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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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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성북구 노동영화제 <내일을 위한 시간> 후기
여미애 당원
전화가 걸려왔을 때, 산드라(마리옹 코티야르)는 파이를 굽고 있었다. 파이를 자르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이야기. “울면 안 돼. 버텨.” 산드라는 항우울제를 입에 털어 넣는다.

사장은 산드라를 해고하고 보너스를 받을 것인가, 산드라를 해고하지 않고 보너스를 포기할 것인가, 투표에 붙였다. 그것은 마치 정해진 파이를 누구에게 잘라줄 것인가를 묻는 일처럼 직원의 자발적 선택 뒤에 숨어 한 인간의 존재가치를 절단내는 일과 같다.

산드라의 남편은 재투표 전까지 동료들을 설득하자고 한다. 이건 당신 잘못도 동료들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생계를 연명하기에 턱없이 적은 파이를 내던져놓고 칼자루를 쥐어줘 상대를 찌를 수 있는 사람이 그 파이를 차지 할 수 있다는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산드라가 인간적 모멸감과 수치 속에서 첫 전화를 건다. 첫 전화는 중요했다. 성공이었다. 자신에게 투표하겠다는 동료를 보고 길을 나선다. 연이은 좌절. 자신처럼 해고당한 아내 때문에 보너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연들이 차례로 소환된다.

“보너스를 택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라면서 “월요일엔 꼭 너에게 투표하겠다”고 약속하는 직원이 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자신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짧지만 긴 여행을 시작한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자신의 존재를 지우려는 잔인한 세상에 전모를 밝히려는 그녀만의 외로운 싸움이다.

폭행까지 일어나면서 도망치고 싶지만 ‘공존’을 위한 질문을 해야한다. 산드라의 무능때문이 아니다. 약자를 능멸하는 인격화된 자본의 무능이다. 잘못된 것은 우리가 아니다. 이런 질문의 배치와 장 속으로 우리를 밀어넣는 ‘보이지 않는 손’의 기만이다.

산드라는 죽음 문턱까지 자신을 밀어 넣은 뒤, 일어나 8명의 표를 얻어낸다. 한 표가 부족해 복직이 좌절된다. 사장은 딱 10분간 산드라에게 묻는다. 직원 단합 차원에서 계약직으로 있다가 다른 계약직을 자르고 당신을 채용하겠다고.

승리는 엔딩에 있다. “동료를 해고시키고 제가 그 자리에 들어갈 순 없습니다” 산드라는 사장의 제안을 거절하고 회사 밖에서 함께 싸운 남편에게 전화한다. “우리 잘 싸웠지? 행복해”

산드라는 이틀간의 여행에서 ‘내일을 위한 시간’을 마련했다. 인간을 파이의 잘려진 조각처럼 어림셈하는 세상에 결코 지지않겠다고, ‘보너스를 줄게 동료를 잘라’ 그런 질문 자체를 온 힘을 다해 거부한 산드라의 명백한 승리로 끝난 영화. 다르덴 형제의 ‘내일을 위한 시간’은 ‘인간을 향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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