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LA, 한국의 水原
- 수원 사용 설명서 -
지난달 법무부 이민정보과가 공개한 ‘등록 외국인 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수원에 등록된 외국인은 3만 7천여 명이다. 경기도의 10% 수준에 해당한다. 국적별로는 한국계 중국인, 중국인, 베트남 순으로 많다. 이중에 한국계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수원시 평균 62%, 중국인까지 합한다면 80%에 육박한다. 또한 수원역이 위치한 팔달구의 경우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인의 비율은 93%에 육박한다. 전국에서 한국계 중국인이 2만 명 이상 거소하는 곳은 안산과 수원 두 곳 뿐이다. 한국의 코리아타운이 미국 LA에서 가장 번창했듯 중국의 차이나타운은 수원과 안산에 가장 번영했다는 뜻이다.
연휴인듯 연휴아닌 연휴같은…
지하철은 덜컹이고 연휴를 맞은 사람들은 양손가득 선물을 들고 밝은 얼굴로 지하철에 앉아있다. 밝은 미소로 아이를 품에 안은 엄마, 얼마 만에 본지 곱씹으며 손녀의 볼을 쓰다듬는 할머니, 피곤하지만 오랜만에 어머니를 볼 생각에 들뜬 아버지의 얼굴. 우리의 얼굴은 피곤하지만 설렘 가득했다. 바로 그 뒤에 우리와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대부분 중국, 서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코리안 드림’을 품고 온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텅 빈 손을 하염없이 부비며 어딘가를 응시하다 곧, 수원역에서 다 같이 내린다.
외국인의 메카, 수원
수원역은 안산, 평택, 시흥, 오산 등 어디에서든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교통의 요지다. 이렇듯 다수의 외국인들이 거점으로 왕래하는 수원에서는 종종 사고가 발생한다. 경찰청, 대검찰청,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100명당 범죄자 수는 3.7명이며 국내 단/장기 체류 외국인의 100명당 범죄자 수는 2.0명이다. 즉 연간 국내 내/외국인 범죄율은 큰차이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위의 수치와는 별개로 수원시민들의 외국인에 대한 시선은 천차만별이었다.
건설업 종사자 그들도 열심히 사는 동료
|
서울통학 대학생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랴 |
수원 토박이 외국인 차별은 ‘돈’문제 |
외국인복지센터 상담팀 ‘노동자’는 다문화가 아니다 |
건설업 종사자 K씨(24세)
“외국인들 기준에선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선진국이기에 우리나라까지 오는 것 같다. 조선족과 중국인은 한국인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한다.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므로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사는 사람이기에 나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그들의 존재가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존재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서울소재 대학 통학생 S씨(24세)
“수원역 길거리에 나서면 많은 조선족들을 마주치게 된다. 처음부터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봤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조선족에 의한 사건사고 들이 자주 이슈화되면서 그들을 마주하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지는 것 같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흙탕물을 흐리듯 일부 사건사고로 인해 길거리에서 조선족들을 마주치면 무의식중에 한 번 더 경계하게 되고 거리를 두고 피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나 수원역 같은 번잡한 장소에서는 더욱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며 근래의 중국인 범죄에 대해 염려의 말을 전했다.
반면에 수원에서 26년간 거주하며 수원소재 대학교에서 통학하는 H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외국인 차별 문제는 ‘돈’ 문제
25년째 수원에 거주중인 H씨(26세)
“학교에 많은 중국인이 있다.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들을 향한 우리의 시선은 점점 편향되고 있다. 언론을 보면, 요즘 중국인을 부르는 명칭이 고정되어지고 있다. ‘유커’ 한자로 유객이다. 중국인들이 관광객을 지칭할 때 쓰는 용어인데, 최근 중국인에 대한 언급은 주로 유커로 통한다. 즉 우리나라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들로 그들에 대한 시각이 경제에 국한되어가고 있다. 근래의 ‘코리아 그랜드세일’ 및 ‘쯔위 사태’ 등 일련의 사태들이 그 점에서 기인한다. 이런 시선 때문에 경제적 소비자가 되지 못하는 조선족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겸비 되는 것이다. 어쩌면 서남, 동남아시아인 차별, 서양인 우대도 이러한 점에서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우리는 경제적 기준으로 외국인을 구분 짓고 있는 셈이다. 공존에는 이해가 필요한데, 우리가 그들에게 가진 시각은 '계산'이다. 공존을 위해 계산보다는 공감과 이해로 중국인들을 대했으면 좋겠다.”며 공존을 위해 무차별적인 잣대 강요가 아닌 이해로 다가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수원외국인복지센터(前수원외국인노동자쉼터)에서 3년째 외국인 노동자들의 상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현우 팀장을 인터뷰하며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차별과 공존을 위한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C. 수원외국인복지센터에서 외국인 체류자를 대상으로 '통번역사
양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수원시 외국인복지센터제공.
상대적 약자와의 공존을 위해…
외국인복지센터 상담팀 이현우 팀장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에서 상대적 약자이다. 센터에서 상담하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E9비자’를 통해 취업하는데 이 비자는 외국인의 거주를 4년 10개월로 한정한다. 또한 체류 기간 내에 최대 3회까지 사업장 변경, 즉 근무지를 바꿀 수 있는데 바꾸는 절차 또한 사업주의 허가가 필요하므로 매우 까다롭다. 이렇듯 체류에 대한 불안감과 근무지에 대한 한정된 선택권으로 그들의 권익은 상당히 제한된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다문화가족지원법에서 ‘다문화가족’으로 인정되지 않아 정부의 지원에서 배제되므로 정부 및 지자체에서 지원 받는 이주 외국인 가정과 달리 열악한 형편이다. 즉 영화 <완득이>에서처럼 소외되는 이주여성이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들 또한 정부와 지자체의 품안에 있지 않는 집단도 존재한다.
반면에 합리적 판단을 위해 지자체의 제일 하부, 즉 주민자치센터 차원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생활을 담당하는 부서와 얘기하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한국인의 민원이 들어와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해보면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 한국계 중국인이나 중국인의 문제도 많다는 것이다. 주 민원내용으로는 수원역 인근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90%이상이 중국인이므로 ‘중국 특유의 자극적인 음식물 냄새’, ‘중국어의 성조에 기인해 시끄럽게 느껴지는 소음 문제’, ‘중국인간의 다툼 문제’ 등이다. 이렇듯 상대적 약자이면서 동시에 한국인과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는 수원의 중국인들과 공존을 위해 센터에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것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근래에는 수원에 거주하는 각 나라의 리더들을 문화적, 직업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그들이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게 하고 더 나아가 그들이 속한 공동체가 한국과 한국인에게 우호적으로 바뀌게 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끝으로 수원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한국인들과 서로가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한국이 가지는 문화권을 공유하며 살아간다는 점을 인지하고 그들도 우리와 공동체를 공유하는 한 명의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편 수원 외국인 복지센터는 2007년 3월에 개소하였고 현재 외국인 노동자, 이주민 등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상담사업, 한국어교육, 제과제빵교육, 다문화 축제 개최 등 다양한 사회 통합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559?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