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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여성폭력방지법 원안 후퇴에 부쳐

 12월 3일 여성폭력방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초 해당 법안은 11월 28일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으나, 이후 수정안이 가결되어 통과되었다. 그러나 통과된 법안은 원안과 매우 달라져 입법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

 수정된 법안은 법안심사 제2소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의 지적 사항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읍 의원은 법률 명칭에 ‘성 평등’이란 용어 사용, 여성폭력 예방 교육의 의무화 등을 문제 삼았다. 이에 본래 입법 취지인 각종 피해자 구제 조항, 성 평등 교육지원 및 의무조항 등이 무력화되었고 더욱이 ‘태어날 때부터 여성인 사람’으로 대상이 제한되었다. ‘성 평등’이라는 용어도 ‘양성평등’으로 수정되었다.

 우선 법안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여성인 사람’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의문이다. 단적으로 인터섹스(간성), 유전자 과부족 등으로 유전자적인 성별이 결정되지 않는 사람 등, 성별 이분법으로 정의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법적 성별이 정정된 트랜스젠더의 ‘태어날 때의 성’ 즉 지정 성별을 알기 위해선 피해자의 개인 정보와 의료 기록 등을 열람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와 아웃팅 위협은 온전히 피해자에게로 전가될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여성인 사람만 여성폭력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트랜스 여성 및 여성으로 간주되는 많은 이들도 폭력에 노출되는 것이 현실이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폭력과 살해는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혐오 발언은 범람하며, 더욱이 차별금지법 같은 예방·구제책도 미비하다. 구조적 혐오와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에서까지 성소수자의 존재를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헌법 11조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정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구조를 강화하는 이번 입법 시도는 이러한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헌법 10조에 따라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여 법문의 대상을 확장해도 부족한 시점에 도리어 줄여버리는 시대 역행적 법안임은 더욱 명확하다.

 국회는 원안 고수를 추구하여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 ‘누더기 법안’을 만들어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더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성에는 남성과 여성만 존재한다는 잘못된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 정서를 정치 공학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18.12.07.(금)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준) (준비위원장 김한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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