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 한 (진보정의연구소 연구기획실장)
사드 배치 문제가 우리사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미국의 전세계 군사적 방어망이자, 대중국 견제수단인 사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새누리당의 비박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드 배치 찬성론의 강한 흐름이나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불지피기성 기사로 볼 때, 어느 정도 가시화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더구나 몇몇 언론에서는 주한미군이 사드 배치 후보지에 대한 실사를 마쳤으며 이미 대구, 평택 등을 중심으로 후보지를 확정했다는 보도마저 뒤따르고 있다. 미국은 다양한 외교채널을 총동원하여 박근혜 정부와 정치권 등에 사드 배치를 위한 전방위적 압박을 펼치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이미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정의당,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군사적 효율성과 정부가 부담해야 할 천문학적 비용문제, 동북아 군사적 위기 심화, 중국의 경제적 차원의 보복 문제 등을 이유로 일찌감치 사드 배치 문제에 강한 반대를 천명하며 선을 그었다.
이와 달리 여당인 새누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 나경원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 등 비박계를 중심으로 4월 1일을 디데이로 사드 배치 의원총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반대로 이정현 의원 등 친박계는 비박계의 사드 배치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며 개인 차원의 입장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사드 배치 찬성파는 기존의 사드 배치를 북한의 위협 및 한반도 안보 우산 강화와 미국과 장기간 형성된 혈맹, 맹방의 외교 관계를 들어 전폭적인 찬성을 보내고 있다. 사드 배치 반대파는 동북아 군사적 대결 심화와 군사적 효율성, 천문학적인 부담비용을 들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찬반 입장을 넘어 세밀한 정세파악과 전략적 판단이 그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는 외교적 선택과 관련하여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국제관계가 일극체제이든, 이극체제이든, 다극체제이든 강대국을 제외한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 지경학적 위치에 놓인 국가들의 외교전략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강대국 편승전략, 등거리 전략, 중립국 전략이 그것이다.
물론 현대의 복잡다단한 국제관계에서 하나의 해답이 존재할 수는 없다. 정세적 상황과 국익의 차원에서 조합되거나 하나의 범주가 선택될 수 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은 이들 세 가지 외교전략 중 편승 전략과 등거리 전략을 조합한 외교 전략의 방향이다.
사드 배치 찬성파가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이 맹방이므로 무조건 협력해야 한다는 논리는 너무도 순진한 발상이다. 지난 날 역사의 페이지에서 우리 스스로의 판단과 능력없이 강대국에 편승한 전략이 얼마나 무참한 실패를 가져왔던가는 구한 말의 사례가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현대 외교전략의 방향은 국익의 차원, 즉 한 국가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철저히 관철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사드 배치는 안 그래도 사회적 가난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이중삼중의 경제적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드 배치에 들어갈 막대한 비용은 복지를 강화해야 할 정부 재정지출의 가이드라인을 축소할 뿐만 아니라 국방비의 가이드라인만 증폭하게 할 것이다.
또한 대중관계의 경색과 수출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밖에 없다. 현재 대중국 무역규모는 3000억 달러에 이른다. 양국 왕래 관광객수는 1천만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드 배치가 가져올 한중 양국의 정치외교적 경색은 경제적 경색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한중 무역이 10%만 감소하더라도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 ‘경제호란(경제적 병자호란)’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국민과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외교적 선택이 국민들을 가난하게 하고 국익에 막대한 불이익을 초래했다면, 그것은 외교가 아니라, 무지와 무능으로 포장한 재앙일 뿐이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282?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