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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원 기본토론 제안문]혁신없이 전망없다/정체성과 가치/노동 중심성

<당원 기본토론 제안문>

 

당의 혁신과 전망에 관한 토론을 제안하며

  

혁신과전망위원회

 

1. 진보정의당은 2012년 10월 창당을 하면서 2013년 내로 2단계 창당 추진을 국민들에게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28일 열린 제4차 전국위원회는 올해 7월까지 2단계 창당을 추진할 것을 결의하고 이에 따라 제 세력과의 연합을 추진하고 점검할 <2단계창당추진위원회>와 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정책, 제도, 문화의 혁신을 기획하는 <혁신과전망위원회>를 전국위원회 산하에 설치하기로 하였습니다.

 

2. 동시에 전국위원회는 <혁신과전망위원회>의 주요 역할을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습니다. (1) 당원토론 매뉴얼 제시 (2) 당원참여토론의 기획과 집행 (3) 사회민주주의 등 다양한 이념과 가치노선에 대한 학습과 연구, 당원들에게 체계적인 학습과 토론의 기회 제공 (4) 진보정당 10년 정책평가 및 민생정책비전 수립 (5) 강령, 당헌, 당규/ 대국민정치선언 등의 작성과 제출.

 

3. <혁신과전망위원회>는 3월19일 제1차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5월2일까지 모두 7차례의 전체회의와 한차례의 워크숍을 개최하고 혁신과 전망위원회+2단계 창당추진위원회 연석회의, 의원단+혁신과전망위원회+2단계 창당추진위원회 간담회 등에 참석하였고 당내 각 지역조직 및 당원모임의 초청토론회에 참석하여 당내토론과 의견수렴을 추진해 왔습니다.

 

4. <혁신과전망위원회>는 이제까지 사회민주주의, 노동중심성등 가치와 정체성의 혁신에 관한 제반 문제, 지도체제, 공직출마자 선출방식, 당내민주주의와 소통방식 등 제도와 문화의 혁신 등에 관해 폭넓은 논의를 진행해 왔습니다. <혁신과전망위원회>는 그 중에서 그동안 당내 뜨거운 쟁점이 되어왔던 사회민주주의, 노동중심성 등 가치와 정체성의 혁신에 관한 제반 문제에 대한 그간의 논의를 일차 정리하여 당원 여러분께 기본토론 자료로 제출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이 기본토론 자료의 내용은 그 자체로 당 대회에 안건으로 제출되는 것은 아니며 당 대회에 안건으로 제출될 <대국민정치선언>의 바탕 문제의식을 이루는 것으로서 중장기적으로 당내에서 토론과 의견수렴을 거쳐야 할 내용들입니다.

 

5. 향후 상반기 당 대회에 제출될 안건들은 과거 진보정치의 반성과 성찰, 우리 당의 정체성과 국가운영의 비전, 중장기적인 전략, 정책, 제도, 문화를 포괄하는 우리 당의 혁신 방향 등을 담은 당 최고의 결의이자 국민과의 약속인 테제형식의 대국민정치선언문, 지도체제 개편 등 당헌개정안, 경우에 따라 당명개정 처리방식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며 당 대회 안건은 5월 하순의 전국위원회에서 당 대회, 동시당직선거 등의 정치일정과 함께 확정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혁신과전망위원회>에서는 전국위원회 안건이 확정되는 시기부터 당 대회까지의 기간 동안 당 대회 안건을 중심으로 한 전국순회당원토론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으며 오늘 제출하는 기본토론부터 시작하여 당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당내 활발한 토론과 소통 및 의견수렴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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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혁신 없이 전망 없다

 

1. 지금 한국의 진보정당은 2000년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있다. 4명의 ‘진보후보’가 난립하고 가장 혹독한 평가 속에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한 2012년 대선은 진보정치의 위기가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진보정의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으로의 분열과 갈등, 세 정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원내진출 전인 2003년 민주노동당 지지율에도 못 미치는 현상은 위기의 표면적 양상일 뿐이다. 위기의 심각성은 한국의 진보정당이 이제까지의 발전전략으로는 한 걸음도 더 나아가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무엇이 진보인가라는 근본적 물음 앞에서 유의미한 독자적 세력으로 존립할 가능성조차 의문시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 2012년 10월 창당한 진보정의당은 2013년 2단계 창당을 약속한 바 있다. 어떤 당을 누구와 함께 만들 것인가는 진보정의당에게 올해 상반기 최대의 과제이다. 그러나 실패로 귀결된 2011년 통합진보당 창당처럼 기존의 관성을 유지한 채 단순한 몸집 불리기로 끝난다면 진보정치의 위기는 가속화 될 뿐이다. 진보정당의 총체적 위기는 주로 내부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실제 진보세력의 이미지는 실추하고 신뢰는 저하되었지만 진보적 가치의 사회적 실현을 향한 시민들의 요구는 날로 커가고 있다. 낡은 진보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바라는 요구는 반대로 커가고 있다. 따라서 진보정의당의 2단계 창당의 방향과 계획은 진보정당의 총체적 위기를 낳은 내부의 여러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성찰과 모색으로 제시될 때에만 그 의의를 가질 것이다.

