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평] 박은선 사태, ‘여성다움’의 허상이 만들어낸 몰상식한 폭력

[논평] 박은선 사태, ‘여성다움’의 허상이 만들어낸 몰상식한 폭력

일방적이고 구태의연한 성 고정관념으로 바라보는 모든 시선에 분노하며 반대한다.

 

지난 5일 서울시청을 제외한 나머지 WK리그 6개 구단은 줄곧 여자 축구선수로 활동해온 박은선 선수에 대한 성별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WK리그 경기에 뛰지 못하게 하도록 하는 데 결의했다. 이는 서울시 체육회 측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문건을 공개하면서 사실임이 밝혀졌다.

 

축구선수인 그녀가 축구를 잘하기에 유리한 체형과 체력을 가진 것이 ‘여자 축구’로서의 존재를 부정 당하는 기이한 현실이다. 축구선수인 그녀가 남성이었다면 체형과 체력의 문제는 그저 축구선수로서의 자질, 능력 문제로 평가되었을 것이다. 즉 적어도 개인으로서 그의 성별정체성을 의심하거나 그로 인해 축구선수로서의 자격과 권리를 규정하려고 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의당 여성위원회와 성소수자위원회는 박은선 선수의 성별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경기에 뛰지 못하게 하도록 결의한 사실에 대해 분노한다. 또한 그의 훌륭한 축구선수로서의 권리를 ‘여성다움’이란 이름으로 뺏으려고 하는 부당함에 경고한다. 당신들이 보는 ‘여성다움’ 혹은 ‘남성다움’의 기준은 무엇인가?

 

박은선 선수 사태는 ‘여성다움’, ‘남성다움’이란 허상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도취해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몰상식한 폭력에 훌륭한 자질을 가진 한 선수가 자신의 꿈을 잃게 되었다. 그가 겪을 좌절이 정말로 그의 몫인가?

 

아울러 여성과 남성을 일방적이고 구태의연한 성 고정관념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히 본 사건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쉽게 일어날 만한 일이라는 점을 우리는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2013년 11월 8일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위원장 정혜연)·여성위원회(위원장 류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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