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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 칼럼

  • [건강정치칼럼] 술의 야누스 얼굴! 양면성...그 사이에 서다

_ 조성환(건강정치위원회 운영위원 / 한국음주문화센터 선임연구원)

 

 

퇴근길! 사랑하는 사람, 직장동료, 친구들과 어울려 술 한잔 하는 모임, 술 한잔 걸치면

기분이 좋아진다. 끊임없는 건배와 이어지는 술자리에서 이래저래 나와는 상관없는 먼나라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로 바뀌며 이것을 안주 삼아 하루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푼다.

한잔 더 걸치면 온 세상이 내 것 같다. 그냥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한 잔 더 들이킨다.

술 한잔, 그 속에 포함된 순수 알코올성분이 나의 머릿속을 휘돌아 도파민을 분비하여 나의 기분을 좋게 하여 이야기 꽃을 활짝 피우게 한다는 사실은 잊은 채......

 

 

이런 저런 이야기가 술자리에서 돈다. 세상 돌아가는 꼴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이석기 의원, 내란죄, 국정원사태, 대구역 열차사고, 그리 멀지 않는 과거... 술 취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국제적으로 소개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까지.

속이 터져 또 한잔, 그리고 계속 한 잔. 그러다 보면 한 두잔 더 마시게 되고 결국엔 다음날 아침 속이 쓰려 후회감이 몰려온다.

 

 

술과 관련된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의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고, 부모가 자식을 칼로 찌르고, 캠핑 갔던 가족 중 자매들이 음주운전 차에 치어 사망한 사건까지 한 둘이 아니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팬션 여주인을 살해한 용의자들이 태연히 술 마시다 검거되었다는 소식까지 술과 관련된 사건 사고는 매일 끊이지 않는다.

 

 

우리와 친근한 술! 그러나, 이 술은 사회문제의 중심이 되는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술을 마신 후 기분이 좋아지거나 스트레스 해소 등 좋은 기억 때문에 술을 마시게 된다. 그런데 우리의 신체는 술에 대한 내성이 생겨 점차 더 많은 술을 마셔야 종전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습관적 또는 의존적으로 술을 찾게 된다.

 

 

알코올의존증 환자의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6.6배 높고 평균수명이 50세를 넘지 않는다는 소식과 간질환, 간경화, 위 식도 출혈, 뇌전증 등 전체 사망자의 71%가 알코올 질병으로 숨졌다는 연구결과는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지난 주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 있었다.

97년 술에 대한 건강증진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주류업체에서 만든 공익재단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이하 ‘카프’)가 주류1위 회사인 하이트본사 앞에서 불매운동을 시작하는 집회를 연 것이다.

 

 

2013.8.30. 하이트 본사 앞 집회모습

 

술에 대한 폐해예방과 공익적 사업을 추진하는 카프가 그동안 연간 50억원의 주류회사 출연금으로 운영되어 왔는데 주류협회가 출연을 일방적으로 중단하여 카프 재단의 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다. 많은 알코올 관련 공익적 사업들이 중단되었으며 직원들은 몇 개월째 급여를 못 받는 일이 발생했다.

게다가 카프병원의 휴업으로 치료중인 환자들은 강제 퇴원당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알코올의존증에 노출된 채 무방비상태가 되었다는 소식이다.

 

 

이러한 상황을 맞게 된 이유는 주류협회가 알코올 예방, 치료, 재활 사업 중에서 예방사업만 하고 싶어 그동안 카프 노사간 갈등이 심했기 때문이다. 주류협회의 입장이 잘 반영되지 않자 협회는 출연금을 중단하고 건물매각을 추진했고 노조는 이에 반발하여 시민대책위원회를 만드는 등 재단 정상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600만명이 술로 인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약 180만 명(인구의 5.6%)이 알코올 중독의 수렁에서 신음하고 있으며, 직간접영향으로 매년 5천명이상이 사망하는 등 음주로 인한 사회적 ? 경제적 손실비용이 연간 24조원이 이르고 있다. 또한 폭력사건 10건 중 3-4건이 주취와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술 판매를 위한 마케팅비용으로 약 5000억원을 사용하는 주류업체가 알코올폐해를 위한 사업에 1%정도 밖에 안되는 50억원의 출연금을 중단한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술만 이중적인 모습을 갖고 있는가 했더니만 주류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주류회사들도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각종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그 제품사용에 대한 A/S를 시행하며 그 비용을 부담한다. 그것을 사용하다가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는 일정부분 피해를 보상하기도 한다.

술을 마시다가 알코올중독이 된 소비자는 그 책임이 본인에게 있는 것인가? 그 폐해가 본인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에 막대한 손실을 주고 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과 오버랩되면서 이래저래 주류회사를 곱게 바라보기는 힘들어졌다.  

 

 

오늘 저녁 회식 자리에 놓여진 술병을 바라보며 그 위험성을 인식하는 국민들은 얼마나 될까?

정말로 딱 한잔!만 할 수 있는 그런 음주문화가 우리사회에 속히 자리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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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justicei.or.kr/83?category=567220 [정의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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