 

3. 현재 진보정당의 위기는 무엇보다도 정체성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10여 년 전 무상교육, 무상의료, 부유세 도입주장은 그 자체로 진보정책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들 정책들은 총체적이며 정교한 복지프로그램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새로운 국가모델로 승화하지도 못했다. 대신 IMF외환위기 이래 사회양극화가 점차 심화 되면서 ‘더 많은 복지’는 진보정당 고유의 정책일 수 없었다. 새누리당이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걸 정도로 복지 경쟁이 시작되었고 지난 대선은 그 정점을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10년째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진보’는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으며 ‘진보’라는 정체성이 진보정당 고유의 특성과 강점으로 인정되지 않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 한국의 진보정당은 진보라는 추상적 깃발만으로 그리고 과거의 방식으로 자신을 차별화하기에는 불가능한 새로운 국면에 직면하게 되었다.

 

4.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세워나가는 과정은 당내에서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확대해가는 당내 민주주의의 기초를 닦는 길이기도 하다. 실제 정체성의 위기는 당내 구심력의 제고에도 한계로 작용해 왔다. 십년 남짓의 기간 동안 십오만명 이상의 당원을 배출하였지만 정치이념과 노선상의 동질성 수준은 여전히 낮다. 교육, 토론, 설득, 합의를 위한 시스템이 열악하고 노력은 방기되는 경우가 많다. 당내에서 꿈을 공유하고 그 꿈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은 오랫동안 중단되어 왔다. 당 강령은 창당과정에서만 통과의례처럼 논란이 될 뿐 사문화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었다. 이런 상황은 결국 당내민주주의에도 영향을 미쳐 당 운영은 정파라는 이름의 소수 활동가그룹에 의해 독점되고 이들 정파들의 담합으로 권력과 자원이 배분되는 전근대적 방식으로 나타나면서 진보정당의 위기를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5.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 세워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사회민주주의를 당의 주요 가치와 노선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선거를 통한 권력경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폐해를 민주적 절차와 수단에 의해 극복해 간다는 점에서, 그동안 견지해온 정책들이 대체로 사회민주주의의 주요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보정당 지지계층의 다수가 북유럽 복지국가모델을 우리의 지향으로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민주주의를 당의 가치와 노선 차원에서 전면화 하자는 주장이다. 여기서 특히 한국정치 전반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과거와 달리 복지국가로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정세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과 낡은 진보의 모습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보다 엔엘, 피디의 낡은 이념적 대립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 등이 강조되었다.

 

6. 다른 한편으로 이와 상반된 문제의식도 제기되었다. 그간 진보정당의 주요 정책들이 사회민주주의적 성격을 지닌 것은 사실이나 당의 이념을 사회민주주의로 규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진보정의당은 다양한 이념적 경향이 공존하고 있는바 단일한 이념적 규정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와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며 우경화 해 온 최근의 현실에서 나타난 문제와 한계도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특히 노동운동 일부에서 사회민주주의를 개량주의의 차원에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7. 노동에 기반한 대중정당은 진보정당 정체성의 가장 주요한 축이다. 강한 노동은 복지국가 건설의 물적 기반이며 정책의 중심가치여야 한다. 이를 실현할 방법은 과거의 관성을 벗어난 새로운 로드맵으로 기획되지 않으면 안된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식은 과거의 낡은 방식이 되었으며 5% 남짓한 민주노총 조직율의 현실에서 내부 정파구조에 위탁하는 방식의 조직화의 한계와 폐단도 분명하다. 이제부터 노동과 정치는 직접 만나야 한다. 비정규직 등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노동대중과 진보정당이 직접 만나는 다양한 장과 소통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진보정당의 미래는 노동자와 청년과 여성의 어깨 위에 놓여 있다.

