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 실현을 위한 후속 노력 이어가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2일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6자회담 조속 재개, 한반도 긴장 고조 행동 반대, 10월말 또는 11월초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등에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관계 진전을 위한 의미 있는 합의라고 보며 환영한다. 특히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던 중국 측의 명시적인 동의를 이끌어낸 것은 구체적이고 중요한 성과다. 그것은 대통령의 전승절 참가 등에 비판의 날을 세워왔던 일본 정부 등도 환영 입장을 내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중국 측에 경사되고 있다. 전승절 참가는 그 증거"라며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해 호도해왔는데, 한국이 앞장서 한중일 협력을 제고하는 구체적 성과를 냄으로써 이런 주장을 일축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그 동안 한미일 3각 안보협력에 의해 한국이 미-일 주축 안보협력의 하위 파트너로 묶여, 한국으로서는 최악인 해양세력 대 대륙세력 간 대결체제 형성에 오히려 일조하고 또 그 전위에 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많았다.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과 그로 인해 거둔 일련의 외교적 성과는 이런 흐름에 일정한 변화를 가하는 적극적 외교 행보와 그 첫 성과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런데 이런 성과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번 정상회담 합의 중에서도 6자회담 조속 재개나 한반도 긴장 고조 행동 반대 등은 한중 정상이 합의해 입장을 표명한다고 해서 곧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먼저, 6자회담 조속 재개의 경우 한국과 중국 외에 다른 핵심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의 동의와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주지하듯이 미국은 비핵화를 향한 북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북한도 병진노선을 내세우며 비핵화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북한의 경우, 단지 6자회담만 조속 재개하자면 불만을 표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2005년 9.19 공동성명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련 결의들이 충실히 이행되어야 한다.”는 합의이다. 아시다시피 9.19 공동성명은 비핵화와 북미 간 적대관계 청산,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 등 포괄적 해결을 천명하고 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 합의를 바탕으로 10월 한미정상회담 등에서 미국의 동의와 동참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런 노력은 성실히 수행하지 않으면서, 혹시 ‘긴장을 고조시키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와 ‘안보리 결의 충실 이행’이라는 합의를 단지 북의 있을 수도 있는 장거리로켓 혹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반대와 그런 행동 발생 시 제재에 대한 합의로만 제한하려고 한다면, 성과가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후에 자신에 대한 압박으로 받아들일 언행이 주로 전개된다면 북은 오히려 반발을 할 것이고, 그러면 특유의 국가적 자존심과 자주성을 내세우며 벼랑끝 전술을 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2012년 말에서 2013년 초까지 전개된 북의 장거리로켓 발사(북은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는 장거리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받아들임)와 국제사회 제재, 북의 핵실험, 대대적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북의 맞대응이라는 악순환이 2015년 10월부터 다시 되풀이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도 8.25고위급합의와 이번 합의의 모멘텀을 잘 살려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 남북은 유감과 사과의 관계가 어떻고 하는 합의의 의미에 대한 실랑이를 하고 있고, 특히 우리 정부 일각에서도 ‘참수작전’ 공개 언급 등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를 하고 있다. 남북 당국은 부디 고위급합의를 성실히, 그리고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실천적으로 이행함으로써 모처럼 잡은 관계 발전의 기회를 살리기를 바라는 국민적, 민족적 여망을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 남북 교류협력의 활성화, 나아가 비핵화 회담의 조속 재개와 9.19공동성명 이행 등으로 평화를 위한 협력을 확장해가야 한다.
특히 우리 정부가 작은 성과에 취하지 말고, 실질적인 결과를 이뤄내도록 이어지는 대화 등에서 전략적이고 일관된 행보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모쪼록 남북 고위급접촉 합의에 이은 이번 한중 정상회담 합의를 잘 살려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형성의 토대를 닦고, 동북아 평화협력도 구상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로 전환되는 전기를 마련해갈 것을 기대하고 촉구한다.
2015년 9월 3일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김용신)
* 문의 : 김수현 정책연구위원(070-4640-2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