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앞장섰다. 결국 2010년 경산시의원으로 당선되었고, 2014년에는 성공적인 의정활동을 발판으로 재선에 성공하였다. 엄의원과의 인터뷰는 8월 16일 화요일 오후 정의당 경산시당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정의당 경산시당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인 엄정애 경산시 의원
주민자치의 출발, 도서관
최근 가장 중점적으로 하는 의정활동으로 엄의원은 도서관 만들기 사업을 꼽았다. 옥공동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한 옥곡 도서관은 이제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지역구에 있는 도담도담 작은 도서관도 2013년도에 만들어져 주민들이 활발히 이용하고 있다. 또한 주민센터 공간을 활용하여 작은 도서관의 형태로 만들었고, 지역구 외에도 원래는 독서실로 활용되던 공간을 변경해 도서관으로 바꿨다. 그래서 현재 만든 도서관이 총 4개가 되었다.
4개의 도서관 중 옥곡도서관은 정말 눈물의 도서관이다. 2011년도 5월에 주민 5천여명이 서명을 해서 서부동에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경산시에 요청을 했다. 하지만 경산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새누리당에서는 쉽게 허가를 해주지 않았다. 80억으로 출발한 예산이 60억으로 깎이긴 하였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주민들과 함께 옥곡 도서관 산업을 완수시켰다.
비록 1석이지만 경산시에서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고 주민들과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중요한 건 수 많은 주민들과 함께 무언가를 했다는 점이다. 건물 하나 올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당과 정치인은 항상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행부 즉 경산시 행정부에서 조용히 처리하면 더 빠르고 쉽겠지만 시에서 하는 사업의 허점이나 빈 공간을 채우고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 정당과 정치인이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도담도담 작은도서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활정치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을 위한 의정활동으로는 지역 순환버스, 로컬 푸드, 지역 축제 문제 등이 있다. 다른 지역의 버스나 지하철에 비해 경산시 지역 순환버스는 운행이 일찍 끝나는 편이다. 하지만 운전기사분들도 12시간을 교대로 근무하시기 때문에 운행 시간을 연장하기가 쉽지 않다. 시민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운전기사분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경산시에서 경산시 농산물을 많이 이용하는 것, 로컬푸드의 출발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경산시 자체 농산물 이용률 파악 등 정책 제안을 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고 방과 후 학교와 같은 청소년 정책에도 관심이 많다. 경산시에서는 현재 청소년 정책이 전무하기 때문에 청소년 회관문제, 마을과 청소년 문제 등 지역 청소년들의 복리 증진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축제 문제가 있다. 단순히 가수나 연예인을 부르는 것이 아닌 주민 참여형축제 예를 들어 민간 문화.예술 단체 등과 연결하거나 혹은 그분들이 축제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지역 축제의 흥망성쇠는 그들만의 축제 즉 보여주기식 축제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의, 주민들을 위한, 주민들에 의한 축제여야만 의미가 있다.
2010년 지방선거를 뒤흔든 무상급식의 출발은 경산시
로컬푸드 뿐만 아니라 단계별 무상급식과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진보신당 시절에는 경산에서 전국 최초로 친환경무상급식 조례 개정을 했다. 주민발의로 시작한 무상급식은 현재 읍, 면 지역에서 하고 있고 동 지역도 준비중에 있다. 친환경 급식을 위해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하여 정확한 만족도 조사 품질확인 그리고 로컬푸드, 유기농, 친환경 농산물 공급 등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정의당만이 할 수 있는 것
2006년 낙선을 하고 2010년 선거 전까지 계속 민생상담을 해왔다. 친환경 급식 운동 본부사업도 했었다. 분당도 되고 동시에 신당이 만들어지는, 불안한 과정이였지만 계속 주민들 곁에 있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부채 및 파산 상담 같은 경우에는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해왔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가 돈 문제이고 서민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도 돈 문제이다. 도서관은 새누리당도 만들 수 있고 국민의당도 만들 수 있지만 이런 문제는 정의당의 영역이고 정의당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경산시 혹은 전국적으로 서민들이 안정적으로 부채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설립과 같은 문제는 정의당이 맡아서 해야 된다고 본다.
경산시의 유일한 야당 의원, 정의당 의원이지만 계속해서 비전을 만들려고 노력 하고 있다. 정의당의 가치가 의원 활동에서도 나타나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중앙당 차원에서도 정의당의 가치 공유를 위해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은 국가에 대한 비전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경산시에서 경산시의원의 역할은 경산시의 비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런 비전 안에 정의당의 가치를 같이 녹여내는 것이다.