 

8. 이 같은 문제의식 위에서 <혁신과전망위원회>는 수차례의 토론 끝에 다음과 같은 잠정 결론에 도달하였다. 첫째, 자본주의의 문제를 고쳐내고 그 폐해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이념적 지향이 당내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그러한 중장기적 모색은 열려 있어야 하며 민주적 공존과 합리적 경쟁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당은 다원적 민주주의의 정신을 견지한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으로서 현실 정치 일정 속에서 당이 지향하는 바와 가치를 응축한 최소강령을 단일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라 2013 혁신당대회에서 대국민정치선언을 채택하고 나아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직전까지의 기간 동안 당의 물적, 인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진보정의당이 약속하는 복지국가의 상과 그에 이르는 로드맵을 총체적인 복지국가건설 프로그램으로 제시할 것을 당 대회에서 결정한다. 셋째, 당의 주요정책이 사회민주주의적 가치지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민주주의를 당의 이념체계로 정식화하는 것은 더 많은 논의와 토론이 필요한 사안이다.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방식과 내용에 있어서도 다양한 시각과 이해가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며 사회민주주의 문제는 이념적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 및 토론의 과제로 다루어 가야 한다.

 

9. 진보정의당이 추구하는 가치는 강한 노동과 넓은 복지 그리고 생태와 평화의 존중이다. 민주주의에 철저하게 기반 해서 자본주의의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원리가 낳는 폐해를 극복하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우리의 신념이다. 현대적 진보정당이 하나의 사상, 유일사상을 강요할 수는 없다. 최대강령으로서의 이념적 지향은 각자의 몫이며 당은 다원적 민주주의로 이의 공존을 보장해야 한다. 동시에 복지국가를 열어나갈 책임 있는 진보정당으로서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하나의 정당을 이루는 공통분모이며 국민들에게 약속하는 우리의 최소강령이다.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으로서 우리가 약속하는 한국의 미래 모델과 사회시스템을 만들어 가자.

 

 

Ⅱ. 당의 정체성과 가치

 

이 토론문은 혁신과전망위원회에서 작성된 문건입니다. 혁신과전망위원회는 3월 19일 첫 회의를 시작한 이래 매주 1회 회의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는 전국위원회를 거쳐 7월 당 대회에 제출될 예정입니다. 혁신과전망위원회는 위원회에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제출된 보고서를 놓고 당원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위원회의 내부 논의와 당원 토론을 병행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당원 토론문으로 제출된 이 문건은 혁신과전망위원회 위원들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으나 위원회의 결론으로 제출된 것이 아닙니다.

 

이번에 제출되는 당원토론문은 당의 정체성과 가치와 관련하여 가장 핵심적으로 제기되는 두 가지 의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첫째는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것이고, 둘째는 노동중심성에 대한 것입니다. 당원들이 토론한 내용은 저희 위원회의 논의 진행에 소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입니다. 당의 제도적, 문화적 혁신과 관련해서는 이후 별도로 토론문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사회민주주의 토론 기초 자료>

 

1. 문제의 제기

 

지난 15년간 진보정당이 추진해 온 진보정치는 더 이상 소생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 초기에 진보정당에 보내 준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은 정파갈등과 패권주의 그리고 낡은 이념으로 스스로 고립의 길을 걸어 왔다. 진보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전망과 희생과 헌신에 따르는 도덕적 신뢰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진보는 이념의 굴레에 갇힌 운동권 집단이라는 인식과 알량한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는 전망 없는 세력이 되어 버렸다. 시대 상황은 진보를 강하게 원하는데, 진보정치는 시대를 역행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진보는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게 되었다.

 

진보정의당은 과거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진보정치의 성찰과 반성 속에서 출발한다. 그간 진보정치의 오류와 한계를 과감하게 혁신하고 현재의 좌표와 전망을 분명하게 나타내고자 한다. 통합진보당 폭력 사태로 인해 탄생하게 된 진보정의당은 과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2013년 제2 창당은 과도적 성격을 탈피하고 주류 진보정당으로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계기이다. 제2 창당은 진보정치 세력의 통합을 이루어내고, 낡은 이념과 문화를 벗어던지고 현대적 대중 진보정당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과제에 대한 답이다. 당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당의 정체성 논의는 새로운 길을 나서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다.

 

당 정체성 논의는 ‘진보정치세력이 기존의 양당 정치세력과 독립적인 제3의 정치세력으로 거듭나고 궁극적으로 집권정치세력이 되겠다’는 정치적 목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미 용도 폐기된 ‘진보’라는 모호한 정체성을 벗고, 진보정치세력이 지향하는 사회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이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모아야 한다. 즉 우리의 논의는 당의 정체성과 대안사회의 노선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모아내고, 당의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제기된 가치와 노선이 ‘한국형 사회민주주의’이다. 그간 역사적, 실천적으로 존재해 온 유럽의 ‘사회민주주의’를 한국 사회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논의하자는 제안이 공개적으로 제기되었다. 아울러 낡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진보’가 포함된 당명 대신에 사회민주주의의 정체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회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자는 의견도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민주주의를 당의 성격을 결정짓는 노선으로 채택하고, 당명을 사민당으로 하는 건 곤란하거나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지금부터 사민주의, 사민당을 중심으로 하여 합의되는 지점과 쟁점, 그리고 불식되어야 할 오해에 대해 서술한다. 당원 토론을 진행할 때 ‘사민주의(사민당)이냐, 아니냐’는 식의 논의가 아니라 대안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혁신과전망위원회는 우리의 정체성 찾기가 찬반토론과 표결이라는 일상적 의사결정의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가운데 대안을 찾아나가는 합의 형성의 과정이 되기를 바란다.

