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로, 루디, 사순이, 야생동물들의 잇따른 탈출과 죽음 이대로 괜찮은가.
-까다로운 생포 작전보다 손쉬운 사살방식을 선택한 것은 편의주의에 기댄 것
-동물을 감금, 전시, 착취하는 산업이 존재하는 한 동물들의 탈출과 죽음은 반복될 것
-인간의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할 것
지난 14일 경북 고령의 한 농장에서 탈출한 사자 사순이가 탈출 1시간 10분만에 관계당국에 의해 사살되었다.
그로부터 3일 전인 11일에는 대구 달성공원에서 침팬지 두 마리가 우리를 탈출했고 이 중 '루디'는 마취총에 맞고 회복하던 중 기도가 막혀 숨졌다.
그리고 지난 3월에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 '세로'가 탈출해 도심을 누비다가 포획되었다.
5년 전 대전에서 퓨마 "뽀롱이"가 탈출했다가 4시간 40분만에 사살되었을 때, 인간의 관리 부주의로 퓨마가 탈출하도록 해놓고선 다른 대안 없이 사살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많은 시민들이 분노한 바 있다.
최근 계속되는 야생동물의 탈출과 사살은 퓨마 사살 이후 5년 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살된 동물들은 십 몇년 동안 갇혀 살다가 탈출 후 한 두 시간의 자유를 누리고 생을 마감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인명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까다로운 생포 작전보다 손쉬운 사살방식을 선택한 것은 편의주의에 기댄 것이 아닌가.
사순이는 오랜 기간 인간의 관리 아래 있었고 발견 당시 공격성을 보이지도 않고 평화롭게 보였다고 하니 사살이 꼭 필요했는지 되묻고 싶다.
사순이가 탈출한 고령의 사자 우리는 사자가 살았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다. 관리가 어려운 사각지대에 있는 개인 운영 목장에서 사육되었는데 목장주는 사자를 환경청이나 동물원에 인계하고자 했지만 마땅한 시설이 없어 거절 당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자격 미달 시설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마련이 시급하다.
동물을 관리감독 할 수 없는 개인이나 동물원 등은 폐쇄시키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탈출 동물을 생포할 수 있는 고도화된 포획방식 시스템과 메뉴얼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이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동물을 감금, 전시, 착취하는 산업이 존재하는 한 동물들의 탈출과 죽음은 반복될 것이다.
동물이 착취의 대상, 또는 물건이 아닌 자각있는 생명으로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의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2023년 8월 16일
정의당 대구시당 생태위원회(위원장 백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