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지금 당장 녹색 혁명이 필요합니다.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정의당 기후위기·미세먼지 특별위원장 이현정입니다.
저는 오늘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 예비후보로 나섭니다.
얼마 전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린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이게 무슨 뜻인지 감이 오시나요? 며칠 전 기후위기 강연을 마치고 스무살 청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분이 요즘 친구와 함께 기후위기를 걱정하며 이런 대화를 나눈다고 하더군요. 저는 이 얘기를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기후위기는 지금 우리 눈앞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반년 넘게 지속된 호주의 불길은 한반도만큼 넓은 숲을 태웠습니다. 소방대원을 포함한 수십 명이 인명피해를 입고, 약 6천 채의 건물이 사라졌습니다. 호주에만 서식하는 코알라는 멸종 위기로 내몰렸습니다.
기후위기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불평등을 야기합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긴 계절은 이제 여름이 되었습니다. 이번 겨울은 유래없이 따뜻했고 눈도 거의 오지 않았습니다. 당장 올 봄에 농민들은 가뭄을 걱정해야 합니다. 야외 노동자와 쪽방촌 거주민 등 냉방을 공급받기 어려운 저소득층은 온열질환으로 쓰러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불평등은, 이 문제에 책임이 없는 세대가 가장 큰 피해를 떠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등교거부를 시작한 그레타 툰베리는 어른들을 향해 이렇게 묻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How dare you)?”
인류에게 남은 시간, 8년
이런 상황에도 정부의 대응은 한심한 수준입니다. 2018년 우리나라가 함께 채택한 1.5℃ 특별보고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 2월 5일 환경부가 발표한 '2050 저탄소 사회비전 포럼'의 검토안은 이 결의와 거리가 멉니다. 인류가 지금과 똑같이 살아간다면,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 온도가 1.5℃ 올라가는 데 남은 시간은 8년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기업과 자본의 눈치를 보며 인류의 마지막 기회를 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노동과 땅은 상품이 되어선 안 됩니다
우리의 평온한 일상은, 사실 많은 사람과 많은 곳에 빚지고 있습니다.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 김용균 동지가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났지만 석탄 화력발전소의 노동 환경은 여전히 열악합니다. 하청 노동자는 설비를 가동 중지하고 점검할 최소한의 권한조차 없습니다. 노동자는 부품이 아니라 살과 피로 이루어진 ‘인간’입니다. 인간은 상품이 되어서도, 경제성에 희생되어서도 안됩니다. 지금이라도 죽음의 컨베이어 벨트를 멈춰야 합니다.
숲과 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분들도 있습니다. 천안 일봉산을 지키기 위해 한 활동가는 6m 나무 위에 집 짓고 단식을 하다 의식을 잃었고, 다른 한 활동가는 제주 제 2공항 건설로 희생될 생명을 위해 환경부 앞에서 단식노숙투쟁을 하다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3기 신도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인천 계양들녘과 부천 대장들녘은 수도권에 얼마 남지 않은 국토환경성평가 1,2등급지입니다.
개발을 둘러 싼 갈등은 결코 환경과 경제의 대립이 아닙니다. 탐욕과 공익의 대립입니다. 또한 소수의 불로소득과 인류 전체 생존의 대립입니다.
토지 소유는 대한민국 불평등의 근원입니다. 45년에 걸쳐 월평균 실질소득이 15배 오를 동안, 서울 땅값은 1,176배나 올랐습니다. 사람들은 평생 땀 흘려 번 돈을 주거비용으로 쓰며, 땅 주인의 창고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숲과 들판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며, 호시탐탐 개발을 노리는 지금의 상황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혁명적 변화가 필요합니다
21대 국회의 시대적 소명은 기후위기를 막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기후위기와 토지공개념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제안하겠습니다.
지금의 헌법 아래서는 시대적 소명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헌법은 ‘쾌적한 환경을 누릴 권리’와 ‘환경보전 노력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기후위기 시대에는 턱없이 부족한 내용입니다. 우리는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체계를 전환해야 합니다.
도시공원 일몰제를 노린 민간특례개발사업과 그린벨트 해제를 부추긴 개발세력의 힘은 막강합니다. 택지소유 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등은 과거 존재했던 제도이지만 위헌 소지로 인해 폐기되었습니다. 개헌을 통한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돈이 없는 사람이 더 많은 주거비용을 감당해야하는 현재의 모순을 바로잡기 어렵습니다.
개발업자들의 이익 때문에 토지가 강제수용되는 상황을 막고, 두물머리와 용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이 쫒겨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청년들이 주거비용 때문에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겠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사회연대 전담부서’를 설치하겠습니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에너지 전환은 필수적입니다. 강력한 그린뉴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한 축이 되어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야 합니다. 저는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 대신, 재생에너지로 가동되는 공존과 협력의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수도권과 수도권 밖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겠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습니다.
79년생 이현정은 여성인 동시에 왼손잡이입니다. 오른손잡이 남성이 중심인 세상에서 살아남으며 거쳤던 일들은 밤을 새서 얘기해도 모자랄 겁니다. 하지만 저의 경험은 저의 정체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와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캠퍼스에서 여성들이 트랜스젠더를 배척한 사건은 기득권에게 도움이 될 뿐입니다. 차별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이들, 차별에 대항해 싸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차별금지법은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실력과 철학, 둘 다 있습니다
정의당 당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저는 딱 10년 전, 도시계획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반 농담으로 당시 대통령을 “내 인생을 바꾼 사람”이라고 얘기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그런 제 앞에 펼쳐진 4대강 사업은 큰 교훈을 주었습니다. 잘못된 정치 앞에서는 학문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후 4대강 공사현장을 다니며 실상을 알리고, ‘4대강 시민사회 조사평가단’의 수질 평가를 이끌었습니다.
제가 진보정당의 당원이 된 지는 13년 되었습니다. 이 후 지역과 중앙에서 크고 작은 당직을 마다하지 않으며 활동해 왔습니다. 진보정당에서 녹색정치를 만들어가기 위한 활동은 공부 이후 제 삶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제 제가 가진 전문성과 진보정당 경험을 국민들을 위해 국회에서 펼치고 싶습니다. 전문성을 가진 학자들은 세상에 많습니다. 진보정당의 활동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보적 철학과 전문성을 일치시켜 살아 온 사람은 소수입니다.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진보의 가치 모두 갖춰야 합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모두 갖췄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저는 우리 모두 지구에 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구 없이는 대한민국도, 서울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눈 앞으로 다가온 기후위기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혁명적인’ 전환입니다. 어쩌면 ‘녹색’은 혁명이란 단어와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할 방법을, 저는 ‘녹색 혁명’이라고 이름 붙이겠습니다.
지금 당장, 대한민국에 녹색 혁명이 필요합니다.
기후위기에 맞설 국회의원 이현정을 여러분이 함께 만들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0년 2월 12일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경선 예비후보 이현정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경선 예비후보 이현정
약력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환경계획학과 도시계획학 박사
현) 정의당 기후위기미세먼지특별위원회 위원장
현) 국토환경연구원 연구위원
현) 대한하천학회 이사
전) 환경부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 위원
전) 가톨릭관동대 연구교수 · 서울대학교 비전임교수
전) 진보신당 정책위원
전) 노동당 녹색위원회 준비위원장
전) 정의당 지속가능한생태에너지본부 본부장
전) 정의당 예비내각 국토환경부 예비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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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00시도당 00지역위원회 당원 홍길동. 이현정 후보를 비례대표 후보자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