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이슈 브리핑-2013. 8.22]
차기 전투기 도입 관련 논란에 대한 비판적 접근과 대안
김수현(평화-통일 정책연구위원)
□ 상황
O 차기 전투기 기종 선정을 둘러싼 논란
- 9월 중순 개최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차기 전투기(F-X) 사업의 기종 선정 예정.
- 사실상 가격조건이 결정적 요인이 될 전망임. 이미 결정된 총사업비(8조3000억원)를 넘는 업체와는 본 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임. 이런 조건에서 유일하게 가격 조건을 맞추었다고 하는 F-15SE가 유력 후보로 보이는 가운데, F-15SE가 차기 전투기로 적절한지 여부와 함께 적정 기종 선정을 위한 △예산 증액 △구매 대수(60대) 감축 △분할 구매 등 사업의 재검토 대 도태되는 전투기의 대체를 위해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논리가 부딪치고 있음.
- 특히 최근에는 마치 차기 전투기 사업의 목적이 스텔스기 도입인 것처럼 호도하고,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총사업비 자체를 대폭 증액할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조들이 넘쳐나고 있음.
- 그런데 현 시점에서 스텔스기라고 자타가 공인하며 우리가 도입 가능한 기종은 F-35밖에 없음. 미국의 대표적인 스텔스 전투기인 F-22의 경우 미국측이 대외 매각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며, 중국의 젠-20이나 러시아의 T-50의 경우 입증된 것도 아니고 도입 자체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임. 그런데 그 F-35의 경우 2012년 미 회계감사원 평가 등에서 드러났듯이 획득비용(우리로서는 도입 가격)의 폭등과 기체 불안성 등으로 인한 납입 기한 연장 등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많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사청 등이 F-35 도입을 위해 여러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이 높았던 점을 상기할 필요.
- 한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등은 차기 전투기 사업 자체를 전면 중단하거나, 전면 재검토하라는 주장을 해 옴. 그런데 그 주된 논리가 F-35에 특혜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음. 이들은 최근 논란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앞으로 F-15SE 도입의 문제점을 지적할 가능성도 꽤 있음.
- 이러저러한 기체와 그 도입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만을 할 경우, 그럼 당신들의 대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것임. 아예 일부 평화단체처럼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주장을 하든, 여러 가지 정치적 요인 등에 의해 그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나름의 대안을 이야기 할 필요.
□ 검토 의견
O 스텔스기 도입이 필수라는 논리 비판
-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과 군 관계자 등은 북에 대한 비대칭 전력의 확보와 군비증강 대결이 가속화되는 동북아에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스텔스기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주장. 우선 대북 요인으로서 북한의 낙후된 전투기에 대응하기 위해 스텔스기 정도의 첨단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기에 핵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을 억지할 한국 나름의 비대칭 전력으로서 스텔스기를 주장하고 있음. ‘북의 지휘부나 핵과 미사일 기지 등을 북의 조밀한 항공망을 뚫고 공격할 능력을 갖추자, 혹은 그럴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북이 섣부른 도발을 할 수 없도록 억제하자’는 논리라고 할 수 있음. 북에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음.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제공권에서 압도적 차이를 발휘할 전면전이 발발하기 전 선제공격을 감행할 능력을 확보할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리임. 북한도 이에 대해 위협을 느낄 것인 바, 자기들 나름의 억지력 확보 즉 핵개발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생각이 강해질 것임. 안보 증강이 상대의 대응을 불러와 오히려 안보를 불안하게 하는 ‘안보 딜레마’의 전형이 될 가능성. 그리고 핵무기에 대한 억제가 비핵무기를 통해서는 온전히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나 독자적 핵무기 개발의 부정적 요인 등을 고려한다면 비핵화 이전 핵억지력의 확보는 한미동맹을 통한 미국의 핵우산이 현실적이다, 그것으로 충분히 억지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 무엇보다 북의 핵보유와 능력 증강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군사적 억지력 확보 운운하는 것은 하수이며, 비핵화-평화체제를 가능하게 할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외교적 노력에 부응하는 안보 정책이 무엇인지 재고할 필요.
