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원교육
  • 당비납부
  • 당비영수증
    출력
  • 당비납부내역
    확인

서울관악구위원회

  • 철지난 마르크스주의와 새로운 진보에 대한 잡설
공돌이로 학교를 나와서 IT 계열에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인문학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만,
당게시판이나 당원 모임등을 통해서 진보 운동에 대해서 여러가지 귀동냥, 글동냥을 하다보니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와중에도 이것저것 생각하게 되더군요.

여저기서 동냥으로 얻은 짧은 지식으로나마 진보운동에 대해서 느낀 점을 몇가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진보의 역사를 보면,
전제군주제를 혁명으로 뒤짚어 엎던 시점에서는 자유주의가 진보였고,
자유주의를 다시 혁명으로 뒤짚어 엎으려던 시점에서 사회주의가 진보였습니다.

그러나, 전제군주정를 혁명으로 타도하려는 노력은 역사적으로 옳은 노력이었음이 증명되었음에 반해
자유주의를 혁명으로 타도하려는 사회주의의 시도는 실패였을 뿐아니라 오히려 그릇된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결론은 지나치게 도식화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만...

마르크스가 자본을 집필하던 것과 비슷한 시기에 존스튜어트밀은 자유론을 썼습니다.
레닌과 트로츠키가 노동자의 피로 혁명을 시도하던 시대에 다른 곳에서는 칼레비와 비그포르스가 합리적인 사회주의를 설계하였고
또한 케인즈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혁명이 아니라 이론과 경제학으로 극복하고자 하였습니다.
심지어 마르크스 조국 독일에서조차 베른슈타인과 막스베버는 그가 보지못했던 다른 가능성을 보았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마르크스가 생존하였던 당대를 포함해서 역사적으로 사회주의 혁명이 유일한 진리였던 적은 없으며,
항상 여러가지 대안이 제시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진보운동은 체제경쟁이 거의 끝물에 다다랐던 80년대에 들어서,
마르크스-레닌 혁명이 유일한 대책인 것으로 오해한 나머지 침몰해가는 그 배에 뒤늦게 올라 탔습니다.

당시의 사회적 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진보운동은 시작부터 판단에 잘못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 새로운 진보운동이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요?

관악위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구 노동당계열 정파(진보결집+)가 진보신당 시절 통진당으로의 합류를 반대한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진보운동의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습니까? (아니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진보운동의 순수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구 시대의 낡은 이념을 놓지 못하는 것에 불과했던 것이 아닙니까.

최근 진보결집+ 계열의 팟캐스트인 '왼쪽 라디오'를 듣던 중 출연진 중 한명의 발언들을 들으며 좌절감과 분노를 느꼈습니다.
좌파의 대표 언론격인 레디앙의 편집장이라는 분이 팟캐스트에서 공공연하게 혁명을 추억하며 수정주의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고
대중주의에 대한 철지난 비판, 반지성주의를 들먹이는 것을 들으며 우리나라 진보가 나갈 길이 아직 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보가 사회주의 혁명을 의미하던 시대는 이미 20년 전에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당은 진보의 새로운 길을 모색함에 있어 과거의 잘못된 방향에 대한 과감한 반성을 바탕으로,
더 합리적이고 더 수준높은 이론과 과학을 토대로한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저같은 평당원이 계속 지지를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젊은 시절 숭배했던 이론의 역사적 몰락 앞에서 새로운 길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정의정책연구소 이사장께서는 아직도 마르크스주의가 유효하다는 식의 칼럼을 쓰고 계시지요.
그리고 정책연구소 연구원들은 노동주도성장이라는 뜬금없는 신조어나 만들고,
대안적 소유라는 외국 보고서에서 베껴와 개념조차 불분명한 단어를 차용해서 보고서로 쓰고 있습니다.

진보가 차세대 의제로 고르고 골라 강령에 내세운 것이 겨우 여성주의, 환경, 청년정치 같은 것들 입니다.
이런 의제가 하찮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성주의, 환경, 청년도 중요하지요.
그러나 이것이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담론이 되기에는 너무 작고 지엽적인 의제라는 말입니다.

게다가, 당이 내세우고 있는 청년정치, 여성주의, 환경의제가 잘 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성주의를 주장하던 청년 활동가들은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켜 총당원의 10%에 해당하는 3천여 당원을 탈당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열정적인 이 청년 활동가들 덕분에 정의당은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했습니다. 아직도 수습이 안됐죠.

환경문제의 핵심인 탈핵론은 정부여당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동안 별로 힘도 쓰지 못했고,
탈핵위원회가 만든 탈핵 자료집은 당원게시판에서 평당원들에게 조목조목 반박당했지만 탈핵위는 단 하나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모습들이 당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라면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샌더스와 코빈이 서구권에서 진보의 바람을 일으켰지만, 그들은 사회에 반향을 일으킬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당은 사회에 던질 메시지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샌더스와 코빈만큼 영향력있는 메시지를 우리당도 다시 확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륜있는 석학들과 능력있는 외부인사를 새로 모셔와서 수준 높은 연구를 해야 합니다.
이 작업은 청년활동가, 노동조합,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반드시 전문성있는 연구진이 필요합니다.

요즘은 정의당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회혁명과 인민을 해방을 주장하던 진보운동의 포부가 어디갔는지 모르습니다.
제발 주위에 신나게 홍보하고 다닐 만한 설득력있는 의제나 메시지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의견이나 문의사항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참여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