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한 (미래정치센터 연구실장)
2015년 한 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새해에 우리는 무엇을 기대했던가? 새해에 서민들은 무엇보다도 경제, 통일, 복지국가 등 거창한 대의명분 이전에 삶을 지탱해 주는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기원했다. 아니, 서민들의 가장 큰 대의명분이 살림살이였으며, 이 서민들의 대의명분이 조금이라도 실현되길 바랬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이제 한 해의 석양 속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바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무리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보아도 국민의 살림살이라는 대의명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진 기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2004년 대한민국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후, 십년이 훌쩍 지났지만, 집 없는 서민들은 전세대란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대출에 대출을 낀 '빚더미 집'과 수도권 외곽으로 전세를 찾아 떠도는 전세난민 중 양자택일의 처지에 놓여있다. 양자택일의 처지에 놓여있다.
그나마 도심의 삶에서 가난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거의 유일한 생계수단이자,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우리나라 재활용 쓰레기 재사용 비율을 90%이상 끌어올렸던 도심 재활용품 수거사업은 고물상의 입지조건 강화 정책으로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더구나 가난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폐지 등 재활용 수거가 어려워지면서 노인층의 궁핍한 삶이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다.
취업전쟁에 내몰린 청년들은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의 위정자들이 만들어 놓은 황량하고 쓸쓸한 도시의 풍경 속에 오늘도 삶을 지속하기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제 ‘자수성가’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빠져나가기보다 힘들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청년들과 자라나는 세대들이 경제적으로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수단은 선대로부터의 재산 증여와 상속만이 유일해 보인다. 사실 최근 시중의 ‘금수저, 흙수저’ 얘기는 부르주아냐, 프롤레타리아냐를 호명했던 과거 사회과학 담론의 새로운 방식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사회현실은 아주 잠깐 사람들이 계층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나고 이제 바야흐로 사회 자체가 급속 냉동된 빙하기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OECD 통계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절망적인가에 대해 가감없이 보여준다.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는 2003년 1위가 된 이후 13년 동안 요지부동이다. 노인자살률 1위, 노인빈곤율 1위, 저출산 1위, 급격한 고령화 진입 속도 1위, 가계부채 증가율 1위 등 열거하기도 힘든 우울하고 참혹한 자화상을 한 해가 지나는 길목에 마주하고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더욱 꼬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가 매일 보고 있는 참혹한 우리사회 본모습은 무엇 때문일까?
모든 문제의 근원은 바로 ‘정치’이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정치가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적 피로도를 높이고 사회적 문제를 끊임없이 양산해 내는 집단이자, 원천이 되었다.
현대 정치의 요체는 대의민주주의라고 한다. 이러한 대의민주주의의 정치가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여 사회적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다. 그러나 2015년이 저물어 가는 대한민국 그 어디에도 통합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통합 최고의 상징이자, 실천가인 대통령은 통합이 아니라, 선거구 획정 개악, 노동개악, 위안부 합의로 갈등과 분열을 오히려 부추기고 국민들의 분노와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친박세력을 ‘진실한 사람’ 운운하며 홍위병으로 불러 세우며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오롯이 자기를 위한 정치에 올인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구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20대 총선의 ‘자기 살길 찾기’ 위해 집안싸움이 한창이다.
통치자와 정당, 정치인은 모름지기 국민들의 ‘자기 살길 찾기’를 귀담아 듣고 조정과 타협을 통해 ‘살길’을 마련해 주는 통치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치자와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자기 살길 찾기’에 몰두하고 있는 지금의 한국정치 상황은 정치가 아닌 투기판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무능한 정치가 불러온 국민의 살림살이의 위기와 붕괴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위정자들이 내세우는 창조경제니, 통일대박이니, 포용적 성장이니 하는 말만 그럴듯한 얘기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비루하고 의미없는 말들의 나열일 뿐이다.
그러나 정치가 국민들을 배반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가 우리의 사회적, 경제적 조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고 해법이다.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2016년 4월 13일 개인적, 정치적, 사회적 선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인 국회의원 선거에서 변화의 원천인 ‘정치의 변화’를 위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2016년은 무엇보다 국민들의 제1의 대의명분인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523?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