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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정책논평/브리핑

  • ‘뉴딜’도 ‘그린’도 아닌 ‘휴먼’이 없는 ‘한국판 뉴딜 2.0’

뉴딜그린도 아닌 휴먼이 없는 한국판 뉴딜 2.0’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 2.0’은 먼지 쌓인 재고물품·중고물품을 포장지만 갈아서 신제품인양 출시한 것과 다르지 않다. 기존에 해오던 정책과 사업들을 한 데 모아놓고 뉴딜이라고 이름표만 붙여놓으면 새로운 것이 된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실종된 정책이다.

 

첫째, ‘한국판 뉴딜에는 노동자와 중소협력업체가 없다.

산업전환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은 부실하고 전환 주체에서 배제되었다. 정부의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은 직무전환과 전직준비 등 실무적 지원체계에 머물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일자리를 어떻게 마련하여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전할 것인지는 나와 있지 않다. 그리고 노동자를 시혜적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에 노동자 측 인사가 참여하고는 있으나 그 역시 97명 중 1명으로 생색만 내는 수준이다.

 

대기업 특혜도 매우 우려된다. 정부는 「기업활력법」을 개정하여 탄소중립 관련 신산업 진출시에도 공정거래법 규제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탄소저감을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예외를 늘려나가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전환은 새로운 경제구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최소한으로 합의된 규칙에 예외를 두는 것은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를 개선하기는커녕 심화시킬 뿐이다.

 

정의로운 전환원칙을 세우고, 노동자·시민·중소협력업체의 참여가 보장되는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위원회를 설치하여 배제되는 사람이 없는 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한국판 뉴딜에는 안전망이 없다.

고용·사회안전망과 관련하여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이미 정부가 추진했던 전국민 고용보험은 특고 14개 업종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600만에 달하는 자영업자는 가입율이 0.4%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전속성을 기준으로 한 업종제한을 없애고 플랫폼을 비롯한 모든 특수고용노동자로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고용보험이 새로운 시대의 사회계약이 되기 위해서는 플랫폼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일하는 사람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소득손실을 기준로 한 전국민소득보험체계로 전환해야 기후위기 시대에 알맞은 고용·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다.

 

셋째, ‘한국판 뉴딜에는 기후위기 대응이 없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그린 뉴딜을 추진한다면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정해놓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2030NDC를 상향할 것을 여러 차례 지적 받았지만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으며, 탄소중립을 위한 기본법 제정 논의과정에서도 환경부는 2030NDC를 법에 명시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 석탄화력발전소 공사 재개 등 온실가스 배출을 늘이는 행태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가 그린 뉴딜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겠다면 2030NDC를 상향하고 「기후정의법」을 제정해서 법에 명시해야 한다.

 

넷째, ‘한국판 뉴딜에는 사람과 책임이 없다.

스마트 의료 및 돌봄 인프라 구축에서 제시한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확산, 돌봄로봇 개발 등도 문제이다. 의료, 돌봄서비스에 가장 중요한 인간은 없어지고, 산업 논리만 살아 있는 형국이다. 공공의료 확대, 일차의료 강화와 주치의제 도입, 통합돌봄체계의 성공적 안착,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 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다. 보건의료, 돌봄을 산업정책이 아니라 인간 중심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A.I. 산업 육성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당연하다고 볼 수 있으나 인간사회에 합당한 윤리와 책임을 위해 적절한 규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차별적 시각을 내놓는 A.I.가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산업 진흥에만 치우쳐 부작용을 관리할 제도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EU 등에서 AI 위험성 등급제와 사전인증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참 뒤쳐져 있는 상황이다.

 

대형 테크기업들에게 충분한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문제 또한 피해갈 수 없는 과제이다. 그러나 정부 계획에는 기술과 혁신으로 포장된 장밋빛 환상이 가득할 뿐 민감한 문제는 뒷전이다. 굴뚝 없는 산업이라면서 막대한 이윤을 얻어가는 테크기업에게 과감하게 과세방안을 마련하고 확보된 재원을 정보격차 해소 및 디지털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활용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한국판 뉴딜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연간 10만원의 문화활동비를 취약계층에 지원하겠다며 휴먼 뉴딜사업의 하나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2005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하여 올해에는 10만원으로 증액한 보조금을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문화누리카드' 사업을 한국판 뉴딜사업에 슬쩍 얹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한국판 뉴딜은 기존의 정부사업 중 얼추 아귀가 맞는 사업들을 모아 포장만 새로 바꾼 것들이 적지 않다.

 

추가된 정책도 있지만 다소 부족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코로나19 학습결손과 교육격차에 대한 해법으로 4대 교육향상 패키지(교육회복 종합방안)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학습결손이 심각함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방안을 도입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과밀학급 해소·학급당 학생수 개선 계획 등 필수 방안은 빠져 있다. 학습결손에 대한 광범위한 실태 파악과 맞춤형 회복 프로그램도 요구되는데 빠져있다. 교육격차의 원인이 정부의 원격수업임에도 반성적인 입장도 없다.

 

코로나위기·기후위기·양극화·불안정한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감한 전환에서 사람이 실종되어서는 안 된다. 기존의 불평등한 구조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배제하는 방식은 정의롭지 못하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이라는 허울 좋은 포장지를 제거하고 제대로 된 정의로운 전환’, ‘고용·사회안전망 확보를 하기 바란다.

 

2021년 7월 15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의장 장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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