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박근혜 정부는 하반기 경제 정책을 내놓았다. 이 중 가장 중점을 둔 분야는 청년 고용과 노동에 관한 정책이었다. 공공기관 청년채용 확대, 청년 인턴제 도입, 임금 피크제 등 여러 대안이 쏟아졌다. 과연 청년들의 실질적인 반응은 어떨까. 세 명의 청년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 현재 청년 일자리 현실은 어떻고,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씨(24세) : 한 마디로 굉장히 어렵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자연히 노동 환경이 인간적이면서도 일에서 보람을 얻을 수 있고, 급여도 넉넉히 보장된 자리를 다들 찾기 마련인데, 문제는 이런 자리 자체가 너무 제한되어 있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다. 기업에서도 굉장히 세세하게 소위 스펙(Spec)이라고 해서 직무와 상관없는 경력이나 자격증까지 원하는 것이 많다. 이런 현실 속에서 마냥 미래에 대한 꿈을 그리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할 수 있겠다.
B씨(20세) : 소위 '좋은'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것이 현상으로 나타나는 문제이다. 기성세대는 눈을 낮추라고 하는데, 눈을 낮추면 노동 환경이 좋지 않은, 소위 말하는 야근·회식이 잦고 급여는 낮은, 보람을 느끼기 어려운 자리만이 남게 된다. 전반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 환경이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너도나도 대기업을 가고 싶어 하고, 그러다 보니까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노동 환경 격차가 왜 나타나는지, 거시적인 한국 경제의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라는 키워드 등장했는데,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의 생태계 구축에 관련한 논의가 대통령 당선 이후 사라진 것 같다. 이런 부분이 해소되어야 좀 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C씨(20세) : 단순히 일자리 많이 생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전반적으로 한국사회에서 노동 시간이 긴 것 같다. 이러다 보니까 한 사람이 많은 일을 짊어지게 되고,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체계인 것 같다. 최근 '열정페이' 이야기를 하는데, 인턴도 그렇고, 야근도 그렇고, 이거 다 열정페이에 포함되는 부분이 아닌가. 일한 만큼 충분히 보상받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노동시간은 너무 길고, 월급은 너무 적다. OECD 통계를 봐도 그렇고, 고용노동부에서도 알 것으로 생각한다. 정당하게 분배되는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법적으로 할 수도 있고.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tvN
- 이번에 내놓은 하반기 경제 정책이 청년 일자리 문제에 해결책을 잘 제시하고 있다 생각하나. 우선 하반기 경제 정책에 관해 설명하겠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 고용을 확대하고, 공공기관의 청년 채용과 청년 인턴제를 확대하며 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그 외에도 해외 진출을 돕거나 중소기업 취업 유도 등이 있다.
A씨 : 임금피크제 같은 것이 현재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건 단순히 일자리 숫자를 늘리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일자리만 늘리려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노조의 활동을 보장하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등 노동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는데, 현재 정책은 일방적이고, 지나치게 유연성만을 강조한 것 같다.
B씨 : 해외에는 유연안정성이란 개념도 있지 않나. 이번 하반기 경제 정책에 유연안정성 개념이 들어간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에 취업을 유도한다고 했는데 청년들이 괜히 대기업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환경 차이가 크게 나는데 무조건 중소기업에 취업하라고 유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본적인 하청 구조와 중소기업이 착취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부터 먼저 바꾸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히 중소기업에도 청년들이 눈길을 돌리지 않겠나.
C씨 : 박근혜 정부에서도 청년 일자리 문제가 중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청년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기보다는 '일자리 경험'만을 주려고 하는 것 같다. 인턴을 늘린다고 해서 청년 고용이 늘어나나. 오히려 값싸게 청년 노동력을 착취할 수 있는 수단이 인턴제 아닌가. 그리고 채용 확대도 지나치게 공공기관 위주인 것 같다. 현재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그렇게 목을 매고 있는데 그 이유를 하나 더해주는 셈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노동 시장 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런데도 어쨌든 박근혜 정부도 위기를 의식하고는 있는 것 같다.
- 청년의 입장에서 제시하고 싶은 정책이나 박근혜 정부가 해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나.
A씨 :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제일 시급하다고 본다. 현재 한국 사회에 대단히 많은 비정규직이 있는데, 비정규직의 노동 강도가 센 편이고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불안정한 일자리를 갖고 있다. 비정규직의 많은 부분을 정규직화하면 노동 강도를 줄이고 고용 창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B씨 :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회적 비용을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부담하여 개별 기업의 부담을 감소시키면서도 유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구축할 수 있는, 이런 유연안정성 개념을 도입한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회 안전망이 우선 구축되어야 그 후 적극적인 노동시장 개혁을 펼 수 있으리라 본다.
C씨 :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그냥 우리 같은 청년들이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진정으로 꿈을 찾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졸업하면 무엇을 해야 하나, 걱정되고 학교에서도 무엇을 배울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취직에 유리할지만을 생각하게 되는 숨 막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미래에 대한 희망에 차고 싶다.
이들은 하나같이 청년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청년들에게 집중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며, 노동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함께 해야 풀릴 수 있는 문제임에 동의했다. 그러면서 급선무로 꼽은 것은 노동 환경의 열악성이었다. 높은 임금과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소수의 대기업뿐, 중소기업 대다수는 적은 임금과 불안정성으로 대기업과 차이가 크다. 결국 청년들은 대기업 취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셈. 이는 경쟁에서 낙오된 청년들의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청년들은 따라서 이런 차별을 완화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청년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인 구조 개혁보다는 '일자리 맛보기'를 시켜주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위 기사는 프레시안과 공동게재 됩니다. (☞ 프레시안 바로가기)
출처: http://www.justicei.or.kr/394?category=671202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