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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칼럼

  • [칼럼]소비자 운동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승우(진보정의연구소 부소장,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과 공정노동에 대한 논문을 접했다. 논문의 핵심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공정노동은 매우 중요한데,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아직 많지 않고, 대다수 기업의 CSR 활동은 사회봉사 활동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소비자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의 CSR 활동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업이 CSR 활동에 소홀할 때마다 소비자들의 조직적인 부정적인 반응(예: 불매운동)을 경험한다면 사회적 책임에 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기업의 태도는 우리나라 소비자를 무섭게 여기는커녕 무시하기 일쑤여서, ‘한국 소비자는 봉’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ㅇㅇ회사의 국내 소비자가격이 외국에 비해 비싸다”, “ㅇㅇ제품의 경우, 해외 판매제품 재료가 국내보다 더 우수하다”라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심지어는 제품 양도 해외용과 비해 국내용 제품이 적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들어, 집단소송을 통해 기업의 잘못된 활동에서 발생한 피해를 보상받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몇 일전 카드사 정보 유출에 약 2천명의 소비자들이 소송에 참여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기업의 잘못된 관행으로부터 소비자들의 주권을 지킨다는 점에서 매우 반길만한 소식이다.

 

필자는 소비자 집단소송을 넘어선 적극적인 소비자 연대와 운동이 필요하며, 이것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하는데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올 여름 신문기사를 통해 부산지역 노동계가 막걸리 브랜드인 생탁과 홈플러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비판하면서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소식을 접했다. 회사 노조들이 자사회사 불매운동에 직접 참여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된 오마이 뉴스 기사는 “임원의 연봉은 수십억에 달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겨우 최저임금 수준 임금으로 쥐어짜는 곳이 바로 홈플러스”라는 홈플러스 노조의 비판을 인용했다. 자사 회사 제품을 불매운동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은 어떠하겠는가? 이와 같은 노조의 불매운동에 부산여성회나 부산민중연대와 같은 지역 시민단체들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노조의 주장처럼 이 기업들이 정말 ‘나쁜 기업’이라면 소비자들도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한다. 만약 소비자들이 움직이면, 기업들도 원하던 원하지 않던 소비자가 바라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다. 어찌 보면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주체가 소비자이기에 이 소비자들이 뭉치기만 한다면 기업을 변화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인 작용일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소비자보호운동’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호하고 있다. 2006년에 개정된 소비자기본법은 3조 7항에 “소비자 스스로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단체를 조직하고 이를 통하여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이 법은 소비자가 조직적으로 단결하여 기업에게 보다 많은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단순한 소비자 권익보호를 넘어 정치적 목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는 ‘정치적 소비자운동’의 예도 많다. 예컨대, 저임금 노동착취, 아동노동,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반대에 소극적인 기업조차 불매운동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한국은 압축적인 성장을 거치면서 생산중심의 사고방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진보진영에서도 노동자의 역할은 강조되었지만, 소비자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지 못했다. 진보정당이 소비자들에게 보이는 관심도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소비자의 위치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출처: http://www.justicei.or.kr/171?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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