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의연구소 블로그기자단] '등록금 결정 기구' 기획기사 "대학 등록금심의위원회 속, 사라진 학생들의 목소리를 찾아서" 권윤영 & 김현우 기자

<등록금 결정 기구 기획기사>

 

대학 등록금심의위원회 속, 사라진 학생들의 목소리를 찾아서

 

연초마다 대학가는 학교 당국의 등록금 인하 여부로 웅성댄다. ‘어느 대학은 몇 퍼센트 등록금을 인하했네’, ‘어느 대학은 등록금을 동결했네’, ‘어느 대학 학생회는 등심위를 보이콧 했네 ‘와 같은 뉴스들이 학생들의 입에서 오르내린다. 그만큼 대학생들에게 있어서 등록금은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다. 학생들이 등록금 결정에 관심을 두는 것은 분명, 그것이 당사자인 학생들에게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이래 학생들이 등록금 의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학생들의 등록금 결정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이끌었다.

 

한대련 중심의 반값등록금시위를 계기로, 2010년 1월 국회를 통과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라 등록금 결정 과정에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각 대학에서 출범하였다. 초창기 등심위에서 학생들의 영향력은 매우 미미했다. 이에 대한 학생 사회의 개선요구가 일자, 등심위에 학생 대표가 30% 이상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후 오늘날까지 등심위는 대학의 등록금 의결권을 행사하며, 학생 사회의 등록금 결정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내가 법학대학원 교수인데”, 비민주적인 등심위 구조

 

그러나 과연, 등심위는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등심위에서 학생 대표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잘 내고 있으며, 학교는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반영하고 있을까?

 


자료들에 따르면, 등심위가 합리적으로 잘 진행되는 대학은 전국에 많지 않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등심위 회의 개최 횟수가 1회에 불과한 대학이 71개교(39.7%)로 가장 많았다. 한편 2014년 2월 초 김재연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346개 대학 중 등심위 구성을 하지 않은 대학은 49개에 달했고, 등심위 회의 개최 횟수가 1회에 불과한 대학은 무려 112개에 달했다. 등심위가 형식적인 의결기구에 그칠 뿐, 등록금과 관련된 실질적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단순히 회의 개최 횟수만이 문제는 아니다. 등심위는 그 구성과 제도 자체부터 한계를 가지고 있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라 등심위에는 학생 대표가 30% 이상 참여하고 있지만 등심위가 학생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반영하여 운영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다. 각기 대학들은 규정에 따라 학생위원들의 숫자를 자의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학교별로 학생위원의 숫자도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 등심위에 참여하는 학교 측 위원의 숫자가 학생 측 위원의 숫자보다 많으므로 공정한 심의와 의결을 할 수 없다. 등심위 위원 구성이 그나마 공평하게 잘 이뤄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의 등심위 구성 비율이 5대 4(학교 측 5, 학생 측 4), 고려대의 등심위 구성 비율이 7대 6인 실정이다. 위원 구성 비율부터 학생들이 학교 측에 밀리니, 학생들이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을 리 없다.
학교 측의 자료제공과 회의 공개 여부도 큰 문제이다. 학생 측에서 등심위에 참여하여 합리적인 주장을 하기 위해선, 학교 측의 회계 및 예산안 자료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학교는 ‘경영상의 비밀’이 외부로 새나갈 위험 등이 있다는 것과 같은 변명을 하며 자료제공에 소극적이다. 한편 대부분 대학교 등심위는 외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등심위 논의결과만 외부에 공개되고, 그 과정은 알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등심위의 구조적 문제와 더불어 등심위의 참여하는 학교측 위원들의 권위주의적이고 비협조적인 태도 역시 큰 문제이다. 실제로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인 K대학교의 경우, 등심위 의장이 회의 진행 도중 등심위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대표에게 ‘내가 법학대학원 교수이다’라고 발언하며 학생의 주장을 권위적으로 무시하는 사례도 있었다.

