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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나는 한남충인가? (염종운·성남시지역위원회)

성남시지역위원회 사무국장 염종운

 

주제 : 정의당의 꿈
 

제목 : 나는 한남충인가?

20대 총선이 끝난 재작년 4월 어느 날, 쓸데없는 클릭 몇 번이 지겹던 찰나 우연히 정의당 홈페이지를 만나게 됐다. ‘이제는 입당해도 괜찮지 않나?’ 입당 절차를 완료하니, 미뤄왔던 숙제를 마친 기분이 들었다. 이제 고작 2년 반이 지났다.

그래서 세세히 알지는 못한다. 정의당에 모인 당원들이 어떤 지향을 향해 달려왔는지, 얼마나 험난한 역경을 딛고 여기까지 왔는지. 그렇지만 이건 안다. 정당의 정체성을 편리하게 학습할 수 있는 교재를 ‘강령’이라고 부른다는 것 말이다.

우리 강령 ‘정의로운 복지국가 7대 비전’ 다섯 번째는 ‘누구나 존중받는 차별 없는 사회’로 하고 있다.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성,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의 권리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재능이 많았던 나의 어머니는 나와 아버지 때문에 직업생활을 거의 하지 못 했다. 나는 ‘어렴풋이’ 그것이 불평등하다는 걸 알았다. 아버지는 꽤 개방적이었지만, 감수성이 예민했던 내게 ‘남자라면’ 따위의 성 역할 고정관념을 주입하려 애썼다. 나는 그것이 유치하다는 건 알았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 이성애자 남성으로 자유롭게 자랐던 나의 직장은 남성이라는 것이 무기가 되는 곳이었다. 아니, 시쳇말로 여혐이 판을 치는 공간이었다. 성년 된 나는 어렴풋이가 아니라 ‘명확히’ 알았다. 거창한 ‘정의’ 말고, 나를 지키기 위해 그들과 섞일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쓸데없이 지난날을 읊는 이유가 있다. 나는 전형적인 30대 남성의 그것과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삶의 경험을 가졌다. 혹시 그것이 내가 가진 젠더감수성의 주소가 이쯤인 이유가 아닌가 추측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오롯이 세상에 던져진 나의 책꽂이에는 철학이나 정치, 법학 대신에 인권이나 여성, 젠더를 주제로 한 책들이 놓여졌다. 글로라도 배우고 싶어서였다.

대한민국에 ‘성 평등’을 테마로 한 전장이 열렸다. ‘동성애’라는 링 위에서는 비교적 정의가 이기는 것처럼 보인다. ‘여성주의’라고 적힌 링 위의 싸움은 거의 난투극이다. 어느 편이 정의인지는 알겠는데, 글러브 낀 주먹이 아니라, 칼을 들고 싸우려는 선수들이 양쪽 모두에 ‘일부’ 보인다.

한편, 같은 편끼리의 소득 없는 대립은 이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다수가 정한 부당한 규칙을 지켜가는 것은 진보가 아니며, 금기를 깨는 과정에서 일부 극단성이 내포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또는 다수의 찬성을 끌어내는 방식만이 진보를 가능케 하고, 그런 이유로 약간의 중용이 필요하다는 주장 역시도 가능하다. 둘은 같은 말 같으면서도 때때로 엄청난 충돌을 야기한다. 나는 적어도 시민의 정치사회화 기능을 수행하겠다는 ‘정당’이라면, 후자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그 때문에 왕왕 ‘한남충’ 또는 ‘한남’이라는 농담 섞인 놀림을 듣는다. “한남충이 아니면 기분 나쁠 것 없지 않느냐?”라는 희한한 반문을 들을 걸 뻔히 알면서, 아직은 화를 낸다. 어리석게도.

성 평등과 관련한 온갖 논쟁이 난무하는 어떤 공간에서도 나는 내 의견을 피력할 자신이 없다. 내게 진단은 있으되, 처방이 없어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무섭기 때문이다. 안전하게 패션을 두르는 건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거짓이다.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분명한 건 차별과 혐오를 근절해야 할 시대적 과업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것이 누구로부터 인지, 어디서부터 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정의당이 그 중심에 있게 돼버렸다. 좋든 싫든, 또 하나의 숙명이다.

이번 칼럼 주제는 ‘정의당의 꿈’이라고 했다. 성 평등은 민주주의, 경제개혁, 환경, 노동, 복지 그리고 평화처럼 진보가 끊임없이 다뤄왔던 그동안의 의제만큼 중요하지만, 그만큼의 경험이 없다. 그래서 더 엄중하다.

나도 정의당이다. 누구나 존중받는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부지런히 공부하고 고민해야 한다. 조심성이 없는 나는 때때로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성찰하면 된다. 이제는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갖고, 지혜를 모으는 곳에 있어야겠다. 아니, 있고 싶다.

모든 정의당이 그랬으면 좋겠다.
참여댓글 (1)
  • 메멘토
    2018.10.31 11:56:19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