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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칼럼

  • [미래정치센터 칼럼] ‘상왕 박근혜’를 어찌할 것인가
 

 

               

이기중(미래정치센터 부소장, 공인노무사)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그의 임기 말은 그 자신에게도, 우리 국민에게도 불행했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됐고, 외환위기가 닥쳤다. 임기 초 90%를 넘었던 지지율은 임기 말 8%를 기록했다. 여당은 대통령을 쫓아내다시피 하고 대선을 치렀다. 임기가 끝나자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가끔 막말을 하여 스스로를 희화화한 것 외엔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의 죽음을 맞은 국민들은 그에게 온정적이다. 그 이후에 보수정당에서 배출한 두 명의 대통령이 너무 별로여서 ‘그나마 나은 보수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게 첫째 이유고, 현 대통령의 통치가 그가 싸웠던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 둘째 이유다. 고인이 현 대통령에게 날렸던 독설들은 덤이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란 어떤 존재인가. 불행한 이들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내란죄로 옥살이를 했다. 김영삼은 여당의 YS화형식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김대중도 임기 말 세 아들이 구속되었고, 임기 후 대북송금특검으로 상처입었다. 노무현도 임기말에 인기가 없긴 전 대통령들과 비슷했다. 퇴임후 노스탤지어의 대상이 되었으나, 그 때문에 후임자의 정치보복으로 불행한 최후를 맞았다. 이명박은 아마도 가장 행복한 전직대통령이 아닐까 싶은데, 그가 무사한 이유는 임기말에 후임자와 뭔가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세간의 말이다. 하지만 그도 인기가 없어 발언권이 없기는 마찬가지고, 현실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면 후임자의 복수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정부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 때는 이런 생각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박근혜도 같은 경로를 걸으리라. 작년 이맘때쯤엔 이런 기대를 가졌었다. 실정을 거듭하는 박근혜 정부는 지지율이 추락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당의 지지율보다 낮아진다. 총선을 치러야 하는 여당은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그리하여 레임덕이 온다. 박근혜는 선임자들과 마찬가지로 쓸쓸한 전직대통령이 된다.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 작년 이맘때, 청와대 문건유출과 십상시 논란이 한창이었을 때 말이다.

 

그 후 1년간, 박근혜는 수차례 김무성을 굴복시켰고 유승민을 쫓아냈다. 흔한 임기말 스캔들의 전조로 보였던 성완종 리스트는 조용히 수습되었다.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전히 40%를 넘고, 여당의 지지율보다 높다.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들이 출격을 준비하고, 여당 국회의원들의 충성경쟁은 진박, 가박이라는 말을 낳을 정도다. 아무도 레임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요즘 친박발 개헌론으로 이원집정부제,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 시나리오가 회자된다. 끔찍한 전망이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개헌이 실현되지 않아도 박근혜의 통치가 계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박근혜는 임기말 지지율 추락을 겪지 않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 힘으로 스스로 후계자를 정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직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우리가 외국의 전직 정상들에게서 종종 보는 종류의 것은 아닐 듯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지지율을 유지해주는 30%의 콘크리트 지지층과 박근혜의 진실한 국회의원들이 그 영향력을 떠받쳐 줄 것이다. 대통령직에 있을 때도 그닥 책임지는 모습은 아니지만, 어떠한 제도적 책임 없이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존재, 상왕이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민주화 이후 우리가 처음 겪을 일이다. 그리고 어쩌면 1987년에서 2017년까지 30년의 민주주의를 막간극 같은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우울한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박정희가 암살이 아닌 시민혁명으로 타도되었어야 한다는 주장에 김재규가 아니었다면 박정희가 자연사할 때까지 유신독재가 이어졌을거란 반박도 있지만,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신화가 되고 종교가 되어 30여년 후의 민주주의에 복수하리란 걸, 대체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희극으로 한 번은 비극으로. 두 나폴레옹의 집권에 대해 마르크스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찰리 채플린의 말이다. 루이 나폴레옹의 집권은 외국에선 희극이었겠지만 프랑스인들에겐 비극이었을 거다. 박근혜 대통령 또한 외국에선 가십거리겠지만 우리에겐 반복되는 비극이다. 이 비극의 연장을, 우리는 막아야 한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511?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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