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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동래연제지역위

  • 86세대에게 보내는 연서

부산의 86세대께.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일까요. 이념이 아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삶이더라고요. 더욱이 시대는 밥 먹여주는 정치를 원하고. 정치인이 외치는 민주와 자유는 이제 현실과 동떨어진 것처럼 공허하게 들립니다.

 

심지어 자신의 입신을 위한 치장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86세대가 1980년대 시대정신으로 제도권 정치에서 꿈을 펼쳐보기에는 환경이 너무 변해 버렸습니다. 86세대, 자부심이 참 대단하지요. 한때 사회변혁을 꿈꿨던 세대 아닙니까.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주역이었습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 잘나가는(?) 86세대가 많았습니다. 적어도 정치적으로. 더욱이 부산의 86세대는 참여정부가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86세대(3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로 불리다 '486' '586'으로 바뀐 뒤 86세대로 통칭되는 사이에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기득권 타파를 외치면서 승승장구하던 때는 이제 옛 얘기입니다. 진보란 간판만으로 상품성이 되는 시대는 사라졌어요. 그런데도 86세대는 민주화 운동 경력으로 쌓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데 급급해 하는 듯합니다. 정치권의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전문성이 없으면서 수 읽기에만 능하다는 평가가 이미지에 덧칠돼 있습니다.

 

 

유력 정치인의 뒤에서 '기생정치'를 해왔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오죽했으면 같은 세대인 새정치민주연합 임미애 혁신위원이 "86세대는 아직도 1987년의 지나간 잔칫상 앞에 서성이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겠어요. 86세대는 변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된 듯합니다.  부산의 86세대에게 이런 변화는 정말 억울할 만합니다.

 

 

민주화 운동 전력만으로 상품성이 됐던 시대의 혜택을 제대로 누려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역주의에 맞서 싸운다는 명분으로 부산에서 나름 고생 하셨잖습니까. 지역 비주류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라 다닌다고 정치적 소외도 당했지요. 그런데도 지역 정치적 상황은 녹록하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86세대의 정신적 기반이 돼 온 저항적인 시민 정서가 옅어진 탓이지요. 확산되는 86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다른 지역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습니다. 영락없는 샌드위치 신세입니다.반여 정서나 민주화 시대의 과거 고생과 경험만으로는 지역 벽을 넘기에는 한계가 훤히 보입니다.

 

 

더욱이 기존 정치인보다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받습니다. 그런데도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몸에 밴 습성 때문인지 그룹적인 배타성까지 풍깁니다. 지역에서 스스로 '왕따'를 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86세대 여러분. 군사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1970, 80년대 대학 시절 최루탄 가스를 뒤집어쓰고 돌멩이 던지며 거리를 헤매고 다닐 때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던 친구들 생각납니까. 주로 고시 공부나 유학 준비하던 친구들이었지요. 명문가 자제가 많았고, '오렌지족'도 있었을 겁니다.

 

이들이 요즘 변화와 개혁을 내세우며 민주공화국의 가치와 정의를 지키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부산에서는 김세연 박민식 의원 등이 대표적이지요. 새정치연합 안철수 전 대표도 비슷합니다. 이들에 지지를 보내는 대중이 많습니다.

 

86세대는 기득권으로 인식되는데, 이들은 지역 미래 지도자로 뿌리내리는 분위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쌀독에서 인심이 나오는 까닭일까요. 제대로 된 제도권 교육을 받아 행정 경영 경제 등에 대한 전문성까지 갖추고 있어 대중의 기대감이 높은지도 모르겠습니다.

 

86세대보다 따뜻한 밥을 더 많이 먹여줄 것 같은 그런 기대감 말입니다.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86세대에 대한 대중의 시대적 부채의식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사라졌다고.

 

대중은 현재의 삶을 더 풍부하게 해 줄 리더십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내년 총선을 8개월 앞둔 지금 부산의 86세대는 또 힘든 정치적 실험을 해야 합니다.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 경험이 현재 입지를 보장하던 시절은 지났다는 사실입니다.

 

부산 86세대에게 높기만 한 현실정치 진입 벽 역시 지역주의 탓이라고 치부하는 것도 자기변명일 뿐입니다. 이에 부산의 86세대에 요구합니다. 과거의 영광을 이제 내려놓으라고. 노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도 좀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 대신 지역민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세요. 열린 마음으로 가려운 곳을 좀 긁으러 다녔으면 합니다. 사회 변혁을 꿈꾸던 그때의 열정을 되살리면서. 

 

글/ 정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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