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 정의당-한국노총 정례협의회 모두발언 전문
[보도자료] 심상정 상임대표, 정의당-한국노총 정례협의회 모두발언 전문
 
일시: 9월 7일(수) 11:30
장소: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
 
김동만 위원장님을 비롯해서 우리 한국노총 지도부 여러분을 뵙게 돼 정말 좋습니다. 특히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또 노동계에서는 지금 총파업을 비롯한 긴박한 투쟁을 앞두고 만나는 자리여서 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김동만 위원장님은 기억하시겠지만, 총선 전에 우리가 이 자리에서 만난 바 있습니다. 그 때 노사정이 파국으로 가던 시기였는데 위원장님이 단호한 결정을 내려서 파기선언을 하고 노동자의 자존심을 잘 지켜주셨습니다. 그것이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든 중요한 기폭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부터 내년 대선까지 권력교체기를 앞둔 시점에 노동자들의 정치적 힘을 어떻게 최대화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하고 또 그것을 시도한지 오랜 세월이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미숙함도 보이고 실패도 겪었지만 어떤 방향이든 책임 있고 확고하게 노동자들의 정치적 힘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과 관련해 앞으로 정례 정책협의회에서 양측이 보다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을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 박근혜정부는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나 민영화 같은 것을 거의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법도 없고, 야당도 없고, 국민도 없습니다. 그런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 노동계가 더더욱 정치적 힘을 지혜롭게 결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그렇게 막가파의 모습을 보이는 데 반해, 정치권은 전부 ‘레토릭 정치’입니다. ‘양치기소년 정치’입니다. 말은 무성합니다. 그런데 여와 야가 싱크로율로 따지면 90% 이상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소를 크게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고 어느 한 가지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 이상 레토릭만 보고서 정치권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분명한 책임을 담보 받는 튼튼한 협력관계를 잘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이번 하반기와 내년 대선까지 주력하려는 과제가 소득불평등 해소입니다. 더 넓게 보면 불평등 해소입니다. 이것이 지금 한국사회의 시대정신이자, 노동계와 정의당이 큰 틀에서 힘을 모아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격차사회라고 부릅니다. 격차 해소, 불평등 해소, 양극화 해소 등 다양한 표현을 쓰지만 불평등 해소가 시대정신인 것은 누구나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정치권은 구체적 플랜을 제시하지도, 해결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지금 정치권에서 나온 것이 최저임금을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자는 것입니다. 이게 사실 저희 정의당이 제일 먼저 제기한 것인데 모든 야권이 이 의제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새누리당도 지금은 철회해버렸지만, 선거를 앞두고 9000원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리자고 주장했습니다.
 
저희는 소득불평등과 관련된 3대 패키지 정책을 하반기 국회를 통해 제시할 것입니다. 또 이것을 가지고 전국민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 첫번째가 최저임금제를 실현하는 실질적 방안으로 최고임금제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노총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최고임금제는 최저임금제 실현을 위한 정치적 압박이 될 것입니다.
 
지금 새누리당은 내년 대선까지 이어갈 프레임으로 좌파기득권세력과 맞서겠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좌파기득권세력이라는 것이 상위 10%의 공기업·대기업 노동자들입니다. 그 공기업·대기업 노동자들이 너무 많이 가져가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일어난다는 주장입니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연설로 제시된 바 있고, 새누리당 의원단 워크숍에서 기조로 확정된 내용입니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식의 논리가 상당히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기업·공기업 노동자들은 상대적 소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양보하라는 요구에 대해 공감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정부여당은 그것을 무기 삼아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같은 것을 밀어붙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한 대응 논리가 필요한데 단순히 “우리는 아니다”라고 항변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최고임금제는 이에 대한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최고임금제는 불평등 해소의 출발점, 그 트리거(trigger)가 상위 1%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제가 이 법안을 발의한 이후, 정치권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아무도 이에 대해 발언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구체적 실천은 아직 이행도 안했는데 거의 매일 최고임금제에 대한 지지가 들어오고 언론에서도 사설을 통해 아주 긍정적으로 다뤄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고·최저임금제를 연동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기득권세력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방어하기 위해, 최저임금제 인상과 관련해 상위 1%의 양보를 최우선적으로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중요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세부기획은 국회에서 논의를 해가며 정리해 나가겠지만, 큰 틀에서 노동계가 유효하게 쓸 수 있는 프레임이라는 점을 고려해 저희가 이 법안을 발의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공론화 해나갈 것입니다. 물론 변형된 형태이지만 스위스 같은 경우는 5년 동안 시민캠페인을 해서 관철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 다음, 원·하청불공정거래와 관련해서는 초과이익공유제를 격차해소 방안의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또 저희가 지금 정책검토를 밀도 있게 하고 있습니다만, 노동시장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시장의 바깥 지역이 있습니다. 한국노총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는 지점일 것입니다. 예를 들면 청년들, 아동들, 농민들, 장애인들입니다. 이처럼 시장 바깥에 존재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각종 수당을 주는 방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보다 본래적 의미의 개념으로 일원화해서 전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한적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분들에 대해 국가가 최소한의 기본소득을 통해 책임지는 것입니다. 이를 단계적이고 제한적인 기본소득 개념으로 적절히 묶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고임금제, 초과이익공유제, 제한적인 기본소득제 아니면 아동·청년·노인 등에 대한 기본소득제 이런 식으로 패키지 정책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보편적인 기본소득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이미 여권에서도 기본소득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만, 거기에 함정이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기존의 복지제도를 다 돌돌 말아 하나로 단순화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스위스에서 관련 안이 부결된 것은 국민들이 국가에서 받는 총량이 더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결되었습니다. 스위스 사례를 참고해 그런 식의 기본소득 논의는 경계해야 합니다.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방안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필요성이 공론화된 분야, 즉 선거 때 모든 정당이 공약한 아동수당, 지금 일부 지자체서 시험 운용 중인 청년수당, 또 모두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령연금 등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분야에 대해서는 시혜적 의미의 수당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소득을 보장하는 권리로서 개념화하는 작업을 저희가 하려고 합니다.
 
제가 말이 길었습니다만, 어찌됐든 실질적 논의를 통해 상호간에 보폭을 잘 좁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6년 9월 7일
정의당 대변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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