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논평] 정부의 전월세대책, 전월세난 원인 진단부터 그릇된 출발...정책 실효성 의심스러워
최근 전월세난은 심각한 지경이다. 지난 1월 이후 완만히 오르던 전세가격이 6월 이후 높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전세수요 부족과 가격 급등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늦게나마 전월세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였고 28일 국토교통부는 전월세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발표하였다. 뒤늦게나마 정부차원에 전월세 대책을 마련했다는 면에서 일견 긍정적이지만 그 내용을 보면 대부분 기존에 해왔던 해법 논리를 되풀이하는데 그쳐 정책적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전월세 시장의 문제를 매매시장의 침체에서 찾고 있다. 매매수요로 가야할 가계들이 주택 가격 상승 기대분이 없기 때문에 전세수요에 머물고 있어 전세수요가 급등하고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논리이다. 이를 위하여 부동산 매매수요 유도를 위한 대출정책을 마련하여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미 수도권 주택의 PIR 수준은 9.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가계소득이 정체에 머물고 있고 가계부채가 포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세제 완화와 대출상품을 제시한다하더라도 매매수요가 증가할지 의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규제완화 정책은 부동산 활성화 시기에도 건설업계와 개발업자들이 꾸준히 제기하던 주장으로 현재 시장 상황에서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한 측면이 크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법인의 부동산 양도시 법인세 폐지, 개발부담금 한시 감면, 정비사업 2주택 허용 및 현금정산시기 연장, 취득세 감면 등 규제완화 정책은 건설업자 및 개발업자들의 입장을 그대로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 지난 MB정부 시절부터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및 전월세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규제완화 정책을 제시하여 왔다. 이미 지난 정권에서 규제완화의 효과가 없음이 증명되었음에도 건설업계와 개발업자들의 입장을 대변한듯한 정책을 반복하여 제시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부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수익공유형’, ‘손익공유형’ 모기지 대출 정책 역시 부작용이 우려되는 매매 유도형 대출정책의 다름일 뿐이다. 일견 대출자의 리스크를 금융이 나눠갖는 형태의 신개념 모기지로 보이나 내용을 살펴보면 빚내서 집사라는 기존 대출문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수익공유형’의 경우, 집값의 70% 이상을 대출해주는 대신에 시세차익이 생길시 차익의 일부는 공유하면서도 손실 발생시는 대출받은 사람이 모두 책임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정책의 주 이용 계층인 사회 초년생에게 저금리로 대규모 빚을 지게 하면서 그에 대한 리스크는 모두 떠앉게 하는 구조인 것이다. 현재 주택가격의 지속적 하락이 예측되기 때문에 이를 통하여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 리스크를 가계가 모두 지게 되어 가계대출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현재 부동산시장 문제의 핵심원인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가계소득의 정체에 있다. 따라서 전월세 대책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시기에 서민들이 처하게 될 주거위험을 최소화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전월세상한제와 임대계약갱신청구권 등 서민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시장 왜곡과 부작용을 이유로 꾸준히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단기적인 전월세가 상승과 공급 감소 등을 이유로 탄력적 전월세 상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급등 지역을 조사하고 적정 상한선을 상황에 맞게 정하자는 안은 정책적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정부는 각종 상한제에 대한 도입 요구가 있을 때마다 부작용을 우려했으나 실제로 부작용이 벌어진 사례가 극히 적다는 점에서 주거안정 정책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실망스럽다. 현재 세입자의 대부분이 한 곳에서 장기간 거주하는 경우가 적고, 전월세 가격의 상승 등으로 인해 2년마다 이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들어가는 사회적인 비용을 고려한다면 정부의 주거 정책은 ‘주택소유’가 아니라 ‘주거안정’으로 그 정책적 기조를 시급히 변환해야 할 것이다.
2013년 8월 28일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박원석)
담당: 국회정책연구위원 김일현 (02-784-0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