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의연구소 블로그기자단 프레시안 공동기획] "취직 힘들면, '취집'이라도 해야죠" 하동원 기자

"취직 힘들면, '취집'이라도 해야죠"

[진보정의연구소 블로그 기자단] "차라리 방글라데시 국민이었으면…"

 

 

 

3포 세대, 5포 세대를 비롯해 니트족, 캥거루족까지 이런 단어들은 청년 실업이 격화되면서 나온 신조어다.

통계청 2015년 2월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1.1%로 청년실업자가 48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체감 실업률은 약 22.9~35%로, 실제 실업률의 두 배 이상이다. 통계청 조사와 달리, 100만 명에서 150만 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실업 상태인 것이다.

청년 실업자들은 결국 어린 시절 갈망했던 꿈을 포기한 채 9급, 7급 공무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인문계 졸업생일수록 취업이 어렵다 보니, '철밥통(정년 보장)'이라 불리는 국가 공무원직에 목숨을 거는 셈이다. 여파는 고등학생들에게도 미쳐 일찌감치 공무원을 꿈으로 삼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에 전국 17개도에서 치러진 9급 공무원 시험에는 총 19만 987명이 몰려, 5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 중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으로 최대 규모였다.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을 만나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쏠리는 원인에 대해 들어봤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처리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 취업포털사이트 워크텟의 이미지입니다.

 

ㄱ씨 "경제적인 괴로움과 보이지 않는 앞날"

 


공무원을 준비하면서 제일 힘든 건, 아무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앞날과 당장 바닥이 보이는 통장 잔고인 것 같아요. 지난해부터 국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공무원 학원비도 비싼 편이어서 모아뒀던 돈이 거의 바닥났어요. 나이도 20대 후반 이라 부모님께 도와 달라고 하기도 어렵고요. 지금은 힘들지만, 그래도 '공무원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ㄴ씨 "'취집'으로 발길을 돌려야죠"


만약에 시험에 계속 낙방하고 더 이상 길이 없다고 판단되면, 남자 잘 만나서 '취집(결혼)'이라도 해야죠. 아무것도 모를 때는 '취집'에 반감이 들었는데, 막상 취업시장에 뛰어들고 또 여러 고비를 겪고 나니 왜 여자들이 '취집'이라고 하는지 알겠어요.

그리고 요즘 세대를 '3포 세대'라고 하잖아요. 정말 딱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주위 취업준비생 중에 연애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친구가 많은데, 결혼이나 출산은 먼 나라 얘기죠.
 

ㄷ씨 "많은 문제 중 단연 취업이 우선"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하는 것을 하나만 꼽자면 저는 취업문제가 제일 급한 것 같아요. 제가 대학교 졸업하고 이력서만 한 50군데 이상 넣었는데, 아무래도 요새는 신입보단 경력직을 좀 더 선호하는 편이다 보니, 지원할 수 있는 회사도 많지 않았고 지원하는 회사마다 낙방해서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준비가 덜 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제 주위 친구들이나 취업 준비생들을 보니깐 어딜 가도 대단하다고 느껴질 만한 스펙인데, 막상 처지는 저랑 같아서 이게 단순 문제가 아니라 '정말로 취업문제가 심각하긴 하구나!'라고 느꼈죠.

앞으로 국가를 이끌어가야 할 청년들이 취업을 하고 돈을 벌어야 국가도 더 잘 돌아간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당장 우리나라에서 고치고 수습해야 할 문제들이 많지만 제일 먼저 해야 될 것은 청년 실업문제라고 봐요.
 

ㄹ씨 "잘 사는 나라보단 행복한 나라"


우리나라가 이제는 어딜 가도 뒤지지 않는 경제 대국이잖아요. 그런데 저는 전혀 행복하지 않아요. 한 끼 식사로 삼겹살을 먹고 싶을 때 삼겹살을 먹을 수 있을 수 있고, 넉넉하진 않아도 부족하지도 않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사는 게 꿈인데, 그런 것조차 힘드니…. 전혀 행복하지 않죠.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어제 공부했던 것을 복습하는 겁니다. 씁쓸해요. 또 브랜드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아까워 참는 자신을 볼 때면 무척 처량해요. 그래서 방글라데시처럼 경제력은 낮아도 개인이 행복한 나라에 살고 싶은 꿈이 있네요.
 

ㅁ씨 "어릴 적 꿈은 대통령이었어요"


어릴 적 제 꿈은 대통령이었어요. 물론 어릴 때 막연하게 꿨던 꿈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코웃음만 나오죠. 근데 더욱 아쉬운 건, 이런 청년 실업 문제가 현재 10대들까지 이어지고 있더라고요. 동생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 "꿈이 뭐니?"라고 물어보니까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것"이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현재 10대들도 우리가(20대 청년들이) 겪는 고통을 간접적으로 겪고 있는 거죠. '지금도 큰일인데, 지금 10대들은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겠구나' 싶더라고요.

청년실업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현재 국가적으로 풀어야 되는 숙제다.

어릴 적 가졌던 꿈을 순순히 포기하며, 현재 꿈은 '단순히 취업'이라고 말하는 20,30대 청년들. 취직이 힘들면, '취집'이라도 가겠다는 청년들. 현재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청년들.

그들을 위해 임금피크제 및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미래 세대인 청년들을 위해 건전하고 긍정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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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sticei.or.kr/396?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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