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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진해구 제황산 아래에는 대기업 가맹점 아닌 편의점이 자리하고 있다. 이름은 '행복한 가게'다. 24시간 아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된다. 김밥·샌드위치 등 즉석 음식을 마련해 놓지는 않았다. 상품 수가 많지 않아 그냥 발걸음 돌리는 이들도 종종 있다. 벚꽃철 아닐 때는 찾는 이가 많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편의점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이곳은 일자리 제공 등으로 저소득층 자립을 돕는 진해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가게다. 올해 7월부터 꾸려가고 있다.

일반 편의점이 여러 직원을 두는 것과 달리 이곳은 단출하다. 김정옥(62) 씨가 매장 일을 도맡아 하고, 진해지역자활센터 신윤혜(43) 팀장이 총괄 운영한다.

김 씨는 3년 전 진해지역자활센터 도움을 얻어 학교 재활용분리 수거, 청소 일을 해왔다. 하지만 내년부터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정부 규정상 자활센터 이용자는 3년간만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즉, 이후부터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발판 역할만 하는 것이다.

진해지역자활센터 신윤혜(왼쪽) 팀장과 김정옥 씨는 올해 7월부터 편의점을 함께 꾸려가고 있다. /남석형 기자

 

이러한 부담감을 안고 있던 김 씨에게 신 팀장이 편의점 일을 제안했다. 편의점은 진해지역자활센터가 맡은 시장형사업이라고 해서, 3년이라는 기간 제한과는 상관없다. 운영이 잘 되기만 하면 계속 편의점 일을 할 수 있다.

김 씨는 진해에서 나고 자랐다. 스무 살 이후, 그리고 결혼해서도 이것저것 계속 일해 왔다. 특히 남편이 하던 농사가 잘 안 되면서 휘청한 가정 생계를 김 씨가 이끌어야 했다. 15년 전 떠났던 고향 진해로 다시 돌아와 한의원 탕제 일을 했다. 다행히 고등학교 졸업 후 양장점에 있으면서 옷 수선 일을 배웠더랬다. 진해중앙시장서 작은 공간을 마련해 옷 수선 집을 했다. 처음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전통시장 찾는 발걸음이 줄면서 운영도 어려워졌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서 온종일 앉아 옷과 씨름하다 보니 건강도 나빠졌다.

"가게를 정리하고 막막했는데, 우연히 진해지역자활센터를 알게 되어 일자리 신청을 했죠. 얼마 전 대장암 초기 판정을 받았는데, 다행히 지금 잘 다스리고 있는 중입니다. 자활센터 건강검진 아니었으면 아마 초기에 발견하지 못했을 겁니다. 여러모로 감사한 마음이죠."

물건을 정리하고 판매하는 일이 재밌다는 김정옥 씨와 그런 그녀가 고맙다는 신윤혜 씨.

 

2년 전부터 김 씨와 인연을 맺은 신 팀장은 은행·기업 등에서 일하다 마음속 계속 꿈틀댔던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 진해지역자활센터에 발 들이게 됐다.

"자활센터 찾는 이들은 대부분 사회실패 경험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죠.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던 분이 있었는데, 자활센터 소개 일을 하면서 조금씩 인정받게 되자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재기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드리는 것이 큰 보람이죠."

'행복한 가게'에서는 자활센터 관련 기업에서 만든 여러 수공예·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 씨와 신 팀장은 이들 상품 판매를 높이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김 씨는 하루 문을 열고 닫을 때까지 편의점을 지킨다. 신 팀장은 정기적으로 들러 김 씨와 함께 운영에 대한 부분을 논의한다.

(신윤혜 팀장) "모든 게 컴퓨터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김 샘은 처음 배우는 건데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금방 익히더군요. 워낙 일을 꼼꼼하게 하셔서 제가 신경 쓸 일이 없어요."

(김정옥 씨) "지루할 틈이 없어요. 물건 들이고 정리하고 판매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갑니다. 재미있을 따름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이런 일을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둘은 서로를 '샘~' '팀장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팔짱 끼고 활짝 웃고 있는 모습, 꼭 모녀사이 같다.

참여댓글 (1)
  • 행지
    2015.12.22 09:33:58
    축하합니다, 나날이 번창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