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정치센터 블로그기자단2기]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전해라~" 구아모 기자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전해라~

 

원룸 월세 평당 10만원?

 

원룸 월세 1평당 10만원. 어느 지역의 월세일까? 강남의 월세? 아니다. 이는 성북구 안암동의 방값이다. 무엇 때문에 성북구의 평당 월세가 이렇게 높게 형성된 것인가?

 

이는 안암동에 위치한 고려대학교 덕분이다. 고려대학교의 기숙사는 높은 방값을 자랑한다. 2015년 기준 직영 기숙사인 구관(3인 1실)은 월 209,900원 , 민자 기숙사인 신관(2인 1실)은 월 388,000원의 방값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식비는 별도로 지불해야한다. 이마저도 들어가기가 어렵다. 고려대학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작년(2015년)기준 10.5%에 지나지 않았다. 열악한 기숙사의 여건 상, 많은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하숙 또는 자취를 선택하게 된다.

 

 

학교 후문 근처, 언덕길에 건물 옆, 촘촘히 모여 있는 원룸, 하숙집들

 

어쩔 수 없이 기숙사를 나오는 선택을 하게 된 학생들. 그렇다면 하숙, 원룸의 실태는 어떨까? 

 

본 기사에서는 원룸, 하숙집의 실태를 확인하고자 기자 본인이 직접 집을 돌아다녀보았다. 또한 기숙사에서 현재 살지 않고, 원룸하숙을 택한 학생들에게 서면 및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취재 후, 가장 주거 현실을 잘 드러내주는 케이스들을 선별하였다.

 

 

기업형 하숙집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코에 퍼졌다. 또 습하고 축축한 느낌 때문에 기분이 찌뿌둥해졌다. 주인의 인도를 받아 2층 남학생 전용 층을 지나, 3층 여학생 전용층으로 올라갔다. 기다란 복도 내에 촘촘히 들어서 있는 하숙집은 마치 닭장을 연상시켰다. 한 층에 총 10개의 방이 있었다. 빈 방 2개를 들어가 보았다.

 

 

 

 

 

창문 밖에는 또 다른 원룸, 하숙집이 들어서 있어서 햇빛을 차단하고 있었다. 하숙집은 좁고 습하고 축축하고 어두웠다. 간신히 몸 뉘일 침대에, 빨래 건조대라도 들어서면 가득 차버릴 거 같은 좁은 공간에 빨래도 잘 안 마르고, 여름철엔 벌레 가 자주 출몰할 거 같은 방이었다. 또한 화장실은 10명이서 2개를 공유한다. 화장실에 세면대가 없었고, 비좁고, 수압은 약했다. 가격을 여쭤보니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5만원 이었다. 가격을 좀 낮춰 주실 순 없냐고 여쭤보았지만 다른 곳도 다 이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숙사 룸메이트와 갈등을 겪은 A양


사실 기숙사 비용은 저렴하지 않아요.  2인이 1실에 쓰는데 월 40만원, 게다가 밥값까지 합하면 기숙사에서 나와서 사는 거랑 큰 차이가 나지 않았어요.


기숙사를 나온 결정적 계기는, 두 번째 룸메이트와의 관계 때문이에요. 나보다 2살 위였는데 갑질이 엄청 심했어요. 공동공간이니까 서로 배려해야 하는게 당연한데 자기중심적으로 사용했고, 내 개인 물품함도 뒤지고... 일찍 잔다고 불꺼도 자도 되냐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싫다고 하겠어요? 선밴데, 그냥 매번 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죠. 일찍 잔다고 불 껐으면 일찍 잠이나 잘 것이지, 핸드폰 1시간 하다가 자고.... 결정적으로 뭐 룸메이트가 화나는 일이 있었는데, 저한테 화풀이를 하는 거에요! 그때 도저히 못버티겠다 싶어서 중도 퇴사 했어요. 


우선 임시방편으로 법대 후문에 있는 고시원에서 잠시 살았다가, 본격적으로 이제 계속 살 집을 알아봤어요. 캠퍼스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역들은 정말 방 상황이 너무 터무니없이 열악했어요. 그 좁은 지역에 다닥다닥 꾸역꾸역 방들이 들어서다 보니, 채광은 아예 기대하기가 힘들었어요. 반지하이거나, 위층에 있어도 어차피 다른 건물이 가려서 빛이 안 들어와요. 또 학교랑 가까우니까 집주인들이 다 배짱 장사식으로 해서, 방크기 및 여러 조건들에 비해 너무 어이없이 비싸더군요.


 

지금은 학교 최근접 지역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에서 살아서 합리적인 가격에 괜찮은 방에서 살고 있어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5만원인데, 방크기 ,밥 , 화장실 등등 고려하면 괜찮은 조건에서 거주하고 있었어요. 다만, 방음이 매우 열악해요. 옆방에서 통화하면 정말 대화 내용이 그대로 들려요. 이거는 근데 안암동 어딜 가나 똑같아서 어쩔 수 없죠. 