 

등심위 개선을 향한 학생사회의 목소리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늘날 많은 대학 학생회들이 민주적인 등심위 구성과 제도를 요구하며 각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인 K대학교의 학생회의 경우 2015년 1월 중에 개최된 등심위에서부터 지속해서 1) 학교 당국은 관련 분야 전문가(회계사)를 학생 측에서도 추천할 수 있게 하며, 동등한 선임권을 보장할 것 2) 학교 당국은 의장을 학교와 학생이 번갈아가며 맡게 하고,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회의 진행을 중단할 것, 3) 학교 당국은 회의에 방청을 허용하고 공개하여, 등록금 책정 과정의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할 것, 4) 학교 당국은 회의 진행과 등록금 책정에서 학생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였다.

 

K대학교 학생회의 요구안 중 첫 번째 요구안은 학교가 선임한 회계사 한 명만이 회의에 참여하는 기존의 등심위 구조를, 중립성과 공정성을 위해 학생 측이 선임한 회계사도 참석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안에 대해 대학 당국은 여태까지 총장이 추천하는 회계사를 임명해왔으며,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회계사를 초빙해야 한다는 다소 논점에서 벗어난 답변을 하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장을 번갈아 맡게 해야 한다는 요구안에 대해서 역시 “노사협상의 경우 그렇게 하지만 노사협상과 등록금산정은 전혀 다르다”며 운영 규정과 회의의 효율성을 들어 반대하였다. 이렇듯, 학교당국은 학생회의 요구사항을 등심위 과정에서 묵살하였으나, 등심위 구성 및 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위원회를 7월 중에 개최하여 논의하자고 합의하였다.

 

이에 대하여 K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는 “잘못된 운영 규정을 좀 더 민주적으로 바꾸어달라고 요구하는데 운영 규정에 따르고 있기에 문제가 안 된다는 말은 그저 회피하려는 것”이라며 “노사협상에 대한 말은 대체 왜 나온 것인지, 번갈아 의장을 맡는 것이 왜 비효율적인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다만 7월에 다시 논의하자고 학교 측에서 소통의 창구를 열어두었기에 이번에는 제대로 해결되기를 기대해본다. 학교의 태도에 따라 학생회 차원에서도 기자회견 등의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K대학교 총학생회는 첫 등록금심위위원회가 열리고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월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의 폐쇄적 태도와 등심위의 불합리한 구조에 대해 규탄하였다.

 

 

◀ 지난 1월 28일 열린 기자회견 때 모습. 고대신문에서 찍은 사진이다.

 

학생회에서만 등심위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일반 학생들도 학생회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문과에 다니는 최 모 학생은 “오히려 학생회가 더 강경하게 나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며 “지금은 단어 선택이나 협상 등에 있어 학교 측을 너무 신경 쓰는 것 같다. 그러나 현 학생회의 성격이나 색깔을 보아 기대할 수 있는 만큼은 하고 있다고 생각 된다”라 밝혔다. 또한 디자인 조형학부에 다니는 한 학생 역시 “등심위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학생회 측에서 기자회견도 여는 등 문제를 공론화 시키려고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 다만 공론화 시키는 과정에서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 문제가 왜 공론화 되어야 하는지 등에서 일반 학우 입장에서는 전달이 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래도 학생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 등심위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과, 총학생회의 대응 자체에는 조금 부족한 점이 있을지라도 요구안에 대해서는 전부 동의했다.

 


등심위 구조개선에 관하여 K대학교 기획예산처 예산팀에 문의한 결과, 학생회 측의 요구안에 대한 학교의 견해를 밝힐 수는 없고, 7월 중 열릴 등심위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원론적인 태도만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 등심위 개최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등심위에서 학생회의 요구 사안에 대한 민주적 의사수용과 합의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K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요구와 투쟁의 결과로 출범한 등심위는 아직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등심위의 이러한 문제점들이 하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 것이 있다면, 점점 기력을 잃던 학생 사회가 등심위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학교에 개선을 요구, 참여하며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록 아직은 학교 측의 강건한 입장으로 인해 등심위 구조를 직접적으로 개선할 힘은 없지만, 학생회는 그럴수록 더욱 더 학교 측에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역시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바탕으로 학생사회는 제 목소리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불합리한 등심위 구조를 개선하고, 더 나아가 ‘반값 등록금’을 쟁취할 수 있을지 그 추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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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sticei.or.kr/433?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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