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출발은 정의당입니다.

 

20살, 당의 최연소 당원이었던 청년이 어느덧 30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또래 청년당원 하나 찾기 힘들던 시절,

지역에서 사람들을 모아 청년위원회를 만들고, 당직자가 되고,

수원시의원으로 출마해 당의 이름으로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학생운동의 경험도, 같은 세대의 선배도 없었지만

정의당이 나아가는 만큼 성장하고, 정의당의 꿈만큼 뛰어왔습니다.

정의당의 지난 10년에 제 20대가 오롯이 녹아있습니다.

 

그런데, 당이 위기입니다.

“정의당 이영봉입니다” 라고 인사할 때면 돌아왔던

기대감 섞인 반응은 이제 냉담이 되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후보로 뛰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정의당에 실망했다는 말들이었습니다.

양당 지지자의 조소가 아니라

자신을 대변할 대안세력을 기대했던 시민들의 차가운 질책이었습니다.

 

 

우리의 진짜 위기는 무엇입니까

 

모두가 위기를 진단하고, 혁신을 말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재창당을 추진할 혁신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안사회모델을 제시하는 정당, 정체성이 분명한 정당,

노동에 기반한 사회연대정당, 정책혁신 정당, 지역에 뿌리내린 정당… 등 재창당의 방향도 설정했습니다.

재창당을 하겠다는 선언으로는 너무 안온한 결정이라고 비판할지언정 어느 것 하나 빠뜨린 것 없는 결의입니다.

 

하지만 우리당의 위기가 정말 그것뿐입니까?

어느덧 우리당의 모습은 우리가 바꾸겠다고 몸부림친

양극화된 한국정치와 똑 닮아 있습니다.

나의 옳음을 상대와의 차이가 아니라 틀림의 기준으로 내세우는 정치,

설득이 아니라 설복을 강요하는 정치, 노선과 가치가 아니라 사람을 줄 세우는 정치.

이러한 당내 정치는 대화와 토론이라는 정치의 진짜 힘을 위축시키고,

동료당원에게 탈당하라는 냉소를 내뱉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안에서부터 우리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선거 패배와 시민들의 불신이라는 당의 정치적 위기는 다소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지의 낙관을 믿었기에 수많은 당원과 활동가들이 헌신했습니다.

정의당의 진보정치가 강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 안에서조차 동지를 구분 짓는 지금의 당내 정치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습니다.

혹 정부와 타 정당의 실패라는 외생적 변수가 생기더라도

동지라는 팀 스피릿 없이는 곧 우리당의 위기로 직결될 것입니다.

 

 

‘민주주의자들의 정당’을 회복합시다.

 

대화와 타협, 이견에 대한 존중. 제가 믿는 정치의 힘이며,

오래 걸리더라도 오래가는 변화를 만드는 길입니다.

그리고 대화와 존중을 포기하지 않는 정당이 우리당 강령이 말하는 좋은 정당이며, 민주주자의들의 정당입니다.

 

공론과 숙의의 장을 만들겠습니다.

2016년 메갈리아 논쟁은 당내 이견에 대한 질서 있는 토론과 숙의의 공간을 열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음에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묵은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공론장이 자리 잡지 못한 사이 당 안에는 엄숙주의와

양편으로 갈린 견해의 최대주의가 대신 자리했으며,

여성주의와 기후, 노동 등 우리당이 가장 자신 있어야 할

부문과 의제에서마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안의 엄숙주의와 최대주의를 깨야 합니다.

정기적인 당 기관지를 발행해 주요한 정치적 이슈와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쟁점에 대한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이견의 공개적인 경쟁을 시작해야 합니다.

 

전국위원회와 당원, 활동가 사이의 거리도 좁히겠습니다.

전국위원회는 일상적 사업을 심의는 물론,

중단기적 과제와 주요한 당론을 결정합니다.

전국위 개최 전 도당 운영위에서의 초벌 토론과 당원 대상 설명회를 개최하고,

전국위 후 결과에 대한 설명회를 정례적으로 열어 결정의 책임성을 높이겠습니다.

 

우리가 바랐던, 민주주의자들의 정당으로 우리당을 회복합시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으로 경쟁하는 정당, 설득을 포기하지 않는 정당,

뜨거운 노선 경쟁으로 강한 리더십을 세우는 정당으로 우리당의 혁신을 성공시킵시다.

 

 

당의 혁신, 우리가 꿈꾸는 변화.

지역에서부터 만들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국위원과 지역위원장으로 출마합니다.

이번 당직선거에서 우리는 어떤 지도부를 선출하더라도 반드시 혁신을 해내야 합니다.

전국위원회는 당 지도부와 함께 혁신을 가다듬어 갈 가장 최일선의 의사결정기구입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됩니다. 지금껏 그래왔듯 당대표는 공을 차 넣는 선수가 되고,

전국위원회는 골키퍼를 자처하는 것으로는 혁신할 수 없습니다.

 

전국위원회를 또다시 몇 개의 정파와 몇 개의 의견그룹 안배에 그치도록 두지 맙시다.

정파에 소속되어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당의 정치와 노선을 고민하고 실천해왔던 사람이 전국위원회에 들어가게 만들어주십시오.

표결로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설사 이견을 제출했더라도

결과에 승복하며, 함께 책임지는 전국위원이 되겠습니다.

 

지역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은 제게는 또 다른 각오입니다.

당에 들어와 청년위원회를 만들어 청년부문에서 활동해온 시간은 당의 가치와 정책을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었다면,

지역위원회는 당의 가치를 시민들에게 설득하고 실현하는 책임정치의 일선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수원시의원 선거에서 4.15% 2,016명 영통 주민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비록 당선권에도 들지 못했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10%로, 15% 20%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영통 주민의 지지가 커지는 만큼 우리가 꿈꾸는 변화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당에서 시민과 가장 먼저 만나는 지역위원장으로 그 일을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당원 여러분,

 

당에서 활동해온 지난 시간,

다음 리더십을 준비할 수 있는 정당이 시민들의 삶을 유능하게 책임질 수 있는 정당이라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리더십의 준비는커녕 안에서부터 갈라지고,

선배와 동료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무력감을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믿으며 다시 당직선거에 나섭니다.

 

수원시의원 후보로 온종일 동네를 다니던 날,

후원회 입금내역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2002년 개혁국민정당부터 정의당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당을 지켜온 선배 당원이었습니다.

선배 당원과 동고동락한 동료들은 모두 당을 떠났기에

어쩌면 그 선배 당원도 당을 떠나지 않았을까 하는 기우에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선배 당원은 “그래도 아직은 정의당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의당밖에 없다는 믿음이 헛되지 않게 일하겠습니다.

함께 나서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수원무 지역위원장 후보 이영봉 약력]

전) 정의당 부산시당 청년위원회 위원장
전) 2014년 상반기 재·보궐선거 수원영통구 천호선 국회의원 후보 조직팀장
전) 채용차별 없는 표준이력서 도입 촉구 운동
전) 제19대 대선 심상정 후보 중앙 선대위 청년선대위원
전) 제19대 대선 심상정 후보 부산 공동선대위원장, 청년선대본부장
전) 정의당 3·4기 전국위원
전) 정의당 청년정의당TF 위원
전) 정의당 여영국 당대표 공보비서
전) 정의당 수원시정위원회 사무국장
현)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비서실 공보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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