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민과 이기는 페미니즘! ; ③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 2020-02-24 19: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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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민과 이기는 페미니즘!>
③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안희정 유죄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맡았습니다. 걱정스러웠는데 믿고 맡겨주신 만큼 무사히, 잘 마쳤어요. 화가 나고 속상한 자리였지만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했어요.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JTBC 뉴스룸에 출연했다. 그는 한숨을 쉬는 것인지, 울음을 참는 것인지 흔들리면서도 꿋꿋이 버티는 목소리로 자신의 피해를 증언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고 말했던 안희정이 아닌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무서웠다. 성폭력을 저지르면서도 동시에 좋은 이미지를 가진 남성 정치인이 과연 안희정 하나뿐일까?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좀처럼 실상을 알 수 없는, 철옹성 같은 지금의 정치판을 바꾸기 위해 용기를 내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피해자가 용기를 냈듯이. 그래서 나는 사무국장으로 일하던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님에게 건의해 단체 이름으로 <안희정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 참여하게 됐다. 그게 여성 정치를 말하는 여.세.연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암담하기만 했던 1심 무죄를 거쳐, 마침내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다. 당연하고 마땅한 결과였다. 유죄 판결을 받아낸 그 순간이 내 인생의 ‘페미니스트 모먼트’였다. 나 스스로 ‘여성운동가’라고 자신 있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던 최초의 순간이었다.
몇 년간 여성학을 공부하고 여성운동을 해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나보다 더 열악하고 힘든 상황에 부닥쳐있으면서도,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멋진 페미니스트들을 보면서 나는 아직 부족하다고만 느꼈다.
하지만 안희정 공대위 활동 끝에 2심 유죄라는 결과를 얻어내던 날, 나의 부족함이나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모두 잊고 오직 그 순간의 승리에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었다. 그 승리의 기억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덕분에 더욱더 당차게 여성운동에 함께 할 수 있었다.
2019년, 안희정 공대위의 일원으로서 [수많은 ‘안희정’에 맞선 “당신도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을 기획했다. 안희정 사건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를 비판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법원의 유죄 판결에도 진실을 왜곡하고 피해자를 음해하기만 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공대위 사람들과 함께 논의하며 하나를 더 배웠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며 연대하는 관계구나. 성폭력피해자 연대 단체 <용기당>의 멋진 슬로건처럼, 우리는 서로의 용기였다.
2심 안희정 유죄 판결나던 날. 대법원 가기 전에 피켓을 만들어가야했는데 늦을까봐 잠 안자고 단체 사무실 옆 카페에서 밤샜던 기억이 납니다.
최종 유죄 판결나던 날. 정의당 여성본부장으로 함께 했습니다. 정의당 상무위원회 회의 끝나고 택시타고 가면서 기도했고 기쁜 마음으로 외쳤습니다. “안희정은 유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