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대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8년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고 시행되었다. 평등권을 실현함에 있어서 교육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해당 법률 제2절 교육 제14조(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에 의하면 교육책임자는 장애인이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각종 이동용 보장기구, 교육보조인력, 각종 의사소통 기구 등을 제공하도록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국제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2015년 발표한 장애인차별금지법 모니터링 결과에 의하면 대학 내 장애인 편의시설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90개 학교를 조사한 결과,
장애인 주차구역의 설치비율은 78,6%로 상대적으로 높은데 비해 적정 크기에 달하지 않아 실질적인 활용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 설치비율은 55.8%에 불과하다. 계단 손잡이에 점자표시가 모든 층에 있는 곳은 23.3%에 불과하며, 모든 층에 점자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곳은 70.4%에 달한다.
△서울시내 한 대학교. 학교 입구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화장실의 경우,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된 곳은 79%였지만 그 중 남녀가 구분되어 있는 경우는 56.5%에 불과했다. 장애인용 화장실 옆에 시각장애인이 알아볼 수 있도록 점자표시를 해놓은 곳도 반 밖에 되지 않았다.
점자 또는 촉지도식 안내판 혹은 음성안내장치가 설치된 곳은 25%정도, 시각장애인으로 위한 청각시스템이 연속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곳은 28.3%,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각경보시스템이 설치된 곳은 25.1%로 시청각 장애인에 관한 시설이 열악한 상황으로, 장애유형에 따른 차이도 나타나고 있다.
“저희 학교는 평지긴 하지만, 학교 곳곳을 다니다 보면 불편한 점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다보면 보이는 지나치게 높은 인도의 턱들, 방지턱 등이 휠체어의 원활한 이동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횡단보도가 그려져 있는데 인도의 턱들로 인해 그 횡단보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리고 저희 학교의 학생회관의 엘리베이터는 지하1층의 학생식당까지는 운행을 하지 않아서, 학생회관 지하1층의 학생식당은 아쉽게도 친구나 어머니와 이용할 수 없더군요. 그리고 간혹 길거리의 턱이 높아서 돌아가거나, 인도의 끝부분이 패여 있어서 휠체어 바퀴가 지나가다 패인 곳에 끼인다든가 하는 문제 등도 여전히 있습니다. 인도를 휠체어나 자전거가 지나가기 편하게 관리하고 유지 및 보수하는 작업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소재대학 재학, 지체장애)
“우리학교에는 건물과 건물사이에 유도 블록이 없습니다. 건물 근처 입구에 조금 깔려 있는 정도입니다. 또한 건물 안에도 유도 블록이 없습니다. 때문에 혼자서는 수업을 들으러 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와 강의실 등엔 점자가 붙어 있지 않아 원하는 층의 원하는 강의실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학생회관 식당의 메뉴도 점자가 없어서 혼자서는 먹을 수 없습니다.”(서울소재대학 재학, 시각장애)
비장애인 학생의 몇 배의 돈을 들여야 들을 수 있는 수업
장애인 학생은 인권위가 조사한 시설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불편을 겪고 있었다.
“지정된 교재, 수업에서 나눠주시는 유인물, PPT자료와 같은 시각적인 자료 모두 하나의 장애물입니다. 저는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종이로 된 자료의 경우 별도의 타이핑 작업이 필요하고, PPT 경우는 그림 자료가 있다면 설명까지 덧붙여서 텍스트 형식으로 파일을 변환해야 합니다.
교재 타이핑 작업의 경우, 보통 교재가 매우 두껍기 때문에 복지관에 맡기는 데, 우리 학교는 수강신청이 늦는 편이라 이미 복지관의 예약은 꽉 차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럴 경우 도서관 등에 전화하여 전자 파일로 된 책이 있는 지 물어봐야 합니다. 파일로 된 책이 없으면 결국 사설 업체에 의뢰를 합니다. 그러나 사설 업체에 맡기면 워드로 옮겨 적는 가격만 25~30만원입니다. 아직 여러 가지 이유로 전자 파일로 된 책은 많지 않은 편이어서 대부분 사설업체에 맡기기 때문에 교재 값만 등록금의 절반이 넘게 됩니다.”
이는 ‘차별금지법 제 14조 1항 4호 시ㆍ청각 장애인의 교육에 필요한 한국수어 통역, 문자통역(속기), 점자자료, 점자ㆍ음성변환용코드가 삽입된 자료, 자막, 큰 문자자료, 화면낭독ㆍ확대프로그램, 보청기기, 무지점자단말기, 인쇄물음성변환출력기를 포함한 각종 장애인보조기구 등 의사소통 수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같은 수업을 듣는데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수준
“장애학생 특히 중증장애를 지니고 있는 중증장애인학생들을 전문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을 마련해주셨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단순히 주변 학우들에게 도움을 맡기는 것은 장애인 보조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증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 인력들의 확충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장애학생에 대한 취업지원이나 상담 그리고 장애학생과 일반 학생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의 타인과 보다 가까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셨으면 합니다. 즉, 현재의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회에 나가서 활동하고 사회와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됩니다.” (서울소재대학 재학, 지체장애)
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8년이 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기본적인 시설조차 형식적으로만 구비된 경우가 많다. 대학 본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593?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