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정치센터-영광군민신문 공동칼럼]
국정농단과 낮은 정부신뢰 속 정부의 책무성 회복의 길
: 고약한 질문과 성실한 답변, 적절한 처벌
고 광 용(미래정치센터 연구위원)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가와 정부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재작년에 전부는 세월호 침몰사건에서 300명이 넘는 사람들을 구해내지 못하고 눈앞에서 죽음을 지켜보기만 하는 무능함을 보여준 바 있다. 당일 7시간 동안 박대통령이 무얼 하고 있었는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한 작년에 메르스 사태에서 보건당국은 초기의 안이한 대처로 무려 186명의 감염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냈다. 나라가 국민(백성)들을 보호하고 지키는 존재가 아녔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 한다’라는 속담, 임진왜란의 선조와 6.25전쟁의 이승만 대통령 등 우리 역사 속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험들이 국민들의 정부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국민들의 낮은 정부신뢰는 수치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2014년 기준 OECD 정부신뢰도 순위를 보면 한국은 26위(34%)로 중하위권에 속해 있다. OECD 평균 정부신뢰도는 42%이며, 대체로 스위스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스웨덴 등 유럽국가들이 60~70% 수준으로 상위권의 정부신뢰를 보인다. 이들 국가들은 대부분 고부담 고복지의 복지국가들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국정논단은 그나마 30%대를 유지하던 정부신뢰도도 크게 하락시킬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박대통령 국정지지율은 최악의 수준인 4~5%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낮은 정부신뢰와 국정지지율은 사실상 무정부사태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책임정치의 실종 즉, 책임 있는 정부를 구현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부터 정치의 본질은 권력이며, 이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았다. 책무성(accountability)은 권력 행사에 대한 제도적 제약과 감시를 위해 점검과 감독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여전히 모호한 정부의 책임에 대한 개념을 저명한 정치학자 쉐들러(Andreas Schedler)는 크게 2가지로 나누어 의미를 분석했다. 하나는 답변가능성, 다른 하나는 집행이다.
우선, 답변가능성은 ‘고약한 질문’에 대답할 의무이자 불편한 질문을 제기할 기회를 말한다. 현재,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를 문책하기 위해 국회는 3차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공무원들은 짜증나는 질문들을 묵살해서는 안 되며 성실하고 책임 있게 답변해야 한다. 답변가능성은 정부가 국세와 예산과 같은 국가회계의 세부내용을 공개할 의무도 포함한다. 이는 법의 지배뿐만 아니라 이유의 지배를 강조하여 정부와 권력을 법적 제약과 공적 추론의 논리로 제한시키기 위한 것이다.
둘째, 집행은 잘한 것은 보상하고, 나쁜 행동에는 벌을 주는 것이다. 악행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따르지 않으면 악행은 언제든 반복된다. 공무원의 부정부패나 공권력의 인권 침해 등 불법적 행동에 대해서는 적절한 법적 제재가 요구된다. 현재 박-최 게이트에 대한 사상 최대의 규모의 특검이 진행 중이다. 박대통령은 검찰조사 결과 사실상 피의자 신분에 있으며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통과 후 직무정지 된 상태다. 국민들은 국정농단의 주범과 관련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더불어 헌재의 박대통령 탄핵 인용을 바라고 있다.
국가 권력은 끊임없이 통제되고 감시되어야 한다. 박-최 국정농단 사태는 이러한 국가와 정부의 책무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축적된 결과다. 정부는 국회의 견제와 불편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각종 불편한 사실과 정보를 은폐하기도 했다. 고위관료와 정치인, 대기업 회장은 부정부패 및 위법한 행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아왔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 수습을 기회로 은폐되어 왔던 많은 것들이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지고 특검을 통해 헌법과 법률 위반에 대한 강력히 처벌이 반드시 행해져야 한다. 그 길만이 정부의 책임성과 권위를 제대로 회복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①정부와 지자체에 불편한 질문을 제기할 의무와 성실한 답변을 들을 권리가 있고, ②위법하고 잘못된 행동을 한 공무원에게는 적절한 처벌을 요구하는 등 정부와 공무원들을 문책할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659?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