 

2. 사회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이 장에서는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개략적 설명을 시도한다. 아울러 긍정적 서술의 형식으로 설명한다. 비판은 다음 장에서 쟁점의 형식으로 제출될 것이다. 사회민주주의는 독자적 사상으로서 정립된 바가 없다. 사상으로서는 사회주의라 해야 하고, 사회주의로의 이행의 방법을 두고 혁명적 노선과 궤를 달리한다. 사회민주주의는 각 나라마다, 또 정당마다 서로 다른 수준을 보이고 있는 역사적 형성물 또는 정치적 기획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채택할 때는 한국 사회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경로를 찾아야 한다.

 

1) 자유·평등·연대, 그리고 민주주의

 

최근 유럽의 사회민주당은 사회민주주의의 가치를 프랑스 혁명에서 유래한 자유, 평등, 연대에서 찾고 있다. 여기서 자유는 재산권에 기초한 자유주의자들의 자유가 아니라, 자기 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자유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정의, 즉 삶에 있어서 동등한 기회와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고 또한 자유를 위한 물질적, 법적 조건과 법 앞에서의 평등이 요구된다. 사회민주주의에서의 평등은 자유주의자가 말하는 기회의 평등을 넘어 공정한 기회와 실질적 평등으로까지 확대된다. 그러나 이 평등은 다양성에 기초하여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 속에서 발현된다. 프랑스 혁명의 우애의 개념에서 발전한 연대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서로 협력해야만 공동체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세 가지 전통적 가치는 민주주의의 기초를 이룬다.

 

2) 생태적 지속가능성·영구적 평화

 

21세기 사회민주주의는 자본 주도의 세계화와 생태적 위기의 상황에서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주요한 가치로 내세운다. 또한 진영 간 냉전체제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항구화되고 있는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평화는 전쟁의 위험이 항시화되어 있는 한반도에서는 사회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가 된다. 사회민주주의는 이러한 가치의 실현을 위한 정치의 우선성을 강조한다. 정치가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이 가치들은 끝없이 쇠락할 것이며, 사회민주주의는 정치적 기획을 통해 이 가치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3) 사회민주주의의 원리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와 경제 민주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노동에 비례한 소득 분배와 누진적 과세의 원리, 기본 필요 충족 및 인간 존엄성의 권리,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는 사회적 연대의 원리 등을 기본 원리로 내세운다. (정승일 『사회민주주의 선언』) 선거를 통한 합법적 집권의 길을 추구한 한국의 진보 정당들 역시 이 원리들을 기본적으로 받아들여 왔다.

 

4) 다양한 모델

 

그러나 현실에서 사회민주주의는 다양한 모습을 나타낸다. 스웨덴과 같은 높은 수준의 사회민주주의 국가, 독일과 같은 중간 수준의 사회민주주의 국가, 영국과 같은 낮은 수준의 사회민주주의 국가들이 있다.(『사회민주주의의 기초』토비아스 곰베르트 외) 각 나라가 처한 조건들과 더불어 그 나라의 사회민주당이 취한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 국가의 모델은 조건과 상관없이 이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략이며, 전략의 유효성에 대한 판단은 우리의 처지를 면밀히 검토한 바탕 위에 가능하다.

 

3.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오해

 

1) 빨갱이라는 딱지

 

한국사회에서 사회민주주의는 두 가지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하나는 ‘빨갱이’라는 딱지다. 분단이라는 현실과 한국전쟁의 경험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에서 좌파적 성향은 내용을 불문하고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이적성으로 낙인 찍혔다. 국가보안법은 사상의 자유를 박탈하였으며, 정권 유지를 속셈으로 체제의 안정을 꾀한다는 명분의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독재정권 시절 사회당계는 정당정치체제를 흉내 내기 위한 정권 관리용 정당이었다. 정치민주화가 진전된 현재도 이러한 낙인찍기는 계속되고 있다.

 

2) 개량주의라는 딱지

 

또 하나의 혐의는 ‘개량주의’라는 딱지다. 그간 한국 정치에서 사회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개량을 시도해 본 경험도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확산된 것은 국제 사회주의 정당들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학습에 기인한다. 특히 이러한 인식은 제3인터내셔널(코민테른)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그들에게 사회민주주의는 정통 사회주의 노선에서의 이탈이다.