 

최근 창문 건너편에 옥탁방이 하나 생겼어요. 처음에 이 방을 결정한게 햇빛이 쏴아아 들어오는게 정말 좋아서 였는데, 이제 가려서 햇빛이 안들어오니 뭐... 장점이 하나 사라지게 됬네요. 그리고 집 앞에도 하숙집 늘리려고 공사를 진행하던데, 도무지 이해가 안갔어요. 이미 충분히 빽백히 들어차있는데 거기에다가 새로운 방을 만드려고 하더군요..

기숙사를 더 지으면 참 좋을거 같긴한데! 다른 학교처럼 독방도 제발 만들어주고. 근데 지역 원룸, 하숙 상인들 장사하는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까 실현이 될 지는 모르겠어요. 학교차원에서 해결을 해줬으면 하네요.

 

 

                                                        새로 들어선 옥탑방                                           새로 건축 중인 하숙집

(인터뷰 학생에게 요청해서 인터뷰 학생이 보내준 사진)

 

▷기숙사 학생회, 제발 그만 문 좀 열어! B양


기숙사에 살면서 계속 학생회에 의한 사생활 침해를 계속 당했어요. 시도 때도 없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려고 한다니깐요? 문 두드리고 방문을 안 열면 학생회용 카드키로 잠금 해제하고 들어와서 수시로 기숙사 검사를 계속해요. 방 정리안하면 벌점, 음식물 있으면 벌점... 한 순간도 방심을 할 수가 없어요. 저는 결국 벌점이 쌓여서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잘못 한거긴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사생회가 내 방에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불편했었어요. 


방을 구할 때, 방 임대 관련 정보를 한 번에 찾아볼 수 없는 시스템이 없어서 불편했어요. 부동산에서 복비를 내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그냥 발품팔아서 일일이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한창 모두들 방을 구하러 다니는 성수기 시즌에 방을 구하려 다녀서, 방금 보고 와서 괜찮다고 생각해서 계약하려고 전화하니 어느새 다른 사람이 계약해있고 그런 경우가 많았어요.  


자취를 하니 직접 해먹고 뒷정리하는게 너무 번거로워서 기숙사에서 살고 싶지만, 뭐 어쩔 수 없죠.

 
기본적으로 기숙사 방수 자체가 적으니까 기숙사 신축을 통해 학생들을 수용할 충분한 공간을 만드는 게 제일 기초적인 주거문제해결 방안이라고 생각해요. 여학생 기숙사의 경우엔 경쟁률이 더더욱 치열해서, 학점 커트라인이 3점 후반대, 심한 경우에는 4점 초반대로 형성되요. 여기에 벌점을 받으면 학점에서 팍팍 깎이는 거죠.

 

▷이제는 기숙사에서 나올 때가 되었다. C군


저는 기숙사에서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매우 오래 살 수 있었어요. 보통 2학년이 되면 기숙사에서 살기 힘들어지거든요. 저는 남학생이여서 학점 커트라인이 낮아서 많은 벌점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생존했는데, 이번 학기에는 드디어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구관에서 살아서 그래도 월 20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었는데, 당장 자취를 하자니 방세가 다 45만원은 윗도니 부담스러웠어요. 부모님한테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었어요. 정경대 후문(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지역) 근처는 방값이 너무 비싸서 방값이 비교적 저렴한 법대 후문으로 방을 알아봤어요. 10군데 넘게 돌아다니느라 힘들기도 했는데, 상태가 안좋은 방들이 많아서 당황했어요. 월세가 40만원 싸다 싶으면 보증금이 1500만원, 가격도 보증금도 적당하다 싶으면 방상태가 최악이였죠. 벽에 곰팡이가 피어났거나, 완전 고시원처럼 좁은 방들이 많았어요.
 그 중에 나름 괜찮은 방을 찾았어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45인 방을 계약 했어요. 친구 중에 거의 비슷한 조건의 방인데 정경대 후문 쪽에 살던 친구는, 보증금 1500에 월세로 55만원을 낸다고 해서 매우 뿌듯했죠.

 

지하로 내몰리는 청년들

 

출처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주거실태 조사

 

고려대학교 근처의 자취촌은 평균적으로 1500만원의 보증금, 그리고 45만원 정도의 월세(자취의 경우 공과금 미포함)를 내야한다. 임대업자들의 담합으로 가격은 대다수가 45만원으로 고정되어 있다. 드러나는 가격은 보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취재결과, 방 넓이는 물론이고, 통풍, 채광도 기본적인 주거의 필수 조건들을 기대하기 어렵다.

 

빽빽하게 늘어선 방들 사이로 쾌쾌한 냄새가 나고, 임대업자들의 무리한 건물 건설로 창문건너 줄지어 늘어선 장벽들로 빛을 쬘 수가 없다. 그야말로 지하의 환경 속에서 사는 것이다. 방음도 기대하기 어렵다. 나만의 밀실 속에서의 자유로운 생활은 보장되지 않는다. 기숙사에서도 내몰리고 지하 속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은 어디에서 몸을 두어야 하는 것인가?

 

 

 

 

 

sns신고
 


출처: http://www.justicei.or.kr/558?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