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정치센터 블로그기자단] 대학기숙사 기획기사 "기숙사 롬메이트 강제배정은 공동생활을 통한 건전한 인격형성의 취지에 걸맞는 제도인가" 한원석 기자

<대학기숙사 기획기사>

 

 

기숙사 룸메이트 강제배정은 공동생활을 통한

건전한 인격형성의 취지에 걸맞는 제도인가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김애란의 소설 <침이 고인다>는 주인공이 후배를 자신의 자취방에서 지내게 하며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주인공은 후배와 알게 모르게 갈등을 겪고 지낸다. 그러나 자취방 룸메이트는 별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룸메이트로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룸메이트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자취방 말고 기숙사가 있다. 기숙사 신청을 할 때 본인과 같은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대학들도 있지만 아닌 경우들도 여전히 있다. 고려대, 연세대 송도캠퍼스, 청주교대, 단국대, 동의대, 대구가톨릭대, 울산과기원 등이다. 명분은 “공동생활을 통한 건전한 인격 형성”이다.

 

여기서 과연 이 명분이 달성되고 있는지, 합리적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주거라는 것은 인간의 3대 생활 요소인 의식주 중의 하나이다. 그만큼 개개인의 주거는 존중되어야 한다. 극소수의 미성년자들을 제외하면 모두 성인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제적인 제도를 통해 건전한 인격을 형성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합리적인지 여부를 제쳐두고서라도 과연 그 제도로 건전한 인격이 형성되고 있을까.


실제로 강제적으로 룸메이트를 임의 배정받고 있는 기숙사생들과 인터뷰를 해보았다.

 

1. 기숙사를 구조적으로 보았을 때 룸메이트와 어느 정도로 공간과 생활을 공유하십니까?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재학 중인 대학의 기숙사만 가진 특이한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A씨 : 아파트 형식으로 되어있으며 1개 건물을 제외한 나머지 2개 건물은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엌(조리기구 X)과 거실, 그리고 3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룸메이트와는 책상, 옷장, 침대를 제외한 모든 공간을 공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B씨 : 룸메이트와 샤워실을 공유하며 보통 화장실도 공유한다. 방의 경우 딱 절반 나눠서 쓰는 편. 타 대학과 비교해서 우리 학교는 홈메이트라는 게 있다. 공동 구역을 두고 각자 생활 공간이 따로 있는 구조인데, 거실 1개에 방이 4개 있는 아파트를 생각하면 편하다.


2. 강제적인 룸메이트 임의 배정으로 겪으셨던 일화 등 불편한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A씨 : 일단 서로의 성격에 차이가 나면 끝도 없다. 말이 많은 사람과 말이 적은 사람의 만남이라든가, 기상시간이나 취침시간이 다르다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취침시간 차이로 인해 학기 중 룸메이트를 바꾸거나 기숙사를 퇴사하는 경우도 있다.

 

B씨 : 룸메이트는 서로 고를 수 있으므로, '홈메이트'에 초점을 맞춰 설명하겠다. '공유지의 비극' 이라는 한 단어로 쉽게 설명이 가능할 것 같은데, 공동 구역을 무책임하게 쓰는 사람이 너무 많다. 주기적인 청소 등 바람직한 생활 태도를 모든 홈메이트들에게 바라기가 많이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 거실의 넓이에 비해 사용하는 사람 수가 너무 많아서 개인 비품을 보관하기가 여의치 않다. 마지막으로, 에어컨이 거실에만 비치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서로 사용을 조율하기가 힘들고, 이용료(전기료) 납부의 형평성에 문제가 크다.

 

3. 강제적인 룸메이트 임의 배정으로 “공동생활을 통한 건전한 인격 형성”이라는 취지가 달성된다고 보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A씨 : 인격형성을 위한 강제 룸메이트 배정이라는게 애초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람들과 처음 만나서 서로 맞춰 둥글게 둥글게 살라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 같은데, 기본적인 선택권을 침해하는 규칙이라고 본다. 이미 대학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규칙에 적응하고 있는데 말이다. 한 학기 100만원이 넘는 비싼 기숙사비를 내고 - 심지어 학비에 육박하는 학교도 있는데 - 내가 편한 생활을 못한다면 누가 기숙사에 살려고 하겠는가?

 

B씨 : 전혀. 운용할 취지 자체가 모호한 제도이고, 따라서 이로부터 건전한 인격 형성 등의 긍정적 효과를 얻긴 매우 힘들다.
또한, 공동 공간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는 홈메이트들에 대한 제재가 전혀 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신고할 경우 홈메이트끼리 잘 타이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아주 관대하게 해석해서 남들과의 충돌을 조율하는 법을 배우라는 의도가 있다고 쳐도 이게 한두 번이어야지 계속 반복되면 짜증만 나게 된다.


성인이고 시설에 대한 대가를 정당히 지불하고 이용하는 나는 누군가로부터 교훈이나 제도를 강요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심지어, 이게 무료로 이용하는 시설이라 하더라도 이건 마찬가지이다.


공동생활을 통한 건전한 인격 형성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기숙사 내에서 강제로 모르는 사람과 생활하게 함으로써 이루어질 일은 아니다. 또한 대학생들은 이미 여러 강의와 대외활동 등을 통해 공동생활을 접하고 있고 건전한 인격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기숙사에 돈을 지불하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이유는 안락한 생활을 하고자 함이지 인격을 형성하려고 학생들이 그 안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니다. 가뜩이나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안식처인 기숙사까지 엉뚱한 이유로 학생들의 접근을 어렵게 하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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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sticei.or.kr/461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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