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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칼럼

  • [미래정치센터 칼럼] 청년들의 저조한 투표율, ‘우리에겐 투표할 이유가 없다’

심은정 (미래정치센터 연구위원)

 


청년층의 낮은 투표율, 전 세계적인 현상

 

우리나라 20대 전체 유권자의 투표율은 다른 연령대의 유권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데, 지난 18대 대선의 경우에도 예외는 없었다. 18대 대선에서 2,30대의 투표율은 각각 65.2%, 72.5%, 6·4 지방선거에서는 각각 48.4%, 47.5%를 기록하였다. 역대 대선투표율과 비교하면 꽤 높은 투표율이다. 하지만 같은 선거에서 4,50대의 경우 18대 대선은 각각 78.7%, 89.9%, 지방선거에서는 53.3%, 63.2%를 기록했다. 따라서 투표율로만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분석하면, 2,3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정치에 ‘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2,30대의 저조한 투표율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영국의 한 연구는 1964년부터 2005년까지 젊은 층의 투표율의 변화를 분석했는데, 투표율에서 나타나는 연령 차이(Age Gap)가 1992년부터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투표율에서의 연령차이가 커진다는 것은 낮은 연령층의 투표율은 낮아지고 동시에 높은 연령층의 투표율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한가? _ 늦어지는 ‘START UP’, 정치효능감의 부재

 

청년들의 낮은 투표율의 원인이 무엇인가? 이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2,30대 청년들의 낮은 투표율을 청년의 정치적 특성에 주목해, ‘정치적 무관심’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젊은 세대가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시간이 길어진 것이 투표율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난다. 즉, 청년들이 인생을 시작하는 스타트 업(start-up)단계가 연기되는 것이 저조한 투표율에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 업 시기가 늦어진다는 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에게는 단순히 ‘시기’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회 구성원으로 진입하기까지 자신들의 부모나 조부모 세대와는 다르게 더 복잡한 문제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성취해야 할 학업 수준도, 취업준비생이 쌓아놓아야 할 스펙도 셀 수 없이 많지만 설상가상으로 치열한 경쟁까지 요구된다. 더군다나 쌓아놓아야 할 스펙의 산만 넘는다고 해서 그들의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언론에도 많이 회자되듯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은 ‘나이제한’의 난관에 걸리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채용공고에서는 명시되어있지 않지만, 실제 취업준비생들의 ‘나이’ 때문에 면접을 보고도 탈락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처럼 취업의 문턱에서 발생하는 공공연한 비밀은 청년들의 스타트 업 시기를 더욱 늦추는데 일조한다.

 

문제는 단순히 스타트 업 시기가 늦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이 시기 청년들의 고통이 국가로부터, 혹은 정치로부터 적절한 정책적 대상으로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청년문제를 가장 큰 이슈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통해 시행하려는 정책은 청년들이 그들의 직업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부딪히는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는데 적절한 정책적 방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노동시장을 보다 유연하게하기 위해서, 기업들의 노동비용을 절감시켜주기 위해서, 청년 문제를 이용하는 모양새다. 정부 정책대로라면, 청년들은 직업의 질을 따질 여유가 없다. 그냥 주어진 일을 해야만 한다. 최근 연구들에서 미국의 실업정책은 “어떤 직업이라도 좋은 직업(any job is a good job)”이라는 무자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비판받는데, 한국 역시 청년 실업에 대해 마찬가지의 잔인한 정책을 국가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청년들의 정치효능감과 동시에 시민의 역할까지 축소시킴으로써, 국가와 정치로부터 어떤 정치효능감도 느끼지 못하게 만든다. 이로써 청년들이 선거에 참여할 ‘이유’는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 그리고 한국의 청년들

 

실제로 2,30대 청년들은 낮은 정치효능감을 넘어 삶에 대해 무기력감까지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봄 미국의 연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한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밀레니얼(millenials)들은 다른 세대에 비해 국가의 방향이나,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millenials)세대란, 1980년대 초(1980~1982년)부터 2000년대 초(2000~2004년)까지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쓰이지 않는 이 용어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흔히 쓰이는 삼포(연애, 결혼, 출산포기)세대나 오포(삼포에 내 집 마련, 인간관계 포기)세대 혹은 칠포(오포에 꿈포기, 희망포기)세대로 볼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열심히 일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 밀레니얼 세대(22%)는 같은 의견에 동의한 50대 이상 세대(43%)에 비교하면 훨씬 적게 나타났다. 이는 청년들이 자신의 노력이 미래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청년층에서 나타나는 저조한 투표율은 청년세대의 무관심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청년들은 스타트 업 시기가 길어지는 것과 비례해 그들의 불안정성 역시 가중되는 상황에 처하게 됐고, 이에 대한 적절한 정책적 처방이 부재함에 따라 정치적 효능감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들은 투표할 이유가 없다. 현 시점에서는 그 어떤 정치세력도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핀잔을 줄 자격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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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sticei.or.kr/509?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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