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정치센터 블로그기자단] "책을 언제 구매했는지 모르는 대학생들" 강성수 기자

책을 언제 구매했는지 모르는 대학생들


통계자료를 통한 대한민국 성인 독서 실태

 

책에는 인류의 지성이 함축되어 있다. 책에는 전문 지식이 있고 삶의 지혜를 깨닫게 하는 진리가 있다. 이런 삶의 지혜는 각자가 맺고 있는 관계, 즉 공동체를 향한다. 타인에 대한 관용과 배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은 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몇 년 전만 해도 대중교통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그들이 향하는 것은 스마트폰의 액정화면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에서 퍼지는 소문과 거짓 선동, 인터넷 언론의 자극적인 기사만을 보고 그것이 사실인 양 착각하고 남들의 생각을 자기 생각인 양 착각하고 있다. 이 모두 책을 읽지 않아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언론에 노출된 각종 통계자료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도서실태조사, 지역별 대학생 독서실태조사, 가구당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책을 읽지 않는 현 상황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이다. 2014년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1만8154원으로 이고 2011년 이후 지속적해서 감소 추세에 있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도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3년 성인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이며 하루의 독서시간은 23.5분이다.

 

꽂아만 두기에 아까운 방대한 지식창고

 

인터뷰를 통한 대학생 독서 실태

 

그러면 진리의 상아탑인 대학교 안의 독서 풍경은 어떨까? 충남대학교 인문대학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학생 남녀에게 “한 달에 책 몇 권 정도 읽으시나요?” 라고 물어보았다. 영문과 2학년 재학 중인 정모 양(21세)은 전공서적 외에는 거의 읽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6개월에 한 권 정도 자기계발서를 읽는다고 했다. 같은 학교 고고학과에 재학 중인 조모 군(27세)은 일 년에 한 권 정도 도서관에서 현대소설을 빌려서 읽는다고 대답했다. 전공서적 외에 교양서적을 언제 구매하였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방모 양(24세)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녀는 한 달에 두 권 정도 책을 읽는다고 대답했다. 최근 금융권에서 인문학 열풍이 불면서 자기소개서 중 인상 깊게 읽는 책과 이유를 적어야 하는 항목이 생겨서 반강제적으로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일 때는 전공공부, 학교생활, 취업준비 등의 이유로 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고 했다.

 왜 그들은 책과 멀어지게 된 것일까?

 

이들 모두는 책을 읽어야 하는 당위성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책을 읽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그들의 독서 부족의 원인은 개인적인 부분과 사회적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일단 사회적 원인으로는 그들이 지금까지 겪어온 교육제도와 환경 자체가 책 읽기를 방해하고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에서 배려와 공감은 없다. 옆에 있는 친구를 이겨야지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경쟁만이 있다. 이 경쟁의 끝은 좋은 대학, 인기 있는 학과에 가는 것이다. 부모와 교사들은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면 취업이라는 더 치열한 경쟁을 한다. 대학에 다니는 유일한 이유가 취업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어릴 때부터 독서 할 여유는 없다. 독서 하는 이유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독서이다. 독서를 통해서 개인이 행복감을 느끼고 건강한 사회 윤리를 만들어 내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한 속물적인 독서이다.

 

최근 인성교육진흥법이 발효됐다. 인성은 정규 교과과정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직접 경험한 것, 간접 경험한 것을 통해서 잠재적으로 길러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아이들에게 강제로 예의, 정의, 책임 등과 같은 것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독서교육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인성이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독서 교육은 인성뿐만 아니라 책에 대한 즐거움으로 연결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 줄 수 있다. 교육과정과 입시제도, 독서 문화를 총괄적으로 손보지 않는 한 대학생들의 독서 실태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 원인으로 대학생의 나태함에 있다. 그들이 책을 읽지 않는 공통적인 요소는 시간이다. 전공 공부하느라, 자격증 때문에, 취업 스펙 등과 같은 압박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사실이지만 나는 반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 혁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위선이다. 시간은 늘 충분하다. 단지 우리가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도전할 시간이 없는 것이다.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면 잠을 희생하든 놀이를 포기하든 달콤하지만 의미 없는 일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서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인간은 미래에 대한 효용을 과소평가하고 현재에 대한 효용은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독서를 한다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거나, 삶의 진리를 깨닫거나, 엄청난 지식을 얻는 것은 아니다. 독서는 저축과 같다. 당장 쓸 수 없지만, 차곡차곡 쌓여서 나중에 몇 배로 나에게 돌아온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당장 욕구에만 관심이 있다. 온종일 휴대 전화를 부여잡고 있다. 화장실 갈 때나 밥을 먹으면서도 친구들과 커피숍을 가서 여행을 떠나도 심지어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휴대 전화로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를 내리며 카톡으로 쉴새 없이 채팅하고 유투브로 동영상을 본다. 미래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독서나 사색은 과소평가하고 지금 현재의 즐거움에 시간을 허비한다. 어쩌면 대학생들은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 것이 싫어서 또는 책보다는 다른 쾌락을 즐기기 위해서 시간이라는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누구나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하는 이유는 쳇바퀴 도는 우리의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은 누구나 떠나고 싶지만, 그 자체로 피곤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 많기에 다들 쉽게 떠나지 못한다. 여행할 수 없지만, 책은 읽을 수는 있다. 여행과 책은 멀리서 나를 볼 수 있는 직접적이고 간접적인 경험이다. 몸과 마음이 힘들고 스트레스가 차오를 때 평소에 다가가지 않았던 책을 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마침 더위가 가라앉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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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sticei.or.kr/479?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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