 

최근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과 한계에 대한 비판과는 다르게, 이러한 딱지붙이기는 의도적 왜곡이거나 오해에 기인한다. 유럽의 많은 집권정당이나 주요 야당이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민주주의가 빨갱이라고 하는 공격은 이성을 상실한 어이없는 헛발질이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유럽은 빨갱이 세상이고 북한을 돕는 정권들이 득시글한 세상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개량주의라는 딱지는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 하나는 선거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모든 시도를 비판하는 태도다. 이들에게는 부르주아 국가의 제도를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자본주의 사회를 용인하는 것이며 혁명에서의 이탈이다. 그러니 이들의 논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다. 논리적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생디칼리즘이나 무정부주의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는 선거라는 제도를 인정하지만 사회민주주의는 사회주의에서의 일탈이라는 비판이다. 이들은 사회민주주의는 사회주의를 부정하고 자본주의를 인정하는 사상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사회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경로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데 기인한다.

 

역사적으로는 공산주의의 길과 사회민주주의의 두 가지 길이 있었다. 공산주의의 길은 붕괴하였고 그 실패가 증명되었다. 사회민주주의의 길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가장 생명력이 높았으며, 여전히 현실적 대안으로 인정되고 있다. 논리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사회민주주의를 개량이라고 낙인찍어 죽은 개 취급하는 것은 ‘-주의자’의 이념의 과잉이거나 게으름의 소치일 뿐이다.

 

아울러 우리 당의 현실은 사회민주주의를 한국 사회에서 더욱 창조적으로 적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진보다당화에 따른 차별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요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치적 배경을 가진 당원들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점은 불리하게 봐야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당의 확장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진보적 자유주의(또는 사회자유주의)는 자유 시장을 인정하지만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국가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민주의의 수용에 넘을 수 없는 벽이 가로놓인 건 아니다. 비록 진보적 자유주의를 사민주의와 등치시킬 수는 없지만 상호간에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요소를 이끌어내야 할 과제가 주어져 있다.

 

4.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공통의 인식과 쟁점

 

공통의 인식 : 사회민주주의의 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민주주의는 긍정적으로 인정할 수 있으며 우리 당의 운영 및 노선과 정책에 풍부한 아이디어와 사례를 제공할 수 있다.

이견(또는 쟁점) : 우리 당의 노선으로 전면화할 수 있을 만큼 동의 수준이 높지 않다.

 

토론이 더욱 진행되어야 명확해 질 것이라는 단서가 붙어야 하지만 당 내에서 사회민주주의가 가지는 긍정성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는 듯하다. 사회민주주의 국가들과 정당들은 국가 비전과 정책, 그리고 당의 운영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풍부한 사례를 제시해주고 있다. 이를 한국 사회에 수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과 경로가 필요한지 충분한 연구와 학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민주주의가 가지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당의 노선으로 채택하는데 대해서는 아직 섣부르다는 이견이 있다. 혁신과전망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우려는 다음과 같다.

 

먼저 특정 단일한 이념을 채택하는 것에 대한 거부다. 아직까지 당은 특정 단일 이념을 전면화할 수 있을 정도로 당원들의 동의 수준이 높지 않다. 비록 현실적으로 사회민주주의에 긍정성 있게 접근할 수 있다 하더라도, 사회민주주의가 보여준 부정적인 역사적 경험이나 성공한 사민당이 보여주고 있는 한계를 고려하면 이를 우리 당의 노선으로 전면화하는데 있어서 만만치 않은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단일 이념화에 대한 우려는 또 다른 차원에서도 제기된다. 70년대 세계적 경제위기와 함께 도래한 신자유주의는 사회민주당과 그 정당들이 추구한 복지국가 정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쳐왔다. 경제성장과 완전고용을 추구한 복지국가 정책은 후퇴를 거듭했으며, 영국 노동당에서는 제3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실제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수용하기에까지 이르렀다. 또한 사회민주당은 변화된 현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낡고 완고한 정책을 고집한다는 인상을 보이게 되었다. 이런 상황은 특히 청년층들로부터 사회민주당이 외면 받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해적당, 아큐파이 운동 등 반자본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실험들이 전개되고 있다. 사회민주주의는 이러한 다양한 반자본의 운동을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이 없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당 다당화에 따라 지역과 현장에서 진보정치 세력 간에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사민주의를 표방하면 소모적인 이념 논쟁에 시달리면서 당원 확대와 우리 당의 현장 기반을 확대하는데 장애가 된다. 인정하기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사민주의는 개량이라고 낙인찍혀 있는 현실에서 사민주의의 표방은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세력들을 묶어내는데 분명한 한계로 작용할 것이다.

