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탁(진보정의연구소 부소장,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눈에 확 띄는 소식들이었다. 민주노총이 2015년 최저임금위원회의 노동자 위원으로 청년 유니온 김민수 위원장을 추천했다는 소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서비스연맹 홈플러스노동조합 김진숙 서울본부장도 노동자위원으로 추천하였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달되게 되었다.
총파업에 들어가는 민주노총의 요구에도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 포함되어 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맞다. 상식적인 협상안이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무려 두 배에 가까운 인상안을 제시한다는 것은 무리한 요구임에 틀림없다. 통상적인 임금협상이라면 과연 어떤 노동조합이 그런 요구를 내놓을 수 있겠는가.
여느 때 같았으면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넘겨버리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최경환 경제 부총리가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최저임금 1만원 요구에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소리는 이제 별로 들리지 않는다. 터무니없다는 말보다는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상식적으로 예상되는 반응이지만,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도 내수 진작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과학적인’ 근거까지 제시하려고 애쓰고 있다. 즉 말도 안 되는 소리에서 따져 볼 문제로 넘어온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물론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가장 절박하지만,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진보적인 정권이건, 보수적인 정권이건 상관없이 최저임금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의원들에게 “풀타임으로 일하고 일 년에 만 오천 달러보다 적게 받으면서 가족을 보살필 수 있다면, 어디 가서 그렇게 한 번 해보라”라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였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일자리의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성장은 불안정한 일자리만 만들어낼 뿐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는 한 때 잘 나가던 시절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위치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일자리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특정 기업에 취업해서 평생에 걸친 노력으로 임원으로 승진하겠다는 식의 구식 버전은 생각조차 없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평등적 구호는 이전 세대에게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 그런 요구는? 글쎄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말라는 요구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내가 일한 만큼이라도 제대로 달라고 주장하는 현실이다. ‘평등’보다는 ‘공정’이 더 와 닿는 주장이다. 정의당의 정치가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기본급, 통상임금이 최고의 이슈가 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최저임금이 대표임금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환심을 사려고 했다면, 이제부터는 최저임금을 놓고 각 정치세력이 경쟁하게 될 것이다.
위기 시대의 경제학은 정치학과 결합할 수밖에 없다. 정치학뿐만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의 정치학, 최저임금 1만원의 경제학, 최저임금 1만원의 사회학, 그리고 최저임금 1만원의 심리학까지도 나와야 한다. 이것은 전 사회적인 화두를 만들자는 뜻이기도 하지만, 고단한 삶을 해결해나가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313?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