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강민진 대변인, 정부의 비대면 의료 필요성 언급 / 방위비 분담금 협상 /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관련
일시: 2020년 5월 15일 오후 2시 40분
장소: 국회 소통관
■ 정부의 비대면 의료 필요성 언급 관련
정부가 연일 원격의료 확대를 이슈로 띄우며 여론을 살피면서, 원격의료 서비스 업체의 규제 샌드박스 승인에 착수했다. 원격의료가 아니라 비대면 의료라고 하지만 그 둘의 차이를 정부도 제대로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면 의료로 포장된 원격의료는 대기업의 오랜 숙원이다. 박근혜 정권이 택했던 의료민영화의 우회로가 바로 원격의료 도입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시민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는 가운데, 재난을 기회 삼아 원격의료 도입과 의료 데이터의 상업적 활용 등 의료민영화의 전초 단계에 들어서려는 재계의 욕심을 받아들여줘서는 안 된다.
현장 의료인들과 전문가들은 원격의료 도입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오진과 과잉처방 가능성이 높고 대형병원 집중 현상이 심화되어 1차 진료 시스템이 무너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소위 비대면 의료를 활성화한다고 해서 정부가 목표하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의 효과가 나타날지도 의문이다. 거대 자본이 아니면 구축이 힘든 비대면 의료 확대로 도대체 서민 경제 전반에 어떤 이득이 발생한단 말인가.
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비대면 의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은 한시적으로만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는 전염병 확산과 같은 비상사태에서 활용할 근거만 확실히 만들면 될 일이다.
의료는 국가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인 만큼 자본의 논리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 국민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국가가 책임지는 의료의 효용과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비대면 의료에 대해 여당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여당 또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여론을 충분히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구멍을 낼 것이 확실한 비대면 의료 확대 시도에 대해 정부는 더 이상 언급조차 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첫해인 올해는 작년에 비해 13% 인상하고, 2~5년차에는 7~8%씩 인상해 최종 5년 차인 2024년 분담금을 13억 달러로 올리자는 내용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2024년 분담금이 13억 달러가 된다면, 이는 작년에 비해 약 50%나 대폭 인상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마지막 해가 아닌 올해 13억 달러를 받아내라는 지시를 했다고 알려졌다.
당장 올해 13억 달러를 받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사실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이 터무니없을뿐더러, 연도별로 쪼개서 결국 50% 인상하겠다는 안 자체도 너무 과도하다. 주한미군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한국의 분담비용은 늘어나기만 하니 이것은 황제 주둔이 아니고 무엇인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욕에 의거한 '동맹 갑질'이라 칭해 마땅하다.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 지원비로 구성되는 방위비 분담금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한국 측 협상의 기본 입장인데, 어느 항목에서도 그렇게 대폭적인 인상을 할 근거가 없다. 이렇게 과도한 인상의 결과 남는 비용이 결국 주한미군 주둔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전략 자산 투입 비용 등으로 전용될 경우, 외교적, 안보적 차원의 파장 역시 심각해질 수 있다. 이미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은데, ‘한국은 압박을 하면 요구를 수용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필요가 없다.
작년 광복절,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5년 동안 방위비 분담금을 50%나 인상하는 과도한 안을 정부가 수용한다면, 문 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누차 밝혀온 국민과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 호혜적 한미 동맹으로 발전이라는 외교 안보 정책의 기본 방침과도 충돌하며, 국민들은 부당한 납세를 감당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만약 현재의 안을 정부가 수용해 예산이 책정된다면 국회에서 부결시켜야 할 것이다.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의 이익에 기초한 당당하고 원칙 있는 협상의 자세를 견지하기 바란다.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오늘은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이다.
전쟁과 집총을 거부한 모든 사람들이 존엄과 평화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올해는 대한민국에서 대체복무제가 처음으로 시행되는 역사적인 해다. 그간 매년 수백 명의 청년들이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 끝에 2018년 헌법재판소가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올해 들어서야 대체복무제 시행은 첫 발을 뗐다.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의 권리 보장을 위해 향후 대체복무제의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현행 대체 복무 법안의 징벌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요소를 개선해야 하며, 병역 거부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한반도와 전 세계의 평화를 빌며, 전쟁 없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한다.
2020년 5월 15일
정의당 대변인 강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