 

또 하나 제기되는 우려는 사회적 타협이라는 사민당의 역사적 경험이 과연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이다. 타협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균형이 요구되는데, 한국의 상황은 노동자들의 권력이 자본의 권력에 비해 현저한 열세를 보이기 때문에 사민당이 추구하는 사회적 타협이 쉽지 않다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와 비판에 대해서 이 문건에서는 자세한 반론을 제시하지 않고 당원들의 토론 쟁점으로 남기겠다. 다만 토론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또한 토론의 결과를 효과적으로 종합하기 위해 토론 쟁점을 몇 가지로 분류하여 제시하겠다.

 

▶ 토론 쟁점 1: 사회민주주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단일한 이념으로 보아야 하는가, 또는 역사적 형성물(또는 정치적 기획)로 보아야 하는가?

 

이 쟁점은 사회민주주의를 이해하는(또는 사회민주주의에 접근하는) 태도의 문제와 관련된다. 사회민주주의가 하나의 이념 또는 세계관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사회민주주의가 비록 일정한 공통의 가치와 국가 운영의 원리를 가지고 있지만 단일한 이념의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것은 곤란하며 사회를 변화시키는 전략과 정책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이념이냐 아니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왜 그렇게 보지?”라는 태도는 상대를 이해할 수 없다가 아니라, 상대가 보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확인하려는 것이 되어야 한다. 토론의 최종 귀결은 당 내에서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이 어디까지이냐는 지점을 확인하는 것이 될 것이다.

 

▶ 토론 쟁점 2: 사회민주주의를 우리 당의 노선으로 전면화하는 것이 옳은가? 사회민주주의가 보여준 부정적인 역사적 경험은 우리 당의 노선으로 사민주의를 전면화하는데 걸림이 되지는 않는가?

 

사회민주주의가 보여준 부정적인 역사적 경험은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사회주의의 국제주의를 배반하고 전쟁 참여를 결정한 데 대한 비판이며, 또 하나는 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를 막아내지 못하고 그에 굴복한 모습에 대한 비판이다. 이른바 신노선이 자본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가치와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는 노선이라는 비판이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며, 그 평가에 따라(또는 그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리 당의 노선으로 정하는데 문제가 없겠는가가 이 쟁점 토론의 핵심이다.

 

▶ 토론 쟁점 3. 사민주의를 표방하면 당의 확장에 도움이 되는가? 혹여 걸림이 되지는 않는가?

 

이념정당이 아닌 대중정당을 표방하는 우리 당으로서는 당원 확대가 대단히 절실하게 요구되는 과제다. 진보정당을 지지했던 많은 세력들이 현재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사민주의를 표방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 것인가가 쟁점의 핵심이다. 한편에서는 당의 확대에 걸림이 될 것이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당의 노선을 분명히 하는 것이 당의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이 쟁점은 단지 당원의 확대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현재 주어진 정세적 조건을 고려하여 전체 정치 구도에서 당이 어떠한 위치(position)를 차지하여야 하는 문제와도 관련되어 있다. 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정치 구도와 관련하여서는 뚜렷한 쟁점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당원 토론에서는 이 점이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의 진로와 관련하여 독자 정당의 노선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당원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당의 진로와 관련하여 명확한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

 

 

※ 토론을 위한 참고 문헌

 

■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기초적 위해를 위한 서적

『정치가 우선한다』셰리 버먼, 후마니타스

『사회민주주의 선언』조원희?정승일, 홍진북스

『사회민주주의의 기초』토비아스 곰베르트 외 (사회민주주의 총서 Ⅰ), 한울

『경제와 사회민주주의』시몬 바우트 외 (사회민주주의 총서 Ⅱ), 한울

『복지국가와 사회민주주의』알렉산더 페트링 외 (사회민주주의 총서 Ⅲ), 한울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잉바르 카를손, 논형

 

■ 대중 교양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최연혁, 쌤앤파커스

『스웨덴을 가다』박선민, 후마니타스

『올로프 팔메』하수정, 폴리테이아

『민중의 집』정경섭, 레디앙

 

■ 사회민주주의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한 서적

『복지자본주의냐 민주적 사회주의냐』 신정완, 사회평론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홍기빈, 책세상

『사회민주주의와 경제민주주의』 주성수, 인간사랑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에르네스토 라클라우?샹탈 무페, 후마니타스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 책세상

『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로버트 달, 후마니타스

 

Ⅲ. 노동중심성

 

1. 노동중심성이란 무엇인가?

 

1) 진보정치 핵심가치 노동중심성

 

노동중심성은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가치이고 원리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는 전략과 정책의 수립, 당의 조직과 의사결정의 원리, 당 사업의 우선순위와 방식은 물론 조직문화에도 관철되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본원리로 작용해왔다.

