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에 '한-중-일 방공식별구역' 그림이 있으니 그것을 보실 분들은 첨부파일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정책 이슈 브리핑-2013.11.29]
방공식별구역 관련 갈등과 함의, 바람직한 대응
김수현(평화-통일 정책연구위원)
□ 상황
O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확대 발표와 갈등 심화
- 23일, 중국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 확대 발표. 우리로서는 한국 방공식별구역과 일부 중첩되고 이어도가 포함되는 문제. 일본으로서는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센카쿠열도의 상공, 즉 영공이 포함됨. 미국도 자국군 훈련장이 몇 군데 포함되는데다 크게 확대된 중국 방공식별구역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미군의 자유로운 비행에 방해되는 문제.
- 23일 당일 중국은 정보수집기 2대를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인근으로 출격하여 비행시켰고 이에 대응해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발진해 대응함. 미국은 일방적으로 확대된 중국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26일 사전 통보 없이 B-52 폭격기를 비슷한 상공에 출동시킴.
- 한국 역시 이어도 상공에 해상초계기를 사전 통보 없이 발진시킴으로써 미국과 비슷한 태도와 대처 방식을 택함.
O 성과 없이 끝난 한중 국방전략대화
- 한국의 즉각적인 유감 표명이나 해상초계기 발진 등에 대해서 중국 측은 미-일의 반응에 대해 즉각적으로 무시하거나 침해 시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과 달리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임.
- 28일 한중 국방전략대화에서 우리 측은 “중국이 사전협의 없이 방공식별구역을 선언한 것은 매우 유감이며,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시정을 요구. 그러나 왕관중 중국 측 대표는 “주권 차원에서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만큼 이를 조정할 의향이 없다”며 거부. 이에 정부는 다시 국익 보호를 위해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한국 방공식별구역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대응.
□ 검토 의견
O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고, 이어도도 독도와는 차이, 지속적 대화 필요
- 중국이 일방적으로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한 것은 비외교적 태도임이 분명하고 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항의할 수 있음. 특히 기존 한국방공식별구역과 폭 20km, 길이 115km 가량이 겹치기에 필히 조정이 요구됨.
- 그러나 이어도와 그 상공 문제에 대해서는 냉정한 접근 필요. 지금까지 이어도는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되어 있었음.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에 대해 항의하거나 조정 노력을 하지는 않음. 만약 이어도가 우리의 영토이고 그 주변 해역이 우리 영해이며 그 상공이 영공이라면 주권을 방기한 태도일 것임. 그러나 그러지 않음. 그것은 이어도와 그 주변 해역을 둘러싼 갈등이 주로 한-중 간에, 그것도 수면 하에서 진행된 것과도 관련됨. 이 모든 이유는 바로 이어도가 수면 밑 10여 미터에 있는 수중 암초이기 때문임. 국제법상 이어도는 섬으로 인정되지 않고, 섬일 경우 영토와 영해, 영공의 권리가 부속되는 것을 갖지 못함. 한마디로 독도와는 근본적 차이가 있는 것임. 한-중 간에 이어도에 따른 갈등이 있지만, 2006년 ‘이어도는 섬이 아니다, 따라서 영토분쟁 대상이 아니다, 귀속 문제는 협상을 통해 해결한다.’는 3원칙에 합의한 바 있음.
- 따라서 대응 역시 독도와 그 영공을 지키겠다는 의지와 방식을 이어도와 그 상공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일부에서 중국이 이어도에 대한 야심을 드러냈다면서 이어도와 그 주변 해역에 대한 우리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제주도 해군기지가 필수적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확대해석과 왜곡의 전형임. 이어도와 그 주변 해역이 한중 간 배타적 경제수역(EEZ) 상에서도 겹치고 합의를 이루고 있지 못하지만 협상을 계속 하고 있듯이 방공식별구역 역시 협상을 계속 해야 할 것임. 단 기존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해 이어도를 우리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키는 것은 일본의 방공식별구역과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일본이 이것을 빌미로 독도 영공을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키는 대응을 유발하지는 않을지 정부 유관부처 간에 충분한 사전검토와 긴밀한 협조가 전제되어야 할 것임.
O 동아시아의 높아지는 파고, 한국 정부의 능동적이고 현명한 대응 필요
- 같은 방공식별구역 확대라고 할지라도 한국, 일본의 대응과 그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다른 것은 이어도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의 차이에 따른 것임. 후자는 서로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며 최근 그 갈등이 심해진 것임.
- 중국이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댜오위다오 관련 행위를 되풀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한 것은 동아시아 해역과 그 상공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임. 미국은 갈등이 있는 해상영토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편의 입장을 들지 않는 자세를 취했으나, 방공식별구역과 관련해서는 일본과 철저히 보조를 같이 할 것임.
-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일방적 행위를 모른체하며 이제 와서 우리와 상관없다는 식으로 발을 뺄 수도, 미-일과 한편에 서서 중국의 철회를 요구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힘든 딜레마 상황임.
- 미-중 간 갈등의 파고가 높아짐에 따라 한국이 처할 딜레마의 상황을 보여주는 전조라고 할 수 있음. 그러나 아직 미-중 간 이른바 신형대국관계가 파탄났다거나 신냉전이 필연적이라고 예단할 단계는 아님. 따라서 지금이라도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며 일본의 아베 정부와 같은 길을 택하는 것은 중국의 부상이라는 국제질서 변동요인에 대한 어리석은 대처법이라고 할 수 있음. 요동하는 동북아 질서 등에 편승해 섣불리 안보불안, 강한 대응을 강조하는 것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해 현명한 대처가 필요.
- 남북관계, 한일관계 등에서의 갈등 요인을 빨리 해결해나가는 것이 이런 과도기적 상황에서 우리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첩경이라고 할 수 있음. 그 부분에서 정부가 무능하거나 무관심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 때문에 우리 국민이 더욱 불안하다고 할 수 있음. 그런 부분에서 정부의 인식의 전환과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는 것이 우리의 스탠스라고 판단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