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기청년기자단/프레시안게재] 인턴제, 청년의 삶을 돈으로?…거부하라(배기훈기자)

 

 

인턴제, 청년의 삶을 돈으로?거부하라

[미래정치센터] 선택 아닌 필수, 그러나 노동의 대가는 없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이하 BoA) 인턴이 2013년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인턴은 사망 직전 BoA 영국 런던지점에서 72시간을 연속으로 일했다고 한다. 자세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과로와 질병이 겹치면서 사망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한국에서 일어났다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유는 신문 사회면 한구석에서 혹은 선배와의 술자리에서 '인턴 생활의 고충'을 어렵지 않게 보고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턴사원 제도는 기업뿐 아니라, 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운영한다. 현재 취업 준비생들에게 인턴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인턴을 거치지 않고는 취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이다. 왜 그럴까? 우선 인턴제 시행 이유를 알아보자.

 

 

'인턴제'인가?

 

통계청에 따르면, 20166월 기준 청년(15~29) 실업률은 10.3%. 하지만 취업 준비생과 고시 준비생처럼 취직을 준비하거나 수입이 없는 사람, 아르바이트(임시직)와 계약직 등 비정규직을 포함하지 않았다. 취업 포기자 역시 통계 대상이 아니다. 정부의 공식 실업률이 체감 실업률에 비해 낮은 이유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이 같은 기간 발표한 청년 체감 실업률은 34.2%, 체감 실업자는 179만 명으로 집계됐다. 청년 10명 중 3명이 실업자로, 청년 실업률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청년들은 다양한 경험(스펙)을 쌓으며 취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리고 인턴은 '스펙 쌓기'의 가장 좋은 경험 중 하나다. 취업정보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해 5월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 이상(56.9%)'인턴 경력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기업은 인턴이라도 실무 경력이 있어 정규직과 비교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는 인재를 원한다. 기업은 더 나아가 자사 인턴에게 정규직 채용 혜택을 준다. 경력 있고 능력 있는 인재풀(pool)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인턴 제도는 취업을 원하는 청년이나 인재를 원하는 기업 모두에게 좋은 제도다. 그런데 왜 '인턴제'에 대한 논란과 문제점이 끊이지 않는 걸까.

 

프레시안

 

 

'돈으로 사는 청년의 삶'

 

청년이 인턴에 지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경험을 얻어 취업하기 위해서다. 또 기업에게 정규직 채용 약속을 받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인크루트'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4.6%가 현재 인턴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의 이뤄지지 않는 (정규직, 계약직 등) 직급 전환'을 꼽았다. 특히 공공기관이 2014년 채용한 인턴 중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율은 29.2%에 불과하다. 2015년 국정감사 결과, 전체 316개 공공기관 중 인턴제를 시행한 253개 기관 인턴 중 단 한 명도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갑질'도 인턴 생활의 고충으로 자주 거론된다. 직장 조직도에서 인턴은 ()사원보다도 직급이 낮은 단기간 노동자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인턴제에 대한 실망감으로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소모성, 잠깐 있다 갈 사람으로 대하는 정서', '업무량에 비해 부족한 급여(열정 페이)', '기대와 다른 기업 문화', '각종 차별대우' . 대기업 인턴이라고 해도 복사와 배달 등 주로 잡무를 처리한다. 인턴을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는 탓이다.

 

결국 '청년 인턴제'는 기업이 '청년의 삶을 돈으로 사는' 일자리가 된 지 오래다. 인턴 생활을 한 청년을 직접 만나 고충을 들어봤다. 그와는 익명으로 진행했다.

 

 

- 자기소개를 해 달라

 

20대 남성이며, 현재 프로그램 개발 일을 하고 있다.

 

 

- 언제 처음으로 인턴 생활을 했나. 어떤 직종에서 얼마나 일했으며, 인턴 생활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2015년에 프로그램 개발 직종에서 6개월 정도 인턴 생활을 했다. 사회 경험을 쌓고 싶어서다.

 

 

- 정규직 채용 등 인턴 활동을 통해 보장받은 이익이 있나. 근무 조건은?

 

지인이 소개한 회사라, 온라인으로 간단하게 면접을 봤다. 정규직 채용 등 보장받은 이익은 특별히 없다. 평일 야근이 많았다. 새벽까지 일할 때도 있었다. 집에서 매일 일하며 일주일에 한 번 회의를 위해 회사에 통근했다.

 

 

- 주로 어떤 일을 했나

 

서버 관리, 웹 사이트 개발과 같은 전공과 관련된 일부터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설문조사 등 부수적인 일까지 다양하게 했다.

 

 

- 인턴 생활 중 '갑질'이라고 느낀 일은?

 

상급자가 개발 능력이 조금 부족한 인턴을 막 대했다. 본질적으로는 상급자와 그 인턴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인턴 입장에서는 상급자가 말한 기능을 개발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으나, 상급자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 내에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자주 질책했다. 상급자는 그 인턴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기획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 방대한 자료를 떠넘기는 일이 빈번했다. 황당했지만, 질문하면 일 처리 능력이 미흡하다고 생각할까 봐 못했다.

 

 

- 본인은 어떤 피해를 입었나

 

일에 대한 부담이 컸다. 과도하다 싶을 만큼 지시가 많았다. 당시에도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합당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참았다. 지금 생각하면 화가 난다.

 

계약 당시 근로 계약서를 쓰지 않아 합당한 대가를 못 받았다. 6개월 동안 일하면서 교통비와 수고비 등 50만 원 정도를 받았다. 집에서 회사까지 약 100킬로미터(km) 거리로, 기차와 버스를 타고 출근했는데, 노동의 대가보다 교통비가 더 많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최소 200만 원 이상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나온 후 법률구조공단에 문의하려 했으나, 퇴사한 이후라 손쓸 도리가 없다는 생각에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 청년 인턴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무엇보다도 월급 문제, 즉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손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다. 물론 지인의 소개와 규모가 작은 회사라 근로 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비록 인턴으로 근무하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근로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하라는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경험(경력)을 위해 자신의 삶을 값싸게 팔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청년들이 앞장서 거부해야 한다. 인턴 제도가 고착화된 이상,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관련법이 필요하다. 인턴 처우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이를 어겼을 때 합당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내가 CEO라면 이러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동법을 준수하고 인턴을 비롯한 직원들에게 노동의 가치에 맞는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싶다. 이를 모든 기업이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 인턴의 권리에 대해 나라에서 신경 써 주었으면 한다. 나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sns신고
 


출처: http://www.justicei.or.kr/629?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