정의당이 나가야 할 길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보다 더 선명하고 구별되는 점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정의당 정책을 보면 두 야당에 비해 한발만 앞서나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예를들어 의원활동을 하다 보면 경산시에 공익적 차원에서 문화예술 회관을 설립하고 싶은데, 땅값이 너무 비싸면 짓기가 힘들다. 그러나 중국이나 싱가포르처럼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국가가 일정부분 가진다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임대하는 형식으로 체제가 개편된다고 하면 주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공공영역이 더욱더 확대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담론을 조성할 수 있는 것이 진보정당의 힘이고 역할이라 생각한다.
예술과 노동 그리고 정치의 사이
(참고로 엄정애 의원은 대학교때 고고 미술사학을 전공했다) 예술쪽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경산시 문화예술의 동향이나 문화예술인들을 가까이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항상 정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그 밑바탕에는 인문학적 소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페미니즘의 도전’이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와 같은 여성주의 책들도 보고 있다. 이번 메갈리아 사태나 여혐을 이야기 하면서 남성분들의 입장도 이해한다. 서로의 삶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이유는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왜 남성으로서 여성의 상황을 전혀 몰랐을까?” 남성분들의 말처럼 함께 이해하고 사랑하자고 해서 해결 될 일이 아니다. 여성들에게는 투쟁의 주체가 분명하기에 이런 논쟁을 어쩔 수 없다.
대학교에 들어가서 야학을 했었는데 그때 노동자의 삶과도 마주하게 됐었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공장에 들어가야 하는 삶, 50대에 공장에 다니게 되는 삶. 정치의 역할은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의 인식이 전환되고 이분들이 삶의 주체로서 자립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지, 단순히 정권만 바뀌고 사람만 교체되는 것은 이분들의 삶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죽은 정치는 필요 없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가 필요하다.
대학시절에 노동자들의 삶과 서민들의 삶에 눈을 떴다면 결혼을 하면서는 여성의 삶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 “왜 설거지는 당연히 여자의 몫인가?”, “제사는 왜 남자 집에서 먼저 지내야 하는 걸까?”. 이런 부분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당연히 여겨지는 게 싫었다. 그때부터 여성학 공부를 시작했고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노동자와 서민의 삶 그리고 여성의 삶을 통해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직업정치인의 삶
정당과 당원은 항상 주민들의 삶 속에 있어야 한다. 주민들의 삶 속에 정책이 숨어있고 그것이 의제화가 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주민들의 삶 속에 녹아있어야 한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몸도 움직여지지 않는다. 선거철에 지역에 내려와서 인사하고 인맥관리 하는 건 다른 당 정치인도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흐름을 만드는 일, 마음을 얻는 일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경산시의 유일한 야당 의원이기 때문에 항상 주목을 받는다. 경산에서는 시민들이 정의당의 간부나 당원을 직접적으로 만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경산시민들은 엄정애를 정의당과 동일하게 생각한다. 말을 할 때도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도 조심하게 된다. 거대 여당을 상대해야 되기 때문에 물 흐르듯이 열심히 일하는 것, 비전을 만들어 내는 일에 훨씬 더 책임감과 무게를 느끼게 된다.
설레임을 주는 정당
대한민국에서 정의당 당원이 된다는 건 분명 쉬운일은 아니다. 분명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어떤 희망을 가지고 당원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의 지도부, 당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이분들에게 더 나아가 국민들에게도 비전과 희망을 항상 제시해야 한다. 설레임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의당의 리더들은 논쟁자체를 피하려는 것 같다. 메갈리아 사태의 경우에도 논쟁을 안하는 것이 문제이다. 논쟁을 늘 상존하는 것이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있는 만큼 서로 조율하고 이해하는 장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를 피하는 느낌이다.
희망과 설레임을 만들어내는 정치인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빌리는 장소가 아니다. 엄정애 의원의 도서관에는 전연령, 전세대가 함께 한다.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이기도 하고,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며 생각을 나누는 주민자치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장소가 있어야 한다. 생각이 모여야 한다. 이를 실행하려면 발로 뛰는 정치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주민 자치의 모범을 보여주며 오늘도 현장을 누비는 엄정애 의원의 열정적인 인터뷰는 여기서 마친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640?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