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 월성 원전 1호기 방문 기자회견 발언
일시: 2016년 9월 21일 오전 10시
장소: 월성 원자력본부 남문 앞
존경하는 경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울산, 대구, 부산 등 영남지역 국민 여러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강진을 겪고 또 400여 차례 이어지고 있는 여진에 얼마나 불안하고, 힘드십니까? 이번 지진에서 조금 빗겨선 국민들 역시, 전례 없는 강진에 똑같이 놀라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지진의 공포에 휩싸여있습니다.
역대급 지진도 충격이지만, 지진 후 정부의 모습은 더 충격적입니다. 정부의 재난대응시스템이야말로 재난수준입니다. 사전예측과 통보는 안 됐다하더라도, 사후통보마저 먹통인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준비 안 된 정부기관은 우왕좌왕했고, 훈련 안 된 공무원들은 허둥지둥 됐습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조차도 실전에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를 믿을 수 없고, 기댈 수 없는 국민들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도쿄도가 제작한 한국어판 지진대비 매뉴얼을 내려 받고, 생존가방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SNS를 활용한 지진통보 시스템까지 등장했습니다. 기가 막힌 일입니다.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다. 활성단층은 없다. 내진설계는 충분하다. 그 동안 우리정부가 해왔던 얘기들입니다.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무방비 상태는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원전과 관련해, 이번 경주 지진은 자연이 보낸 경고장이라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대지진 때 정부를 책임졌던,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방한 해 이런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일본의 과학기술 수준을 볼 때, 원전은 안전하다고 철썩 같이 믿었다. 후쿠시마 이후, 사고와 안전은 백지장 한 장 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동안 원자력은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안전하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지배적인 인식이었습니다. 경주 강진으로 ‘한반도는 지진안전지대’라는 맹신은 산산조각 났습니다. 이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원전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위험한 물건입니다. 인간이 원전을 없애지 않으면, 원전이 인간을 없앨 것입니다. 시간의 문제입니다. 이제 날조된 원전신화와 원전진흥 정책도 폐기할 때가 되었습니다.
어제 저는 국회 대표연설에서 원전정책 재검토와 근본적인 국민안전 대책 수립을 위한 ‘국회 원전안전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 했습니다. 도박같은 원전진흥 정책을 폐기하고, 2040년 원전 제로 시대로 나아가자고 말했습니다.
허둥지둥 하던 정부가 이런저런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임시방편에 머물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첫째, 경주 지역과 주민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피해복구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다행히 어제 대통령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진은 사람이든 시설이든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 남긴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국회에서 힘을 모아서 실효성 있는 복구 및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둘째, 지진에 대해 국가 수준의 연구조사와 대비책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합니다. 활성단층 조사, 내진설계 강화 등은 시급한 과제입니다. 정의당은 당 차원의 정밀조사단을 구성해, 국회 원전특위를 선도하고, 국가 지진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셋째, 원전진흥 정책 폐기하고 탈원전의 길로 가야합니다. 수명이 다 된 노후원전을 폐쇄하고,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중단해야 합니다. 또 우간다 수준에 머물고 있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탈핵을 가장 먼저, 주도적으로 얘기해 왔던 정의당이 경주 지진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탈핵으로 방향을 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6년 9월 21일
정의당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