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기 청년기자단] [지역노동특집] '전주 티브로드 해고 노동자들의 끝나지 않은 싸움' 우숭민 기자

전주 티브로드 해고노동자들의 끝나지 않은 싸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열심히 일했었던 내 직장. 나는 내 인생을 뺐겼습니다”- 전주 티브로드 해고노동자 김종이


전주시 완산구 ‘티브로드 전주방송’ 건물 앞에는 6개월 째 푸른색 천막이 쳐져 있다. 바로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이다.

 

 전주시 완산구, ‘티브로드 전주방송’ 건물 앞에 세워진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농성장. 37℃의 찌는 듯한 더위에도 이들은 ‘안전고용’을 외치며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미래정치센터 (우숭민 기자)

 

영하의 날씨 속에도, 한여름 푹푹 찌는 더위에도 그들은 이곳을 지키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내몰았을까?

4년 전에 티브로드 전주방송에 노동조합이 결성 된 이후, 원청인 티브로드가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키려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결국 지난 2월 티브로드는 영업실적 부진을 이유로 하청업체인 ‘전주기술센터’ 등 기존 하청업체 여러 곳과 계약을 해지하고 업체 교체를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선별 고용, 근로조건 하락, 신규업체 선정’에 대한 비공개·밀실 협의가 진행 되었다. 이 때문에 최소 5년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던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에 티브로드 전주지부 노동조합은 전원 고용승계를 주장하였다. 하지만 티브로드의 기존 약속과 달리, 신규 하청업체는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2월 15일부터 이들은 ‘안전고용’을 주장하며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현재 우리 사회는 여전히 심각한 노동문제들을 안고 있다. 청년실업난은 두 말할 것 없고, ‘야근은 필수’와 같은 열악한 노동 환경,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고용불안 문제 등이 한국 서민들의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이러한 임금노동자로 살아간다. 이들의 싸움은 단순한 집단의 이익을 위한 ‘이기적인’ 싸움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지닌 열악한 노동현실에 대한 싸움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인터뷰에는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김종이씨와, 박장오씨가 함께 해 주셨다.

 

- 현재 상황은?
▷ 6개월 째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원청(티브로드)과 새 협력업체에게 전원 고용승계를 위해 여러 번 대화 요청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 했다. 정치인들도 선거철 많이 다녀갔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티브로드를 계열사로 둔 태광산업은 원래 노조를 없애기로 유명한 회사다. 우리는 이에 대응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고용’을 위한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전주 민주노총 총파업 당시, 김종이 조직부장이 전주 국민의당 당사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티브로드 해고노동자 박장오

 

▲ 대기업이 인수 한 이후, 오히려 노동자의 처우는 더욱 악화돼…

 

새 협력업체에서 고용승계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청(티브로드)이 기존 업체를 계약해지한 것과 비슷하다.‘이익창출’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신규업체 사장은 하청이 바뀐 뒤 고용승계를 하면 적자가 예상된다며 선별승계를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앞서 말했듯, 새 협력업체와 원청의 이야기도 달랐다. 원청은 새 협력업체에게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했다고 했지만, 새 업체는 이를 부정했다. 결국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전원 고용승계를 주장하자, 결국 비조합원만 고용승계를 했다.


 원청과 새 협력업체가 주장하는 ‘이익창출’이 안 되고 영업이 악화되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우리는 원청의 무리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기술직 노동자들이 영업까지 해가면서 일을 했다.

 

어떤 부분에서 원청(티브로드)와 새 협력업체의 주장에 동의하기 힘든가?


우선 원청이 협력업체를 바꾼 이유가 이해가 안 된다. 통신시장 자체가 인프라 구축만 해놓으면 그냥 남는 현금장사이다. 티브로드는 전주 지역 유선방송을 인수했고, 지금도 영업 단기순이익으로 1,000억원을 버는 회사다. 영업 악화는 말이 안 된다. 오히려 티브로드는 엄청난 이익을 가져가는 동안 노동자들을 착취했다. 2002년 지역방송이던 때의 급여는 월 25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티브로드가 인수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었고, 임금도 하락했다. 원청은 그 이익은 홈쇼핑이나 광고로 얻은 것이라 한다. 하지만 케이블 인프라가 형성이 안 되어있으면 그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노동자들의 노고는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또한 협력업체의 영업 악화도 이해하기 어렵다. 우선, 통신업계는 원청에서 도급비 명목으로 협력업체에 돈이 내려온다. 하지만 이를 중간에서 협력업체 사장들이 여러 명목으로 가져가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중간에서 불법적 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승계한 비조합원들의 임금을 20~50% 삭감했다. 또한 법정수당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다고 한다. 심지어, 근로계약서도 두 달 동안 작성하지 않았고, 작성 이후에도 교부하지 않았다.

 

▲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노동자를 위한 제대로 된 법적 장치가 없다는 것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우선 첫 번째는‘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불리어지는 나라에서 노동자를 위한 제대로 된 법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더욱 탄압 받는다. 태광산업(티브로드의 모체) 역시 노동조합을 보호하는 제대로 된 법적 장치가 없는 상황 속에서 오랜 기간 그래 왔다. 또한 전주 티브로드가 하청업체를 계약 해지하는 이유 중 하나도 새로 결성된 노동조합을 깨기 위한 움직임에 있다. 대기업들의 노동착취에 맞서 노동조합을 만들면 계약이 해지돼서 실직을 하니, 조용히 있으면서 기업으로부터 억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다단계 하청구조의 문제이다. 위에서 말했듯, 도급비 지급과 같은 조건들로 대기업은 하청업체의 사장을 장악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대기업이 쉽게 노동자들을 컨트롤 할 수 있게 해준다. 쉽게 해고하고, 쉽게 고용하는 것이다. 임금 역시 기업에 최대 이윤이 되는 선에서만 준다. 그리고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한다. 비정규직 역시 IMF 당시 기업을 살리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결과 기업은 살아났고 노동자는 죽었다.
다단계 하청구조와 비정규직 양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런 사태가 재발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 그들은 내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뺏어갔다

당신에게 티브로드란 무엇인가?

이 일을 하면서 우리는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그들과 부딪기며 같이 생활했다. 우리는 지역구성원이자 지역노동자이다. 이곳은‘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열심히 했던 내 직장’이다. 하지만 그들은 내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뺏어갔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받는 실업급여도 다음 달이면 다 끝난다. 하지만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난 ‘선례’를 만들고 싶다. 고용불안을 초래하고 지역 하청업체를 쉽게 날려버리는 노동구조를 우리부터 바꿔가고 싶다. ‘안전고용’ 보장을 위해 싸울 것이다. 이 싸움은 오래 갈 것 같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면 이기지 않겠는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 전태일
‘전주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사태’는 한국사회의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라고 외친 뒤 4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성불평등, 비정규직, 다단계 하청구조, 청년실업 등의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노동을 교육하려하지 않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또한 자본으로 휩싸인 거대 언론들은 노동문제에 대해 굳게 입을 다문다. 정치인들은 4년에 한번, 딱 그 때 뿐이다.


결국, 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제 2의 쌍용차사태, 제 2의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사태가 발생 할 것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도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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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sticei.or.kr/635?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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