 

2) 노동중심성의 기본개념

 

특정한 원리 또는 원칙으로서의 노동중심성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고 충실하게 정리된 입장도 없으나 대개 노동자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과 대립하는 대표계급이며 그 극복의 선도주체도 노동자라는 계급적 인식을 전제로 한 실천전략으로서 가)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고 나) 노동의 주체 형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3) 이를 바탕으로 노동대중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3) 노동의 가치실현

 

노동의 가치실현은 노동이 소중하며 그 정당한 대가를 보상 받아야 한다는 노동존중의 인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노동만이 가치를 생산한다는 인식 내지는 노동이 생산해 내는 가치가 가장 소중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노동과 자본의 관계는 적대적인 계급관계(내지 적대성이 우선하는 관계)이므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궁극적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정책에 있어서 노동자 요구가 최대한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과 정당 활동에서 노동의제가 우선적으로 다루어지고 노동운동과의 연대에 주된 역량을 투입할 것을 요구한다. 더 나아가서 반자본주의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바로 노동중심성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4) 노동주체와 기반의 형성

 

자본주의사회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것도 노동계급이며 그 모순의 극복을 주도하는 힘도 노동계급에 있으므로 진보정당은 노동자를 우선적인 기반으로 하고 노동자가 중심이 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은 민주적인 노동조합, 노동활동가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하며 당내에서는 의사결정에 있어 노동자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의식적이고 제도적인 노력을 통해 노동을 정치적인 주체로 세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2. 문제의 제기

 

1) 배타적 지지와 할당제

 

창당 이래 민주노총과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어왔다. 이는 기존의 노동중심성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라기 보다는 노동중심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민주노총의 몇몇 조합 간부에 의해 당이 좌우되어서는 안된다, 혹은 조직된 노동자 대기업 노동자의 이익만을 우선해서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노총의 대행정당으로 전락하여 정당의 고유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를 조장하는 제도로서 당 외부인 민주노총에서 그마저도 민주적으로 선출되지 않고 몇몇 간부들에 의해 지명된 인사를 상당한 비중으로 배치하는 할당제의 개혁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나아가 배타적 지지도 이제 수평적인 협력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작년 통합진보당 사태이후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가 철회되어 당분간 이를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진보정당이 분화됨으로서 당장의 의제에서 일단 뒤로 밀려나있으나 우리 진보정의당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2단계 창당과정에 반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2) 노동, 노동중심성의 확장

 

노동중심성이 현대사회의 변화된 노동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며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지도 못하는 과거의 편협한 계급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현대사회에서 생산직 노동자내에서도 단순 노동의 비중이 줄고 사무직, 서비스업 노동자가 늘어나는 등 노동의 성격도 다양화되고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등 고용의 형태도 다변화된 현실을 정책에도 활동방식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정규직에 비해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으나 조직하기도, 투쟁하기도 어려운 미조직·비정규·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를 대변하고 지원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어왔다.

 

3) 계급혁명주의적 잔재부터의 탈피

 

노동계급의 처지와 요구가 비교적 동질적이고 시민적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던 시기의 노동계급의 정체성과 역할을 보는 시각, 그리고 이를 기초로한 급진적인 사회변혁논리의 잔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노동의 성격과 고용의 형태가 다양해진 것은 물론이며 삶과 의식에 있어서 노동과 고용의 영향력만이 전면적인 것이 아니라 소비자로서, 지방자치의 주민으로서,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또 특정한 성과 세대로서 등등 다면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과거와 같이 노동계급으로서의 동질성만을 강조하고 단순화해서는 안된다는 것, 또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생태, 평화, 통일 등-이 계급간의 문제로 환원되어 설명될 수도, 생산영역의 변화만으로 해결될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직장에서의 1차분배의 문제는 그 자체로서 공정해야하지만 복지국가의 발달은 2차 분배를 통한 갈등의 완화를 일정하게 실현하고 있는 것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경제적 관계가 변화하고 삶을 결정짓는 요소가 다양해짐에 따라 노동자의 의식도, 요구도 변화한 것은 물론 대안사회의 모델도 이를 성취하는 방법론도 그 과정에서 노동자의 정치적 역할도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존의 노동중심성 속에 내재해 있는 모든 것을 계급의 문제로 환원시켜보려는 세계관, 노동계급이익 우선주의, 노동자의 정치적 선도성에 대한 선험적 승인 등을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3.공통의 인식과 쟁점

 

1) 노동문제를 보는 기본 시각

 

자본주의인 한국사회에서 절대 다수인 노동자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핵심적인 과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또한 노동문제의 해결이 단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노동환경과 조건을 개선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경영참여의 확대 등 생산영역 내에서의 자기결정권을 높여나가고 다양한 소유와 생산방식을 창출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고 공공부문을 운영하고 사회적 생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도 공감이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장개입의 범위와 수단, 공공부문의 영역설정, 사적 소유에 대한 보호의 수준 등에 대해 기본적인 시각과 구체적인 정책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아직 본격화된 입장의 차이로 부각되지 않고 있으며 당의 통일성을 해치는 문제가 아니기에 오히려 건강한 정책경쟁으로 조장되어야 할 것이다.