- 일본의 우경화, 중국의 대국화 등 주변국 위협 요인, 특히 일본의 F-35 도입, 중국의 젠-20 개발 등은 분명한 잠재적 위협 요인이기는 함.
_. 그런데 한-일 간에 독도 등을 둘러싸고 공중전이 벌어질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미국 요인이나, 동북아 국제질서 등을 생각하면 비현실적인 비약임. 한국이 2002년 이후 도입하기 시작한 F-15를 일본이 이미 1980년대부터 도입해 대량 배치하고 있었다는 점, 즉 한일 간 공중 전력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분쟁이 없었던 요인을 냉철히 판단하고, 앞으로 양국 관계를 어떻게 유지,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함.
_. 한-중 간에도 양국 간 요인 때문에 전투기를 동원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 한반도 전면전의 상황에서 중국이 다시 개입하거나, 대만해협 혹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와 남사군도 등에서 벌어지는 분쟁에 미국이 개입하고 변환하는 한미동맹 때문에 한국군이 끌려들어갈 경우 등을 고려해 그럴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현명한 외교-안보 전략일 것임.
_. 동아시아 차원의 군비증강이 미-중, 중-일 간 갈등 요인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무역 등 경제적 상호의존을 넘어서는 경제협력의 제도화가 부진한 것에도 기인하지만, 북핵에 대한 공동 대처 외에 다양한 차원의 안보 협력이 부족한 점에도 주목할 필요. 한국으로서는 박근혜 정부가 기왕에 내세우고 있는 ‘서울 프로세스’를 구체화하는 노력을 전개할 필요. 일본과의 대화도 회피만 할 것이 아니라 비판할 것은 하되, 한-중 등과 함께 할 서울 프로세스 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동참을 구할 필요.
O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의 목적과 원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 (위에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보다 능동적 외교 전략, 비핵화-평화체제 등 평화 창출 전략에 대해 주장했지만) 만에 하나 터질 수 있는 전쟁을 예방하고, 전쟁이 발생한다면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의 확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임. 그러나 그것이 과도해 국민의 경제적 안보를 해하거나 복지국가 건설을 저해해서는 안 될 것임. 이런 면에서 8조 3천억원 외에도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의 운영유지비로 수십 조 원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은 사업의 예산을 더 늘리자, 그것도 F-35처럼 현재보다 4조원 이상을 늘려야 하는 전투기를 도입하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됨. F-15K 20대 도입, F-35 40대 도입이라는 분할 구매의 경우도 F-15K 20대 추가 도입에 약 2조 9천억 원이 들었던 경험을 감안하면 적절하지 않음.
만약 F-35를 고집할 것이라면, 차라리 구매 수를 현 60대에서 40대 정도로 줄이는 재계약이 더 합리적일 것임. 공군이나 국방부는 2019년부터 도태되는 전투기 수가 100여 대 이상이므로 60대는 되어야한다고 주장할지 모름. 그러나 F-5를 대체하는 FA-50이 60대 정도 배치될 예정이고, 기존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된 성능의 전투기가 배치되었거나 배치 예정인 상황에서 기존 전투기 대수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음.
혹은 60대 자체가 필수적인 사항이라면, 차세대 전투기의 필수 요소도 아닌 복좌기(2인 탑승기) 숫자를 조금 줄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경우 협상 과정에서의 복좌기 숫자 등에 대한 약속 위반을 들어 사실상 탈락되었다고 하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판단 기준이어야 하는지 의문임. (참고로 유로파이터의 경우 F-35는 물론 F-22와의 모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공중전 능력을 보여준 바 있음.)
- 자주 국방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술 이전 등도 주요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임.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내세운 EADS의 경우, 60대 가운데 53대를 한국에서 생산하고 총 2조원을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투자하겠다, 기술 이전도 적극적으로 실시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음. 언제까지나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외국 무기 도입에만 매달릴 수 없고, T-50과 그것을 응용한 FA-50 개발-배치 대 그에 반하는 러시아제 위성 발사 로켓의 사례에서 보듯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있어 확보할 핵심 기술을 판단하고, 그 기술 이전에 적극적인 기체 도입이나 그런 기준 강화 등의 대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