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사교육비, 교육당국 전체의 실패
수능 중시, 교육회복 늑장, 정시 확대
대선 이후 발표는 해명 필요
코로나 시기 사교육비가 역대급으로 치솟았다. 교육당국과 정부 공교육 정책의 총체적 실패다.
통계청과 교육부는 오늘 11일,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비 총액 모두 2007년 조사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로나 이전 수준의 회복을 넘어 역대 가장 높은 사교육비다. 증가율 또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 사교육비가 감염병을 이긴 셈이다.
사교육비는 2020년 코로나 첫 해에 줄고 2021년 둘째 해에 늘어나는 추세이나, 중고등학교는 꾸준한 증가세였다. 17개 시도 중에서 서울, 광주, 강원, 전남, 제주 등 5곳 역시 계속 늘었다.
원인은 세 측면에서 접근 가능하다. 첫째는 사교육 공급 측면으로, 코로나 첫 해인 2020년에는 학원 영업제한 등의 영향을 받았으나 둘째 해인 2021년에는 그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사교육 수요 측면이다. 정부와 교육당국은 수능을 정상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각종 조치를 취하는 등 입시경쟁은 지속시켰으나 정작 학교는 띄엄띄엄 등교시켰다. 감염병에도 정부가 대입경쟁을 유지하는데, 학교는 정상 운영되지 않고 학습결손까지 발생하니 부모들은 자녀들을 학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코로나로 가정경제가 어려워져도 출혈소비를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사교육 대체 측면이다. 교육부가 대체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던 방과후학교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으며, 학습결손에 대처하는 교육회복 종합방안은 2021년 하반기가 되어서야 뒤늦게 시작되었다. 그나마도 충분한 물량이었는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도 빼놓을 수 없다. 정시는 돈과 사교육의 힘이 강하게 작동하는 입시제도이다.
결론적으로 이번에 발표된 역대급 사교육비는 정부의 공교육 정책과 교육당국 전체의 실패를 의미한다. 민주당 정권은 다수 진보교육감을 자랑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사교육비 최고치라는 참담한 결과로 돌아왔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새 정부의 당선인은 오히려 정시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마지막으로 이번 조사 결과 발표 시점에 대한 지적을 덧붙인다. 지난 2년간 해당 데이터는 3월 둘째주 화요일에 발표되었으나 이번에는 대선 이후인 금요일에 발표되었다. 만일 수치가 좋았더라도 발표 시점을 대선 이후로 했을지 의구심이 든다. 혹시라도 정부여당에게 불리한 수치가 발표되면 선거 표심에 영향을 줄까 걱정하여 날짜 조정한 것이라면 대단히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2022년 3월 11일
정의당 정책위원회 (의장 장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