 

2) 노동자의 정당참여, 노동조합과의 관계

 

노동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동조합과 정책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지지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물론 많은 노동자들이 정당에 참여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또 노동조합의 지도자들이 더 많이 정치에 진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노조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해 두 가지 기본적인 시각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수평적이고 정책적인 협력관계를 지향할 것인가, 가능하다면 배타적 지지를 확보하기위해 노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전자는 다양한 계층의 이익을 조정하고 실현가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정당으로서는 노조와 정책적인 긴장과 견제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시각이며 후자는 노동조합의 배타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어떻게 노동정치 주체를 형성하느냐에 대한 강조점의 차이로 나타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적으로 당내민주주의를 통해서 형성해 나가자는 시각과 일정 기간은 특별한 제도적 배려를 통해서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시각으로 대비된다. 후자는 그 사회적 비중과 가치에 비해 선출의 방식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노동의 정치적 대표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오며 노동계급의 정치적 선도성이 그 배경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자가 할당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후자는 기존 할당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거나 다른 방식으로라도 그 취지를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라면 한국노총(그 산하의 연맹과 단위노조)도 원칙적으로 민주노총과 동일하게 정치적으로 대변하고 협력과 지지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3) 노동의 확장-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기존의 조직노동뿐 아니라 미조직 노동, 그리고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등 다양한 노동의 입장을 모두 대변하고 그들의 조직화를 지원하며 여기에 우리의 역량을 더 많이 쏟아야 한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 한다. 노동의 분화와 다양화에 맞게 노동의 개념이 확장되어야 한다는 데에도 기본적으로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아직도 조직노동과의 관계가 보다 중요하며 미조직 노동자도 노동조합(민주노총)의 확대 확장을 통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시각과 미조직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에 대해 당이 직접 접촉하고 소통하며 또 가능하다면 조직화를 지원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이는 대립적인 주장이라기보다는 실천의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며 양대 노총의 현실에 대한 평가와도 관련된다. 노동의 조직율이 10%도 안되는 현실도 근본적인 문제려니와 특히 민주노총의 경우 아직도 정파 소속 노조간부들의 쟁투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차세대 노동운동의 노선도, 세력도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도 상당기간 건강한 관계를 맺기에는 절대적인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배경에 있다.

 

4) 노동중심성의 깃발을 어찌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총과의 배타적 관계와 할당제가 개혁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노동의 개념을 시대의 변화에 맞게 확장되어야 한다는데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노동중심성을 계속 우리의 최우선의 원리로 내세우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립한다.

 

노동중심성이 노동자만을 위한 정당, 노동자(노조)가 특권적인 주도성을 갖는 정당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실제로 그렇게 운영되도록 이끌어 가는 경향이 있다는 문제의식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노동중심성을 (그 개념을 확장하거나 재정립해서) 당과 진보정치의 핵심적이고 우선적인 원리로서 계속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과 노동중심성이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내외의 오해가 없도록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나아가 이런 대체가 단지 표현을 바꾸는데 머물러서는 안 되며 우리가 특정계급만의 정당이 아니며 자본의 배제나 타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를 통한 공존을 지향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자고 주장 한다. 노동자 농민 빈민은 물론 자영업자들도 참여하고 이를 대변하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가들도 인정할 수 있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당내 의사결정구조는 물론 당의 정책, 활동의 우선순위와 방식 등의 전반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정책일반이나 노동정책이나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이어야 함은 물론 다른 계층도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되어야 하며 재벌체제를 분명히 반대하지만 자본과 공동체로서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의 국가비전이나 정책이 분배의 측면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며 진보의 성장정책과 산업정책을 개발하고 제시해야할 필요성도 제시한다.

 

당의 활동에 있어서도 노동문제 이외의 다른 계층의 문제나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그 방식도 투쟁현장결합 중심에서 정책의 개발과 실현중심으로 변화해야 하고 대결적인 투쟁뿐 아니라 사회적 공감 형성과 상대의 설득에도 보다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타적인 당의 문화와 언어의 혁신도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끝> 

 

 

 

참여댓글 (3)
  • 길없는길
    2013.05.13 11:54:47
    중앙당에서 퍼 왔습니다..
  • 구태룡
    2013.05.19 19:35:23
    좋은 자료 고맙습니다. 늘 건강관리 잘 하시옵소서...
  • 영인
    2013.05.19 20:41:51
    길형님, 참말로 수고많습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