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군민신문-미래정치센터 공동 칼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거버넌스 붕괴, 하야가 답
고 광 용(미래정치센터 연구위원)
온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스런 상황이다. 박대통령을 이용해 최순실 씨가 벌인 각종 국정 농단들은 나름대로 유지해왔던 국가 거버넌스를 송두리째 흔들어 붕괴시키고 말았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5% 까지 곤두박질 치고, 하야나 탄핵을 원하는 국민은 약 55%, 여야 합의 거국내각 구성을 원하는 국민은 약 20%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 정도 되면, 사실상 국정운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이며, 소위 식물정부, 식물대통령으로 표현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우리 국민은 언제나 유능하고 질 높은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이것을 학문적으로 좋은 거버넌스(Good Governance)라 부른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마커스 아그나포스는 이러한 좋은 거버넌스 혹은 질 높은 정부의 구성요소를 6가지로 제시한 바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우리나라는 박대통령 집권 기간 가장 나쁜 거버넌스(Bad Governance)로 전락했다. 그 이유를 좋은 거버넌스의 구성요소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최소의 도덕성과 공무원 정신이다. 존 롤스는 정의란, 사회제도의 첫 번째 덕목이라 칭한 바 있다. 모든 공동체(community)는 도덕적 기준점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최소의 도덕성이다. 공동의 확립된 자격을 갖춘 도덕성이 바로 공무원 정신의 한 예이다. 특히, 국민의 기본권 제한 및 폭력성이 담긴 공권력 행사를 하는 정부에게는 너무나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최순실씨는 박대통령을 이용하여 문화체육 분야에서 각종 이권을 차지했고,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을 정부 고위급 공무원으로 앉혔다. 각종 국토교통부 미공개 개발정보를 미리 빼내어 밝혀진 것만 약 18억원의 부동산 차익을 얻은 바 있다. 이러한 비선실세의 농단에 대해 청와대 수석·비서진, 정부부처 장차관들은 침묵 혹은 동조하였다.
둘째, 좋은 의사결정과 합당한 이유 제시이다. 절차에 따른 공정한 의사결정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 않으며, 투명하고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모호한 창조경제 정책, 갑작스럽게 인사 혹은 경질되는 고위공무원 인사 등은 합당한 이유가 없다. 최순실 씨, 차은택 본부장이 만든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대통령의 협조 아니, 협박에 못 이겨 대기업들의 지원금을 받아, 아니 뜯어내어 창조경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진정 좋은 의사결정이고, 제대로 된 이유제시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셋째, 선행의 원칙이다. 법과 정책 체계에서, 실제적·해석적 차원의 갈등과 차이들이 존재하다. 아무리 해결이 어려운 갈등이라도, 이를 판단할 가치기준이나 원칙이 있어야 한다. 국정운영 과정에서 보다 중요한 가치이자 우선순위가 명확히 서 있어야 한다. 적어도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나 사실은 바람직한 국정방향, 투명성, 효율성, 합법성 등 행정이 응당 구현해야할 당위적 가치보다 앞선 것은 최순실 등 비선실세들의 사익이었을 뿐이다.
넷째,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 가, 즉, 효율성이 중요하다. 국가 예산은 무엇보다 효율성이 중요하다. 투입 대비 산출을 고려하는 등 정책 및 사업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진 밝혀진 최순실 관련 예산만 한류사업, ODA, 창조경제 등 5,200억원이다. 이 사업들의 꼬리를 물고 들어가면, 최순실 실소유의 기업이나 재단으로 돈이 흘러 들어간다. 사업이나 정책타당성 같은 건 예초에 없다.
다섯째, 법치와 공명정대이다. 법치란 국가가 법을 지키는 것으로, 공권력의 공정한 행사를 의미한다. 이는 개인과 조직, 기업들에게 기본적인 신뢰를 제공한다. 정부가 법에 종속되지 않고, 자의적으로 이용하면 국민의 기본권은 크게 침해되게 된다. 최순실은 법적 권한도 없이 대통령 연설문을 뜯어 고치고, 고위직공무원 인사에 무시로 관여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업과 예산을 마음대로 편성 및 증액하고, 기업들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냈다.
여섯째, 안정성이다. 정부가 각종 기능을 유지하고, 법과 정책을 안정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공권력의 역량을 말한다. 법적 근거가 전혀 없고 전문성이 없는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락한 마당에 거버넌스 안전성은 이미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집행하는 법과 정책에 대한 국민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정부의 권위는 상실됐기 때문이다.
약탈국가는 헌법의 권위와 국가 위세를 활용하여 국민을 약탈하고 자신들의 부의 축적에만 몰두한다. 효율성과 법치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약탈정권의 국가약탈로 전락하였다. 합법성과 정당성이 부재한 정부의 공권력을 누가 인정하겠는가? 우리 국민은 이 나라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국가 거버넌스가 붕괴된 상황에서 재건을 위한 가장 우선적이고 필요충분조건은 박대통령의 하야 뿐이다. 정부 관료제가 국정을 떠받치고 있기에 혼란이 있지만, 견딜 수 있으며, 곪은 것은 터뜨려야 새살이 돋는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644?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